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 금수강촌에서 길을 찾다 ⑥소양호 안 농촌마을의 기적

지역내일 2009-09-22
10년만에 농가소득 7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인구도 89% 증가 … “물안골에 살고 싶다”며 2000여명이 귀농신청

강원도 속초시 북산면 부귀리 물안마을은 지난 10년간 소득이 5배 늘었다. 1999년 가구당 700만원에서 2008년 3500만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소양호 안에 있어 배를 타고 드나들던 작은 농촌마을이지만 소득이 늘어나면서 인구도 늘었다. 물안마을로 귀농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15가구에 27명이 살던 마을이 지금은 30농가 51명으로 바뀌었다.
이는 일반적인 한국농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 농가의 연평균소득은 2232만원에서 3052만원으로 820만원, 37% 늘었다. 하지만 농사를 지어 벌어들인 농업소득은 1056만원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965만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도시근로자가구 연평균소득은 2664만원에서 4596만원. 1932만원, 72% 늘었다. 소득을 쫒는 인구 이동현상도 여전하다. 이 기간 동안 전체 인구는 4661만명에서 4860만명으로 증가했지만 농가인구는 421만명에서 318만명으로 줄었다. 농촌인구도 1995년 957만명에서 2000년 938만명, 2005년 876만명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다른 농촌이 여전히 가난과 이농에 시름하고 있을 때 물안골에는 다시 사람들이 늘어났고, 망가지던 마을풍경도 다시 좋아진 것이다.

◆아내의 암과 고향의 가난을 극복한 10년 =
변화의 시작은 한 젊은이의 귀향이었다. 서울의 한 조경업체에서 조경기사로 일하던 신수현(45) 부귀리 이장은 1995년 고향인 물안마을로 이사를 했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아내의 치료를 위해 물 맑고 공기 좋은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신 이장이 고향에 왔을 때 물안마을은 여느 농촌과 다르지 않았다. 한때 80가구에 이르렀던 마을은 소양댐 건설로 15가구만 남았고, 노동력은 60~70대 노인들 뿐이었다. 춘천시내에서 두 시간 걸리던 비포장도로가 하나 있었지만 차가 없는 사람들은 이용하지 않았고 교통수단은 오전 오후 소양댐 안의 마을을 왕복하는 배가 유일했다.
생활고에 지친 주민들은 비관 자살을 했다. 신 이장은 “내가 물안마을에 처음 왔을 때 나보다 두 살 어린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도 3년 뒤엔가 자살했고, 내가 가장 어린 사람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신 이장은 귀촌(그는 귀농이라 하지 않았다. 농사를 짓겠다는 게 목적이 아니었기에)한 이듬해부터 아내를 위해 농약을 치지 않고 채소와 쌀을 조금씩 경작했다. 고향에 있던 땅 7000평이 밑천이었다. 그 해엔 젊다는 이유로 마을 이장도 됐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농약을 치지 않고 경작한 쌀과 채소는 도시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신 이장은 “마을에 관광을 온 도시 사람들이 농약을 치지 않은 채소와 쌀을 조금씩 사갔고, 피서객들의 요구에 맞춰 택배로 농산물을 보냈다”고 말했다.
신 이장은 조경업체에서 일할 때 교육을 받으며 알았던 정성헌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장과의 인연을 적극 활용했다. 물안마을은 1999년부터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와 자매결연을 맺고 도농교류를 본격 시작했다.
신 이장의 ‘무농약 친환경농업’은 마을의 농사를 바꿨다. 농사지어도 팔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마을사람들은 자신들보다 비싼 가격으로 손쉽게 쌀과 채소를 팔아버리는 신 이장의 농사를 따르기 시작했다.
신 이장은 이들과 함께 2002년 물안골친환경작목반을 구성했다. 농산물 판매와 농외소득을 위해 이 해부터 녹색체험마을도 시작했다.
찾아오는 사람들만 기다리지 않았다. 여행사와 공동으로 산나물 채취 투어도 하고, 부귀리 안에 있는 생기마을과 함께 다양한 문화이벤트도 개최했다.
서울 중산층 아파트를 찾아가 농산물을 팔고 홍보전단지를 나눠주며 시장을 개척했다. 물안마을은 지난 21일에도 서울 도곡동 대림 아크로빌 아파트에서 직거래 행사를 했다. 여기엔 맞은편에 있는 타워팰리스 주민들도 물안골 농산물을 사러 온다.
시장이 커지면서 무농약 친환경농업 면적도 2000년 3500㎡에서 2008년 현재 24만9000㎡로 늘었다. 친환경작목반도 더덕·장뇌삼·두릅·토종꿀 작목반 등 소량 다품종으로 5개에 이른다. 현재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22개 농가 중 18개 농가가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4개 농가도 친환경 농사를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귀농해 인증을 받는데 필요한 연수가 부족할 뿐이다.
아내를 위해 채소와 쌀을 재배하던 신 이장의 작은 농사는 지금 억대 순소득으로 커졌다. 그는 친환경 2만평을 포함해 3만평(10헥타아르) 농지에 쌀 토마토 잡곡 산채류 등을 재배하고 있다.

◆자연 가꾸는 사람있어야 금수강촌 = 변화가 쉽진 않았다. 신 이장은 △주민의 무지 △숙박시설의 부재 △농약 덩어리 농산물 △주민 부족 등을 마을 발전을 가로막는 4가지 장애로 지목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교육을 활용했다.
신 이장은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 강원도청 강원대학 농협중앙회 농협대학 등 손만 뻗으면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이 너무 많다”며 “교육을 받고 나면 느끼는 게 많이 있으니까 시야가 넓어지고 대인관계도 더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물안골은 정부와 강원도 농협중앙회 등에서 진행한 각종 농촌정책도 적극 활용했다. 2002년엔 마을 홈페이지를 만들고, 2004년엔 삼성생명강북사업본부와 1사1촌을 맺었다.
마을 경관도 바꿨다. 빈 집과 버려진 농약병 등으로 스산하던 마을은 마을공동작업을 통해 새 마을로 변했다. 주민들은 공동작업으로 4km 마을길에 벚나무와 옥잠화 코스모스 백일홍 등 꽃을 심어 마을조경을 했다. 마을 가까운 곳에는 밤 대추 앵두 등 유실수를 심어 마을을 찾은 체험객들이 따먹게 했다. 매월 두 차례씩 마을길의 잡초도 제거하고 있다.
마을이 변하면서 2004년부터는 귀농행렬이 줄을 이었다. 마을 30가구 중 40년 이상 살고 있는 가구는 6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한 방송사에서 마련한 귀농이야기 프로그램에 나간 이후엔 귀농 문의가 줄을 이었고, 지난 6~7월 귀농신청을 받은 결과 마을에서 면접을 본 사람만 2000여명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심사를 통해 귀농자를 선정하고, 이들에게 주택 농지 농기계 등 다양한 정착지원을 하고 있다.
물안골은 폭증하는 도시 소비자들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2007년부터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신 이장은 “도시에서 주문을 하는 데 제 때 맞춰주지 못하면 거래가 끊긴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 마을과 함께 마을종합개발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1박2일, 2박3일 머물고 싶은 체험관광객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큰 이유다.
신 이장은 “물과 공기가 좋고 경치가 좋아도 가꾸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며 “소득이 생기고 사람들이 늘어나고 함께 마을을 가꾸면서 자연과 경관이 어우러진 멋진 농촌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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