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 칼럼

지역내일 2009-10-13 (수정 2009-10-13 오전 7:57:04)
NO. (큰제목) 이성의 빛-사형제 폐지 청원
유승삼 칼럼(언론인)


나영이의 처참한 피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우리 사회는 온통 법원과 검찰의 성토장이 되고 있다. 8살 어린이가 겪은 그 끔직한 일에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너도 나도 ‘이 때다!’는 듯이 국민의 감정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흥분하는 모습은 보기에 좀 민망하다. 때마침 열린 국회도 국민의 감정과 어긋난 형량을 내린 법원과 항소를 포기한 검찰을 질타하는 경연장이 되고 있다.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의원은 평소의 냉정함을 잃고 법원에게 “성범죄를 중범으로 보지 않는 잠재의식이 있거나 다른 범죄와의 형식적 형평성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흥분했다. MB도 이때를 놓칠 새라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이런 반인륜적 범죄자와 함께 살아 갈 수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며 한 걸음 더 나가버렸다. 언론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마치 중형만이 범죄의 유일한 처방전인 것처럼 ‘중형’ 또 ‘중형’인 것이다.

(중간 제목)중형만으로 범죄예방 가능할까

흉악범에 대한 중형이 가슴을 후련하게 할는지는 모르겠다. 흉악 범죄에 중형은 마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형이 범죄를 줄이거나 예방한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나 통계는 없다.
비극의 현장을 살핀 한 신문기자는 ‘나영이 사건이 우발적 사고만은 아니며 대로변 뒤쪽에 분지처럼 되어 있는 사각지대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고 보도했다. “그런 취약지대를 초등학생들이 매일 등하교 때 오가고 있었지만 아무런 방범대책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더 근원적인 원인은 나영이의 가정환경에 있었을지 모른다. 나영이가 사는 다세대 주택은 전형적인 서민 주거지에 있었다. 나영이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 어머니는 가사 도우미이다. 아이 안전을 생각하고 배려할 여유가 없었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런 가정환경에, 지역 사회의 안전망 부실이 겹쳐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사회가 범죄요인이 있는 질환자를 방치한 책임도 크다. 범인 조두순은 술을 마시면 행동 통제력을 잃는 알콜중독자였다고 전해졌다. 이런 자가 거리를 활보하게 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안양 초등생 혜진`예슬양 사건만 해도 범인은 아동 포르노물에 집착하는 싸이코패스였다.
범인들의 과거를 캐들어가 보면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난다. 조두순이 알콜중독자에, 싸이코가 된 저 멀고 깊은 배경에는 가난, 차별 혹은 불평등과 같은 근본적인 사회문제가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죄가 용서될 수 있는 건 전혀 아니다. 다만 범죄에는 언제나 개인적 성향과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임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치 낮은 형량에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가 있고 제2, 제3의 비극도 중형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 시켜 생각하는 것이다. 법원, 검찰은 국회의원들의 호통에 고개를 숙이며 양형 조정을 약속했다. 조두순은 이례적으로 청송감호소로 직행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2의 나영이 비극을 막을 대책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향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다. 성범죄자, 싸이코패스에 관한 대책이나 우범지역과 방범 사각지대에 관한 대책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들은 나영이의 비극 그 자체에만 함몰돼 있는 것이다.

(중간제목)사형은 원시적 복수욕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다. 나영이의 비극에 대한 충격 때문에 모두들 중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이 와중에서도 ‘사형제 폐지를 위한 입법 청원서’가 지난8일 국회에 제출됐다는 사실이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청원서에서 “사형제도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서엔 천주교 신자 10만481명의 서명이 담겼고 김부겸, 조정식, 박선영, 이정희, 조승수 의원등이 입법 소개 의원으로 참여 했다.
사형 폐지론자들은 사형이 ‘눈에는 눈’이라는 응보적이고 복수욕에 눈이 먼 행위라고 주장한다. 또한 사형은 자신의 무의식적 죄책감이나 억압된 좋지 않은 성향을 범인이란 속죄양에게 전가하여 죄책감이나 좋지 않은 성향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심리 매커니즘이라는 것이다. 또한 범죄의 대부분이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이상 사형으로 중범죄의 예방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조두순에 대한 반감이 사형옹호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형폐지 청원은 그래도 이성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가닥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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