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무엇이 문제인가?

지역내일 2009-09-03
과음으로 문제가 생겨 외래를 찾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대개는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런데 그 답변이 수상하다. 강요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예외 없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가끔 내과에서 진료를 받다가 의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내과 문제 외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때로는 보호자도 마찬가지로 “왜 정신과로 의뢰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음을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전적으로 신체적 혹은 사회적 악영향만으로 국한하는 수가 많다. 그것도 극히 심각해진 상태만을 기준으로 한다. 신체적으로는 명백하게 증상이 나타나고 심각한 고통을 겪어야만, 사회적으로는 남들에게 크게 지탄받을 실수나 사고를 저지르는 경우만으로 국한한다. 그러는 동안 문제는 인생의 모든 면으로 점점 깊어져간다.
과음으로 직장에 지각과 결근이 잦고, 아내나 자녀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정이 넘어서도 집에 들어오지 않고, 혹은 외박을 해도 이를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가족들 또한 용납하는 수가 많다. 과음으로 지갑을 잃고, 넘어져서 이마를 깨고, 다투고, 음주 운전에 적발되고, 큰돈을 허비하고, 자녀들과 약속을 안 지켜도 큰 문제라는 인식이 없다. 문제라고 여겨도 그 근본 원인인 과음을 직시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빈번해도 단지 그 때 뿐, 점점 더 익숙해질 뿐이다.
다시 “과음으로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느냐?”고 물어도, “술을 좋아하고 자주 마셨지만 직장에 붙어 있고, 식구들 먹여 살리고, 남들에게 욕 안 먹고 살았다” 면서 문제를 부정한다. 즉. 일하여 돈을 벌고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는 한 문제라는 인식이 없다. 단지 몸이 버티고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육체적·사회적 기능만 하면 사람으로서 문제는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회적이다. 아마도 사람들과의 인과 예를 중시하여 사회적 화합을 중요시하는 오랜 유교적 전통 문화의 영향일 것이다. 그러나 대가족주의 전통에서 일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만큼, 한 개인으로서 보람과 성취감과 의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집단주의적 문화의 현실에서 남들을 챙기는 만큼 남들로부터 제대로 이해받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무엇이 과음의 문제인가는 ‘몸이나 남들에게 끼치는 피해가 아니라 개체 전체로써 자신에게 얼마나 피해를 끼쳤느냐’를 둘러봐야 한다.

강원알콜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연세대 원주기독병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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