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여론조사·12월 주민투표 … 통합 결정되면 내년 7월 출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자치단체의 자율통합 건의서 제출이 완료됐다. 30일까지 신청한 지역은 18곳 46개 시·군이다. 신청 지역은 수도권(경기도)이 7개 지역으로 가장 많고 충청권이 5개, 호남권과 영남권이 각각 3개 지역씩이다.
이번에 제출된 통합 건의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주민들에 의한 건의서 제출이 많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통합 건의서를 제출한 지역은 경기도 광주시 등 모두 21개 시·군이다. 단체장(14개 시·군)이나 지방의회(15개 시·군)보다 많다. 특히 여주·이천과 전주·완주는 주민들 건의서를 제출한 지역이다. 단체장이나 의회에서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데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경우다.
윤종인 행안부 자치제도기획관은 “이렇게 건의서를 많이 제출할 줄은 몰랐다”며 “자율통합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통합 가능성 높은 지역 5곳 = 문제는 실제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통합이 이뤄지느냐다. 이날 접수된 건의서를 분석해보면 우선 통합건의 대상지역 모두가 건의서를 접수하고, 대상 지역도 서로 일치하는 경우가 통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청원, 전주·완주, 성남·하남·광주, 여주·이천, 구리·남양주 등 모두 5곳이다. 다만 청원군과 완주군 등 일부 지자체의 통합 반대 움직임도 만만치 않아 결과를 속단하기는 쉽지 않다.
통합건의 대상지역이 일치하지 않는 지역도 5곳이나 된다. 경남 마산·창원·진해·함안의 경우 마산은 시장과 의회 주민 모두 마산·창원·진해 통합을 원하고 있다. 창원도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진해는 창원·진해만을, 함안은 4개 지자체 모두 또는 마산·함안만의 통합을 원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안양·의왕·군포과천과 의정부·양주·동두천, 수원·오산·화성이 각 지자체별 통합을 원하는 대상이 다르다. 전남의 목포·무안·신안도 같은 경우다.
관련 지자체 중 한 쪽에서만 건의서를 제출한 경우도 8곳이다. 경기도 안산·시흥은 안산시의회만 건의서를 냈다.
충남의 경우 부여·공주는 부여군수만, 천안·아산은 천안시의회와 주민만 건의서를 냈으며 홍성·예산도 홍성군수만 건의서를 냈다. 충북 괴산·증평도 괴산 쪽에서만, 경북 군위·구미도 군위 쪽에서만 통합을 건의했고, 경남 산청·진주도 산청군의회만 건의서를 냈다.
이처럼 통합 대상지역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르거나 대상지역 중 어느 한 쪽만 건의서를 낸 경우 상당한 부작용도 예상된다. 건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지역은 대부분 통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충남 천안·아산의 경우 아산시와 시의회가 천안시의 일방적 통합 추진이라며 강하게 반발, 지역 갈등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홍성·예산, 괴산·증평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겸훈 한남대 교수는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 의견만으로 추진될 경우 오히려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윤종인 행안부 자치제도기획관도 “(어느 한쪽만의 통합 추진이 이뤄질 경우) 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이 과도하게 통합 찬·반 운동에 나설 우려가 있다”며 이를 경계했다.
◆10월 여론조사·12월 주민투표 = 행안부는 통합 건의절차가 끝남에 따라 대상 지자체의 주민과 지방의회 등의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그 결과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지방의회의 의견수렴이나 주민투표 등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행안부는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60% 이상이면 주민투표 없이 지방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60% 미만이면 주민투표로 통합 여부를 결론짓는다.
주민투표는 해당 지자체별로 실시하면 행정 낭비가 많은 만큼 전국적으로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여론조사 기간 등을 감안하면 11월 말이나 12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투표에서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고 과반수 찬성이 나와야 통합이 결정된다.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이 확정된 지자체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7월 통합자치단체가 출범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경기
짝짓기 쉽지 않아
경기지역에서는 성남·하남·광주 등 7개 지역에서 행안부에 통합건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안양권 의정부권 수원권 3곳은 통합건의 대상범위에 대해 이견을 보였고 남양주·구리, 여주·이천, 안산·시흥 3곳은 지자체간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성남·하남·광주는 지자체간 통합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가장 덩치가 큰 성남의 분당·판교 등 아파트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실현여부가 불투명하다.
안양권의 경우 안양시는 안양·의왕·군포 통합을 건의했지만 주민들은 안양·의왕·군포·과천 통합을 건의했다. 의정부시의회는 의정부·양주·동두천 통합을, 양주와 동두천시의회는 양주·동두천만의 통합을 원했다. 수원시의회는 수원·오산·화성 통합을, 오산시의회는 오산·화성시만의 통합을 건의했다.
남양주·구리의 경우 남양주시장과 구리시민이 각각 지난 4일과 30일 통합건의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구리시장은 남양주시의 일방적인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시민대책위가 9만여명의 통합반대 서명부를 행안부에 제출했다.
안산·시흥도 안산시가 지난 28일 시장 및 시의회 명의로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시흥지역에서는 아예 의견서도 보내지 않았다. 여주·이천지역 역시 주민들이 지난 28일 건의서를 냈지만 지자체는 통합에 부정적이다. 성남·광주·하남지역은 3개 지자체장이 이날까지 모두 통합에 찬성의견을 냈고, 광주시의회와 주민들도 지난 28일 통합건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성남시아파트연합회와 광주,성남,하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단체장과 정부가 인위적이고 졸속으로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대상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찬반의견이 엇갈리는 지자체의 주민의견이 어떻게 모아질 지가 주목된다.
