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내쫓는 뉴타운, 이대론 안된다]“뉴타운때문에 월세방서도 쫓겨날 판”
노후도 19% 지역도 재개발 … 2012년까지 6만세대 공급부족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국 230개 기초단체장과 16개 광역단체장을 뽑는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 공신이었던 ‘뉴타운’이 또다시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뉴타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저간의 상황은 역전됐다. 2003년 당시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그 실체를 몸으로 체득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생활근거지에 재정착하기 어려워 외곽으로 밀려나기 일쑤고 거주지에 대한 대책도 없이 무작정 쫓겨나는 이들이 태반이라 그렇다. 그러나 ‘뉴타운=엄청난 개발이익’이라는 망령은 생생하고 뉴타운사업은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내일신문은 ‘뉴타운’의 실체를 집중 분석, 도시재생사업을 친환경적 리모델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대다수 주민들이 떠나간 서울 성동구 왕십리1구역. 거리에는 철거물을 옮기는 덤프트럭만 오가며 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남은 건물은 창문이 다 깨지고 쓰레기에 둘러싸여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사진 이의종
서울시가 노후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무차별 재개발하면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지역에서 6만여가구가 쫓겨날 전망이다. 가구당 평균 3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18만명의 원주민들이 쫓겨나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재개발구역 가운데 44곳의 노후·불량건축물 비율이 6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도는 해당구역 내 지은 지 20년 이상 된 건물 비율을 뜻한다.
노후도가 40% 미만인 지역 역시 11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신길16-2구역의 노후도는 19.2%인 것으로 나타났다. 5채 중 4채가 노후주택이 아닌 멀쩡한 집인데도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그만큼 쫓겨나는 서민들이 많다는 얘기다.
◆“여기서도 뉴타운사업 시작되면 어떡하나…” = 특히 서민을 위한 소형·저렴한 주택 공급이 부족해 그렇지 않아도 원주민 중 20% 가량만 재정착하는 뉴타운 지역(23만 가구 거주)에서 아예 쫓겨나는 주민들은 훨씬 늘어난다.
왕십리뉴타운 주거세입자 김 모(51)씨는 “방2칸짜리 전세 5000만원에 살다가 지난달 보증금 500만원에 28만원짜리 월세인 단칸방으로 옮겼다”며 “월세방도 힘들게 구했는데 여기서도 뉴타운사업이 시작되면 더 변두리로 이사가거나 아예 연고도 없는 시골로 떠나야할지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연도별 누적 주택 부족분은 2006~2009년 8639가구에서 2010년 7795가구로 소폭 감소했다가 2011년 4만5142가구, 2012년 6만152가구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타운 지역에서 본격적인 철거가 예상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수요공급을 단순 비교하더라도 공급이 6만가구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택지개발 이후에는 집값과 전세값이 대폭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민들이 원래 살던 지역에 다시 정착하기 어렵다는 점은 불을 보듯 환하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 주택 공급량이 멸실량보다 적은 자치구는 성동구로 8716가구가 부족하다. 다음으로는 양천구(5087가구 부족) 영등포구(3574가구) 서대문구(2742가구) 노원구(1975가구) 마포구(1353가구) 순이었다.(그래프 참조)
◆1~8월 서울시내 전세값 5.4% 상승 = 노원구와 인접한 도봉구, 서대문구와 접한 마포구의 경우 인접 지역도 공급물량이 부족해 전세대란이 어느 지역보다 심각할 전망이다.
이미 올초부터 멸실량 과다로 전세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1~8월 서울시내 전세값은 평균 5.4% 상승했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전세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조정식 국회 국토해양위 의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 양천구 신월동 73㎡ 주택 전세가격이 6000만원에서 8월 14일 8500만원으로 42%(2500만원)나 급등했다. 이 지역에 살던 세입자는 전세값 상향요구로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사했다. 지난해 7월 1억2000만원이던 영등포구 문래동 26평 아파트 전세값은 올 9월 1억6000만원으로 33%(4000만원) 올랐다.
◆중·대형 아파트 위주 개발이 문제 = 뉴타운 지역에는 저렴하고 규모가 작은 아파트보다 중·대형아파트 위주로 개발하기 때문에 원주민 입주가 더 어렵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난 22개 뉴타운 지구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2만7236세대인데 반해 새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5397호에 불과하다.
이은정 왕십리뉴타운 세입자대책위원장은 “3000만~4000만원 수준이던 전세값이 1억원을 넘어섰다”며 “주거이전비 1000만원 정도 받아도 소형주택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방을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서울시 주거정책이 서민들을 보금자리에서 내쫓는 정책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뉴타운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김선일 오승완 박소원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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