귀족주의 혹은 파시즘
등교하는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아침 출근길 함께 차를 타고 나섰다. 차가 밀리는 출근길에 대개는 라디오 뉴스를 듣는다. 오늘도 뉴스에는 인사청문회 얘기가 흘러나온다. 장관후보자나 물론 총리후보자나 구별할 수 없이 똑같은 얘기만 반복되는 것 같다. 병역회피, 위장전입, 탈법적 부동산거래, 소득세 탈루 등의 단골메뉴가 항상 오르다 보니 후보자가 마다 뭐가 문제가 되고 있는지 구별이 안된다.
아무튼 이런 뉴스가 지나는데 딸 아이가 조금은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모두 귀족같네요.” “귀족이라니?” 동화책에 나오는 귀족들은 대개 주변사람들 상관없이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해도 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서양에서 귀족이란 중세 봉건국가에서 내려온 전통으로 세습 특권을 갖는 구별된 집단을 말한다. 귀족이란 영어 표현 nobility는 ''잘 알려져 있거나(known)'' 혹은 ''눈에 띄는(notable)'' 것과 어원상 연결되어 있다. 무언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귀족만이 토지의 소유권을 갖을 수 있었고, 귀족만의 사용할 수 있는 색이나 문양이 있었던 것처럼 귀족은 모든 면에서 확연히 구별되었다. 이렇기 때문에 귀족을 ‘푸른 피(blue blood)’라는 표현하기도 했다. 붉은 피가 나는 보통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청문회의 장관이나 총리 후보자는 ‘푸른피‘인 것 같다. 군대도 피하고, 법을 어기며 각종 소유권을 확보한 것이나 세금을 맘대로 정해서 내는 것을 보니 딸의 눈에도 서양의 ’푸른피’같이 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은 틀린 얘기다. 우리나라는 귀족이 없다. 귀족이 존재할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 11조에도 분명히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고 있으며,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든 창설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역회비, 위장전입, 탈법적 부동산거래, 소득세 탈루 등과 같은 명백한 불법행위를 해도 그들이 책임이나 처벌을 면제받아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이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딸아이의 생각처럼 그들이 귀족이 아니라는 것은 굳이 헌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논리로 이들의 탈법이나 불법을 정당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 후보자를 옹호하는 한나라당의 논리는 요약하면 이렇다. 이들이 해야 할 일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며 이들은 이러한 일을 할 충분한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탈법이나 불법은 눈감아 주어도 좋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그 정도 위치나 상황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했기에 이들도 용서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이야기 된다.
이러한 논리를 설명해 주는 것이 바로 ‘파시즘‘이다. 파시즘은 국가가 국민이나 정치집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국가를 대표하는 엘리트 집단이나 인종은 마치 중세의 귀족처럼 법위에 있으며 때로는 법의 수호자의 역할을 자임했다. 그래서 ‘국가의 중요한 일‘이 법보다 위에 있고 이 ’국가의 중요한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로 이들은 역시 법의 지배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국가적 사명‘에 대한 깨달음이 없는 집단이나 인종은 철저히 재교육되어야 하며,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폭력으로 제압되거나 혹은 아주 제거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 이탈리아의 파시즘이나 독일의 나치즘이었다.
딸아이에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귀족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해주면서 파시즘의 얘기를 꺼냈지만, 그 내용이나 의미를 설명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공직후보자 청문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대로 설명하는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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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하는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아침 출근길 함께 차를 타고 나섰다. 차가 밀리는 출근길에 대개는 라디오 뉴스를 듣는다. 오늘도 뉴스에는 인사청문회 얘기가 흘러나온다. 장관후보자나 물론 총리후보자나 구별할 수 없이 똑같은 얘기만 반복되는 것 같다. 병역회피, 위장전입, 탈법적 부동산거래, 소득세 탈루 등의 단골메뉴가 항상 오르다 보니 후보자가 마다 뭐가 문제가 되고 있는지 구별이 안된다.
아무튼 이런 뉴스가 지나는데 딸 아이가 조금은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모두 귀족같네요.” “귀족이라니?” 동화책에 나오는 귀족들은 대개 주변사람들 상관없이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해도 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서양에서 귀족이란 중세 봉건국가에서 내려온 전통으로 세습 특권을 갖는 구별된 집단을 말한다. 귀족이란 영어 표현 nobility는 ''잘 알려져 있거나(known)'' 혹은 ''눈에 띄는(notable)'' 것과 어원상 연결되어 있다. 무언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귀족만이 토지의 소유권을 갖을 수 있었고, 귀족만의 사용할 수 있는 색이나 문양이 있었던 것처럼 귀족은 모든 면에서 확연히 구별되었다. 이렇기 때문에 귀족을 ‘푸른 피(blue blood)’라는 표현하기도 했다. 붉은 피가 나는 보통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청문회의 장관이나 총리 후보자는 ‘푸른피‘인 것 같다. 군대도 피하고, 법을 어기며 각종 소유권을 확보한 것이나 세금을 맘대로 정해서 내는 것을 보니 딸의 눈에도 서양의 ’푸른피’같이 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은 틀린 얘기다. 우리나라는 귀족이 없다. 귀족이 존재할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 11조에도 분명히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고 있으며,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든 창설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역회비, 위장전입, 탈법적 부동산거래, 소득세 탈루 등과 같은 명백한 불법행위를 해도 그들이 책임이나 처벌을 면제받아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이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딸아이의 생각처럼 그들이 귀족이 아니라는 것은 굳이 헌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논리로 이들의 탈법이나 불법을 정당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 후보자를 옹호하는 한나라당의 논리는 요약하면 이렇다. 이들이 해야 할 일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며 이들은 이러한 일을 할 충분한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탈법이나 불법은 눈감아 주어도 좋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그 정도 위치나 상황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했기에 이들도 용서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이야기 된다.
이러한 논리를 설명해 주는 것이 바로 ‘파시즘‘이다. 파시즘은 국가가 국민이나 정치집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국가를 대표하는 엘리트 집단이나 인종은 마치 중세의 귀족처럼 법위에 있으며 때로는 법의 수호자의 역할을 자임했다. 그래서 ‘국가의 중요한 일‘이 법보다 위에 있고 이 ’국가의 중요한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로 이들은 역시 법의 지배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국가적 사명‘에 대한 깨달음이 없는 집단이나 인종은 철저히 재교육되어야 하며,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폭력으로 제압되거나 혹은 아주 제거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 이탈리아의 파시즘이나 독일의 나치즘이었다.
딸아이에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귀족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해주면서 파시즘의 얘기를 꺼냈지만, 그 내용이나 의미를 설명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공직후보자 청문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대로 설명하는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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