한편 경기도는 각 지역의 통합건의서를 행안부에 제출하면서 △시·군 통합에 앞선 지방분권 실시 △시·도지사 직속의 자치경찰제 조기 도입 △통합 추진에 따른 시·군간 갈등 해소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첨부했다.
수원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충청
청원 주민이 열쇠
청주·청원은 이미 두 차례 통합을 시도했던 지역이다. 달걀 흰자와 노른자 형태의 두 지자체 지형이 통합의 필요성을 웅변하고 있고, 역사·문화·생활 등 모든 면에서도 통합 당위성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통합이 시도될 때마다 번번이 청원군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됐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청주시와의 통합으로 손해 볼 수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청원군 내부에서 자발적인 통합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주민들이 직접 통합 건의서도 제출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통합 찬성 쪽이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청원군청과 청원군의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
한편 청주·청원 통합이 주목받는 것은 두 지자체가 충북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도 무관치 않다.
통합될 경우 인구가 79만명으로 충북도 전체 인구(150만명)의 절반을 넘어선다. 광역자치단체인 충북도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충북도내 나머지 지자체들의 이합집산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북부권의 충주·제천·단양, 남부권의 보은·옥천·영동, 중부권의 진천·괴산·음성·증평 등으로 뭉치는 그림이 그려진다. 정부나 정치권이 구상하고 있는 ‘전국을 60~70개 지자체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청주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경남
넘어야 할 산 많아
창원 마산 진해 짝짓기안 ‘제각각’
창원과 마산, 진해시가 연내 통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제각기 다른 ‘짝짓기’안을 내놓아 이를 조정하는 게 만만치 않다.
창원시는 마산 진해 3개시 통합을, 마산시는 3개시 통합을 1순위로 하되 이것이 어려우면 마산 창원만이라도 통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진해시는 창원과의 통합을 건의했다.
각 지역 여론도 온도차가 크다.
시세가 상대적으로 큰 창원시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적인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굳이 여건이 열악한 마산이나 진해와 통합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박완수 창원시장은 “어떤 경우든 주민의사를 물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마산시는 “주민투표 절차를 생략하고 통합할 것”이라며 밀어부칠 태세다. 진해시에서는 부산과의 통합을 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내홍을 겪고 있다.
3개시가 통합되는 100만규모의 통합시가 생겨나고 내년 지방선거 구도도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창원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경북
군위군만 통합 건의
짝사랑하는 군위군, 시큰둥한 구미시
대구 경북지역 3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경북 군위군이 구미시와 행정구역 자율통합안을 제출했다.
경북 군위군은 행정구역 자율통합 건의서 제출 마감날인 30일 구미시와 수평적 통합을 희망한다는 주민 1246명의 동의를 받은 건의서를 행정안전부에 냈다.
군위군은 주민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7.5%가 인근 시군과 통합에 찬성했고 구미시와의 통합안에 대해서는 74.6%가 동의하는 등 서쪽에 연접한 구미시와 통합하면 공동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군위군은 한때 인구 8만명에 달하는 자치구였으나 현재 2만5000여명에 불과하며 재정자립도 19%, 노령인구가 30.6%에 달해 평균연령이 49세인 ‘미니’ 지자체여서 자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군위군은 국미국가산업단지의 확대로 구미와 맞닿을 정도로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구미시와 통합이 성사되면 구미공단 베드타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구미시는 시큰둥한 입장이다. 구미시는 김천시나 상주시, 칠곡군 등과의 통합을 검토했으나 군위군과의 통합은 논의조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역사 문화적인 공통점이 없고 생활권 불일치, 통합후 재정자립도 하락 등의 이유로 ‘윈-윈’ 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구미는 재정자립도 44.2%, 평균연령 31세로 손꼽히는 성장도시 중 하나다. 구미시는 또 지난 1995년 선산군과 통합된 이후 선산군지역이 오히려 낙후됐다는 사례를 들어 군위군도 통합 시너지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구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전북
완주 반대여론 거세질듯
전주-완주 주민투표 불가피
정부가 통합찬성 여론 60% 이상일 때 주민투표 없이 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결정할 방침을 내비쳤다.
통합신청 지자체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행안부가 당초 통합가능성이 높은 지역 중 한 곳으로 꼽았던 전주-완주는 주민투표가 불가피해 보인다.
완주군수는 물론 완주군 주민단체의 반대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통합신청을 앞두고 전북도내 언론사가 2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완주군민의 51.7%, 43.0%가 통합찬성에 손을 들었다. 행안부가 제시한 60% 수준에 미달된다.
더불어 통합에 반대하는 주민단체의 움직임이 더욱 조직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통합신청 마지막날인 지난 30일 ‘완주사랑지킴이운동본부’는 완주군 삼례읍 문화체육센터에서 2000여명이 참여하는 통합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정치권도 통합에 부정적이다. 전주시와 전주지역 국회의원 등의 적극적인 구애에 불구, 임정엽 완주군수는 물론 군의회도 반대입장이 분명하다.
완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최규성 의원도 ‘주민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통합반대 의견을 보였다.
행안부가 여론조사 찬성비율 60%를 마지노선으로 정한 만큼 여론을 선점하기 위한 완주군의 통합반대 활동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의회의 찬성결의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