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어른도 유혹
도시 떠나 농촌에 정착한 29가구 … 지속가능한 생활 꿈꾸다
우리 사회에 새롭게 일고 있는 귀농·귀촌 흐름은 ‘살고 싶고 가고 싶은’ 금수강촌의 새로운 모티브가 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해 온 전원마을 조성사업도 이런 흐름에 속해 있다. 전원마을조성사업은 실패한 경우도 많지만 충남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에 있는 생태공동체마을 ‘산너울’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곳도 있다.
지난 9일 기자가 찾은 산너울에는 아이들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의 34가구 75명이 어울려 ‘지속가능한 생활’을 가꾸고 있었다. (편집자주)
생태공동체마을 산너울은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이 마을은 서천군과 농림수산식품부가 전원마을조성사업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군 경제의 70% 가량이 농업과 어업인 서천군에 새로운 마을이 탄생한 것이다.
34가구 75명이 사는 산너울은 농촌에 있지만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 29가구는 도시에서 들어왔고, 직업은 교사(10명), 회사원(7명)이 많다. 은퇴자들도 14명이다. 농사짓기 들어온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이웃과 함께 사는 넉넉한 삶을 선택해 들어왔다.
이들은 농사짓는 등고리 주민들과 어울려 서천군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산너울와서 아이 하나 더 가졌어요” = 이동기(42)·고정희(43)씨 부부는 지난 8월말 6개월여의 주말부부 생활을 끝냈다. 전기회사에서 일하던 이씨가 서울의 직장을 정리하고 8월말 산너울에 정착한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고씨는 남편보다 먼저 딸(9)과 함께 지난 2월 산너울에 들어왔다. 학교도 서울에서 이곳 서천군에 있는 문산초등학교로 옮겼다.
이들 부부는 시골에서 자라며 느꼈던 정서적 풍요로움을 딸에게 선물하고 싶어 귀촌을 선택했다. 귀촌할 곳을 전국을 다니던 이들은 2006년 10월 열린 전원마을페스티벌에 참여해 ‘산너울’을 알게 됐다.
이씨는 “내 고향 남원은 경치가 좋지만 사람이 없었다”며 “여기는 전원주택단지로 조성하고 있어 친구와 또래가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귀촌을 위해 필요한 것은 풍경에 앞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씨는 “나도 고민을 나눌 또래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 교육도 있어 사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새로운 직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기자가 방문한 날, 이씨는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구직사이트 워크넷(www.work.go.kr)에 구직신청을 했더니 인근에 있는 대천지역 호텔에서 면접보러오라고 조금 전 연락이 왔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버려야 시골에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귀촌은 서울에서 한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씨도 서울보다 여유있는 학교가 마음에 든다. 그는 “서울에선 한 반에 33명, 많게는 47명까지 아이들을 가르쳤고, 그런 반이 76개나 모인 거대한 학교에서 일했다”며 “문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8명이고, 우리 반 아이는 4명이다”고 말했다.
급식실에서 전교생이 얼굴을 맞대고 지역농협에서 공급한 식재료로 만든 밥을 먹는다. 인스턴트가 없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조리법에 서천 유기농쌀을 이용하는 이곳 급식을 보면 서울 아이들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어른들만 시골살이가 좋은 게 아니다. 딸 보리양도 “산너울이 서울보다 100배, 아니 우주만큼 더 좋아”라며 대 만족이다.
마음이 여유로워진 이들 부부는 산너울에 와서 아이를 하나 더 가졌다. 고씨는 현재 임신 4개월이다.
◆별을 보기 위해 키 낮은 가로등을 만들다 = 산너울은 웹2.0 시대에 맞는 마을이다. 마을을 만들 때부터 이곳에서 살 사람들이 함께 만들었다.
2005년 서천군과 농식품부가 이곳에 전원마을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한 후 황금성(55)·계순옥(51)씨 부부 등 이곳에 들오려는 15가구 사람들이 모여 ‘어떤 마을을 만들어 갈 것인가’하는 주제로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산너울마을이 들어설 서천군 등고리 주민들과 이장을 먼저 만나 주민들의 생각이 어떤지 물었고, “농촌을 떠나는 이 때 들어와 살겠다고 하는 여러분을 환영하며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답을 들었다.
이들은 농촌마을가꾸기를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이장’과 ‘함께 마을만들기(Co-Housing)’ 방식으로 산너울을 디자인했다. ‘코하우징’의 핵심은 주민참여다. 이들은 △산너울은 생태공동체마을이다 △스스로 참여하는 마을이다 △토지는 공동지분으로 한다 △주택은 연립형으로 건축한다 △스스로 공동 공간을 만든다 △주택 매각(임대 포함)은 자치위원회를 통해 한다는 6가지 원칙을 정했다. 물론 이 원칙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입주했다.
마을건축을 담당한 이경주(40) 이장 푸른새미사업부 소장은 “초기 6가지 원칙은 이후 마을규약으로 발전했다”며 “규약을 만드는 과정은 숱한 토론의 과정이었고, 입주민들의 바람과 개성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태양열·태양광을 이용하는 마을주택은 태양광의 반사각을 고려해 지붕모양을 정했고, 건축소재는 단열효과와 환경친화성을 고려해 황토벽돌과 목재를 사용했다. 주택높이도 다락을 고려했다.
