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 시인의 글꽃이 피어난다”
시조의 치료효과 담아 ‘옛가락 이젯가락’
손종섭/ 김영사/ 1만3천원
시조를 아냐고 묻는 말에 고등학교에서 배운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이 생각나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음율이 생각나고 음악적 요소가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 시조는 겨레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천고 시인의 글꽃이 다시 피고, 만년 시향은 세상에 번진다.” 고전시가에 대한 독보적 해석으로 격찬을 받은 손종섭 선생이 필생의 숙원으로 이룩한 시조문학의 결정판 ‘다정도 병인 양하여’가 나왔다.
관료 문인 야인 천인 기녀 궁녀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현장에서 일구어 낸 시의 진경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이조년 정철 윤선도 홍랑 매창 황진이 등 고인들의 옛가락 절창 300수로 만나는 고전시가의 백미로 일컫는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한국 시조의 대명사 손종섭 선생의 글을 두고 이런 평가를 했다. “시조가 겨레의 노래라고 입을 모아도, 이제 남은 것은 감동없는 형식 실험의 해괴함과 현실과는 동뜬 호고 취미에서 나온 고고(孤高) 뿐이다. 선생의 이 책에는 옛가락과 지금 노래가 한 자리에 어우러져 신명나는 노래판 춤판이 한창이다. 꽃이 피고 새가 운다. 피가 돌아 기운이 난다. 어깨춤이 들썩한다. 실로 흐벅지고 난만하다.”
시조는 우리나라 시가 문학의 원류이자, 한국인의 문학적 젖줄로서 너무나 익숙한 문학형식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 시대들어 시조문학은 많이 퇴색한 것처럼 보인다. 시조에는 선조들의 삶이 고스란히 스며있지만 정작 우리는 정조의 한 자락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1918년 생으로 한학자인 선친 월은 손병하 선생에게서 시종가학을 전수했다. 선인들의 우수 한시 250수를 국문학으로 환원한다는 정성으로 복원했다. 저자는 현대 정서와 긴밀한 216편을 뽑아 노래한 ‘손 끝에 남은 향기’를 펴내, 국문학계에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남겼다.
특히 시조는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처방전으로 좋은 약효를 낸다. 천년 시인의 글꽃이 마음의 병을 고치고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데는 시조만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시조를 읊어 보자.
“춘산(春山)에 불이 나니 못다 핀 꽃 다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글 물이나 있거니와 이 몸에 내 없는 불이 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 된 김덕령의 시조다. 적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수였지만 선조 24년 반란을 일으킨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무고로 투옥, 일방적인 혹독한 국문 끝에, 30세를 일기로 옥사한 무장이다. 그 가슴속 타는 불길이야 누구도 모를 것이고, 물이 있다한들 끌 수도 없을 것이다. 그의 처절한 심정을 잘 나타낸 이 시조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의 병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다음은 사랑하는 님을 보낸 심정을 읊은 시조다. “어와 내 일이여! 나도 내일 모를로다. 우리 님 저승 갈 제 못 가게 제 못 막고? 보내고 이 긴긴 세월 살뜬 생각 어이료?”
아내를 먼저 보내고 내내 잊지 못해하는 그 마음을 박효관이 표현했다. 살아 있을 때의 자질구레한 갖가지 잊히지 않는 기억들, 구석구석 살뜰히도 그리워지는 그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추억의 시조를 읊어본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여기에는 폐허가 된 옛 서울 송도에 들러본 고려 유신들의 감개가 담겨있다. 그리움과 원통함을 동시에 표현한 이 시조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역시 ‘음율’에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시조에 음을 붙여 흥얼거려 보자. “오백녀언~ 도으읍지르을~.”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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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의 치료효과 담아 ‘옛가락 이젯가락’
손종섭/ 김영사/ 1만3천원
시조를 아냐고 묻는 말에 고등학교에서 배운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이 생각나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음율이 생각나고 음악적 요소가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 시조는 겨레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천고 시인의 글꽃이 다시 피고, 만년 시향은 세상에 번진다.” 고전시가에 대한 독보적 해석으로 격찬을 받은 손종섭 선생이 필생의 숙원으로 이룩한 시조문학의 결정판 ‘다정도 병인 양하여’가 나왔다.
관료 문인 야인 천인 기녀 궁녀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현장에서 일구어 낸 시의 진경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이조년 정철 윤선도 홍랑 매창 황진이 등 고인들의 옛가락 절창 300수로 만나는 고전시가의 백미로 일컫는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한국 시조의 대명사 손종섭 선생의 글을 두고 이런 평가를 했다. “시조가 겨레의 노래라고 입을 모아도, 이제 남은 것은 감동없는 형식 실험의 해괴함과 현실과는 동뜬 호고 취미에서 나온 고고(孤高) 뿐이다. 선생의 이 책에는 옛가락과 지금 노래가 한 자리에 어우러져 신명나는 노래판 춤판이 한창이다. 꽃이 피고 새가 운다. 피가 돌아 기운이 난다. 어깨춤이 들썩한다. 실로 흐벅지고 난만하다.”
시조는 우리나라 시가 문학의 원류이자, 한국인의 문학적 젖줄로서 너무나 익숙한 문학형식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 시대들어 시조문학은 많이 퇴색한 것처럼 보인다. 시조에는 선조들의 삶이 고스란히 스며있지만 정작 우리는 정조의 한 자락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1918년 생으로 한학자인 선친 월은 손병하 선생에게서 시종가학을 전수했다. 선인들의 우수 한시 250수를 국문학으로 환원한다는 정성으로 복원했다. 저자는 현대 정서와 긴밀한 216편을 뽑아 노래한 ‘손 끝에 남은 향기’를 펴내, 국문학계에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남겼다.
특히 시조는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처방전으로 좋은 약효를 낸다. 천년 시인의 글꽃이 마음의 병을 고치고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데는 시조만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시조를 읊어 보자.
“춘산(春山)에 불이 나니 못다 핀 꽃 다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글 물이나 있거니와 이 몸에 내 없는 불이 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 된 김덕령의 시조다. 적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수였지만 선조 24년 반란을 일으킨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무고로 투옥, 일방적인 혹독한 국문 끝에, 30세를 일기로 옥사한 무장이다. 그 가슴속 타는 불길이야 누구도 모를 것이고, 물이 있다한들 끌 수도 없을 것이다. 그의 처절한 심정을 잘 나타낸 이 시조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의 병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다음은 사랑하는 님을 보낸 심정을 읊은 시조다. “어와 내 일이여! 나도 내일 모를로다. 우리 님 저승 갈 제 못 가게 제 못 막고? 보내고 이 긴긴 세월 살뜬 생각 어이료?”
아내를 먼저 보내고 내내 잊지 못해하는 그 마음을 박효관이 표현했다. 살아 있을 때의 자질구레한 갖가지 잊히지 않는 기억들, 구석구석 살뜰히도 그리워지는 그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추억의 시조를 읊어본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여기에는 폐허가 된 옛 서울 송도에 들러본 고려 유신들의 감개가 담겨있다. 그리움과 원통함을 동시에 표현한 이 시조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역시 ‘음율’에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시조에 음을 붙여 흥얼거려 보자. “오백녀언~ 도으읍지르을~.”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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