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해양사관으로 역사 다시 이해해야”

최낙정 해양문화재단 이사장

지역내일 2009-10-14
평화·번영 기원 ‘국토해양대장정’
해양문화, 세계를 하나로 잇는 길

2009년 8월 5일 대학생 104명이 해양문화재단(이사장 최낙정)과 함께 ‘국토해양대장정’ 길에 올랐다. 13일간 서해에서 남해를 거쳐 동해바다에 다다른 대학생들은 독도를 뜨거운 가슴으로 안았다.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백령도 뱃길에서는 서해교전(2008년 4월 제2연평해전으로 격상)으로 숨진 젊은 넋을 위로했다. 해양대장정길에 오른 이들은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피 흘렸던 바다가 더 이상 갈등과 전쟁터가 아닌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했다.
푸른 바다에 보석을 박아놓은 듯한 남도 섬을 지날 때는 ‘해양부국론’을 주장한 다산 정약용을 떠올렸다. 다산은 ‘조선의 땅이 비좁아 북으로는 2000리, 남쪽은 1000리에 불과하다’며 해양에 대해 관심 없는 조정을 비판했다. 당시 다산은 남쪽바다의 섬 1000여개를 보물로 여겼다. ‘경세유표’에서는 섬을 관장하는 해양총괄관청인 유원사(綏遠司)를 설치하자는 ‘남방경영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하멜표류기’를 다시 생각했다. 육지사관이 아닌 해양사관으로 하멜을 다시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종착지 독도에서 청년들은 독도의 뿌리, 3000m 심해에서 요동치며 솟구치는 독도바다를 끌어안았다.
최낙정 이사장은 “해양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떨치는 살아있는 현장 교육이었고 바닷길을 통해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는 무한한 꿈을 꾸었다”며 “젊은이들이 과거 해양역사를 통해 인류가 살아갈 청사진을 그린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토해양대장정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젊은이들이 해양에 대해 올바른 역사관을 통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 이사장은 “해양문화는 해양을 둘러싼 자연과 인간간의 문화현상을 총망라하는 개념”이라며 대륙중심 사고에서 해양중심 사고로 전환할 것을 강조했다.
◆강대국의 해양정책 주목해야 = 진취적이고 활발한 해양 정책을 폈던 고구려나 고려가 번창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사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에게문명부터 동양의 해양문화까지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 중국 명나라때 정화함대는 함선 100여척과 2만8000여명 병력으로 해상실크로드를 개척했다. 2005년 중국은 정화 600주년을 기념하며 해양시대를 선포했고 상하이 앞바다에 제2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해양을 통해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해양과학, 해양동·식물학, 해양생태계, 환경 등 해양문화가 해양에 관한 모든 것을 아우른다. 이 속에서 문학과 예술 등 인간의 다양한 삶의 형태가 뒤엉켜 공존한다.
우리는 아직 해양문화와 역사에 대해 적극적인 이해가 미비한 실정이다. 해양문화라는 이름도 최근에야 쓰이기 시작했다. 최 이사장은 “바다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교훈을 거듭 강조했다.
“왜구 침략 후에도 바다를 버렸고 이순신이 죽은 후에도 바다를 두려워하며 경계선을 그었다. 그러나 아직도 옷만 바꿔 입은 신왜구가 나타나고 있고 해양영토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도 진취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최 이사장은 “한·중·일간 바다 선긋기 싸움은 지속될 것이고 2028년 대륙붕 협상이 끝나면 바다영토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20~30년, 100년 후를 설계하고 준비하며 전문가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어린이 동화책에 왜 ‘해적’이 등장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바다와 친해지도록 교육시키는 강대국들의 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해양에 관한 관심과 이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단체와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교과서에도 해양 관련 인물과 역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 이사장은 “가까운 우리 해양역사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강국의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진단한다. 뛰어난 외교력을 발휘, 독도를 찾은 안용복은 영웅이 아니라 귀양살이로 생을 마감했고 울릉도(삼봉도)를 개척한 김경한은 극형에 처했고 딸은 노비로 팔려갔다. 한국 최고의 어보(魚譜)를 쓴 정약용도 18년이란 세월을 바닷가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반면 영국을 비롯한 서양제국은 해적에게 ‘경’의 칭호를 주고 해양제국건설 길잡이로 내몰았다.

◆‘세계 속 한국’ 바다 통해서만 가능 = 최낙정 이사장은 해양을 통한 국가발전론을 역설하고 문학과 역사 관광 산업을 하나로 묶어내는 변화와 융합정책을 강조했다.
“2차원이 아닌 4차원의 입체적인 해양정책이 절실하다. 조선산업도 부가가치가 높은 요트와 크루즈 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최 이사장은 “육상 정유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며 “해상구조물 시대를 준비하고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문화재단은 다음 국토해양대장정에는 외국학생들과 함께 독도를 방문할 계획이다. ‘동해바다 끝 외로운 섬 하나’라는 노랫말이 틀렸음을 지적할 작정이다. 독도는 우리에게 신비한 존재이자 러시아와 일본을 넘어 대양으로 뻗어나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외 젊은이들이 이를 느끼기 원한다. 최 이사장은 “세계 속의 한국은 바다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청소년들이 바다에서 꿈을 실현시키며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책임이고 의무”라고 말했다.

최낙정 이사장은
-고려대학교 법학과 (법학사)
-영국웨일즈대학교 대학원 졸(해양법석사)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해사법학과 졸업(법학박사)
-제17회 행정고시 합격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해양수산부 장, 차관
-한국해양대학교 초빙교수
-단국대학교 행정법무대학원 초빙교수
-해양문화재단 이사장
-‘독도가는 길’펴냄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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