마을자치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동기씨는 “산너울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주민총회’에서 가로등 높이를 1m 남짓을 결정했다”며 “가로등 불빛이 별빛을 방해하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천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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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떠나 농촌에 정착한 29가구 … 지속가능한 생활 꿈꾸다
우리 사회에 새롭게 일고 있는 귀농·귀촌 흐름은 ‘살고 싶고 가고 싶은’ 금수강촌의 새로운 모티브가 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해 온 전원마을 조성사업도 이런 흐름에 속해 있다. 전원마을조성사업은 실패한 경우도 많지만 충남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에 있는 생태공동체마을 ‘산너울’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곳도 있다.
지난 9일 기자가 찾은 산너울에는 아이들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의 34가구 75명이 어울려 ‘지속가능한 생활’을 가꾸고 있었다. (편집자주)
생태공동체마을 산너울은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이 마을은 서천군과 농림수산식품부가 전원마을조성사업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군 경제의 70% 가량이 농업과 어업인 서천군에 새로운 마을이 탄생한 것이다.
34가구 75명이 사는 산너울은 농촌에 있지만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 29가구는 도시에서 들어왔고, 직업은 교사(10명), 회사원(7명)이 많다. 은퇴자들도 14명이다. 농사짓기 들어온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이웃과 함께 사는 넉넉한 삶을 선택해 들어왔다.
이들은 농사짓는 등고리 주민들과 어울려 서천군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산너울와서 아이 하나 더 가졌어요” = 이동기(42)·고정희(43)씨 부부는 지난 8월말 6개월여의 주말부부 생활을 끝냈다. 전기회사에서 일하던 이씨가 서울의 직장을 정리하고 8월말 산너울에 정착한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고씨는 남편보다 먼저 딸(9)과 함께 지난 2월 산너울에 들어왔다. 학교도 서울에서 이곳 서천군에 있는 문산초등학교로 옮겼다.
이들 부부는 시골에서 자라며 느꼈던 정서적 풍요로움을 딸에게 선물하고 싶어 귀촌을 선택했다. 귀촌할 곳을 전국을 다니던 이들은 2006년 10월 열린 전원마을페스티벌에 참여해 ‘산너울’을 알게 됐다.
이씨는 “내 고향 남원은 경치가 좋지만 사람이 없었다”며 “여기는 전원주택단지로 조성하고 있어 친구와 또래가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귀촌을 위해 필요한 것은 풍경에 앞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씨는 “나도 고민을 나눌 또래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 교육도 있어 사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새로운 직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기자가 방문한 날, 이씨는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구직사이트 워크넷(www.work.go.kr)에 구직신청을 했더니 인근에 있는 대천지역 호텔에서 면접보러오라고 조금 전 연락이 왔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버려야 시골에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귀촌은 서울에서 한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씨도 서울보다 여유있는 학교가 마음에 든다. 그는 “서울에선 한 반에 33명, 많게는 47명까지 아이들을 가르쳤고, 그런 반이 76개나 모인 거대한 학교에서 일했다”며 “문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8명이고, 우리 반 아이는 4명이다”고 말했다.
급식실에서 전교생이 얼굴을 맞대고 지역농협에서 공급한 식재료로 만든 밥을 먹는다. 인스턴트가 없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조리법에 서천 유기농쌀을 이용하는 이곳 급식을 보면 서울 아이들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어른들만 시골살이가 좋은 게 아니다. 딸 보리양도 “산너울이 서울보다 100배, 아니 우주만큼 더 좋아”라며 대 만족이다.
마음이 여유로워진 이들 부부는 산너울에 와서 아이를 하나 더 가졌다. 고씨는 현재 임신 4개월이다.
◆별을 보기 위해 키 낮은 가로등을 만들다 = 산너울은 웹2.0 시대에 맞는 마을이다. 마을을 만들 때부터 이곳에서 살 사람들이 함께 만들었다.
2005년 서천군과 농식품부가 이곳에 전원마을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한 후 황금성(55)·계순옥(51)씨 부부 등 이곳에 들오려는 15가구 사람들이 모여 ‘어떤 마을을 만들어 갈 것인가’하는 주제로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산너울마을이 들어설 서천군 등고리 주민들과 이장을 먼저 만나 주민들의 생각이 어떤지 물었고, “농촌을 떠나는 이 때 들어와 살겠다고 하는 여러분을 환영하며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답을 들었다.
이들은 농촌마을가꾸기를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이장’과 ‘함께 마을만들기(Co-Housing)’ 방식으로 산너울을 디자인했다. ‘코하우징’의 핵심은 주민참여다. 이들은 △산너울은 생태공동체마을이다 △스스로 참여하는 마을이다 △토지는 공동지분으로 한다 △주택은 연립형으로 건축한다 △스스로 공동 공간을 만든다 △주택 매각(임대 포함)은 자치위원회를 통해 한다는 6가지 원칙을 정했다. 물론 이 원칙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입주했다.
마을건축을 담당한 이경주(40) 이장 푸른새미사업부 소장은 “초기 6가지 원칙은 이후 마을규약으로 발전했다”며 “규약을 만드는 과정은 숱한 토론의 과정이었고, 입주민들의 바람과 개성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태양열·태양광을 이용하는 마을주택은 태양광의 반사각을 고려해 지붕모양을 정했고, 건축소재는 단열효과와 환경친화성을 고려해 황토벽돌과 목재를 사용했다. 주택높이도 다락을 고려했다.
마을자치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동기씨는 “산너울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주민총회’에서 가로등 높이를 1m 남짓을 결정했다”며 “가로등 불빛이 별빛을 방해하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천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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