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치 기획 2편

지역내일 2009-10-20
한국정치의 한계를 돌파할 생활정치의 매력


정상호(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생활정치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

생활정치가 유행하면서 몇 가지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는 지역정치라는 것이다. 생활정치는 지역뿐만 아니라 일상의 근거지인 직장과 가정의 안정 및 민주화에도 동일한 관심을 갖고 있다. 생활을 매개로 한 지역정치와 중앙정치의 연계 강화가 생활정치의 역할이다. 둘째는 미시정치라는 해석이다. 생활정치는 주변의 소소한 것에서 출발하지만 소통과 연대를 통해 세계화, 유전자 변형, 생태에 관심을 미치고 있다. 생활정치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다. 셋째는 탈정당 정치라는 해석이다. 생활정치는 오히려 정당과 사회운동의 효과적인 결합을 강조한다. 일본 생활정치의 전형인 가나가와 네트워크가 지역정당이었으며, 일본 민주당이 생활정당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넷째는 페미니즘에 근거한 여성정치라는 해석이다. 그것은 단순히 일본의 주부 운동적 성격을 반영한 특성이지 보편적 경향은 아니다. 끝으로 중도실용의 탈이념 정치라는 오해이다. 하지만 생활정치는 성찰적 시민을 주체로 한 생태평화의 이념과 권력과 자본에 의해 식민화되고 있는 생활세계를 복원하겠다는 진보적 기획을 내재하고 있다.

생활정치는 다원화된 시민정치이다

생활정치의 일차적 주체는 시민이다. 그런 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주도의 계급정치나 유권자 중심의 정당ㆍ선거정치와 다른 맥락에 서 있다. 또한 적극적 시민이라는 단일 집단을 전제로 국가 권력의 견제와 감시를 목표로 한 시민운동과도 다르다. 생활세계 속에서 시민은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고, 납세자, 유권자, 주부, 주민, 실직자 등 여러 모습으로 분화된다. 생활정치는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진 시민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자신들이 체감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으뜸 의제로 삼고, 이를 정책화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정치를 말한다. 생활정치의 대상은 거대 권력이나 독재 정권이 아니다. 그것은 한미 FTA, 국가보안법, 미디어법, 4대강 사업 등 시민의 일상생활과 거리가 먼 주제를 제일 중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는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여의도 정치이다. 생활정치는 특정 정파의 소유물이 아니다. 진보건 보수건 여든 야든 생활과 유리된 권력정치를 지향하는 기존의 인식과 관습 일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생활정치는 가계부 정치이다

가계부는 시민생활을 가장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생활정치의 출발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수입쇠고기 파동이 불순한 정치세력의 음모라고 단정하였지만 생활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가계 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먹거리 문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불만의 표출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정부 혼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한 주부와 여성, 학생들의 정당한 항거였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뒤늦게 대책마련에 분주하고 있지만 통신비 또한 생활정치의 주요 의제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정부의 늦장 대응과 독점 대기업의 횡포 속에서 OECD 가운데 가장 비싼 통신료를 지불하여 왔다.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참여연대는 주거ㆍ교육ㆍ의료의 가계지출 비중은 26%이지만 누락된 주택담보대출과 사교육비 등을 포함한 실제 비중은 5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생활정치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가족과 이웃의 관계를 황폐화시키는 이러한 문제가 국가보안법이나 4대강 사업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정치적 신념이다.

<2인 이상="" 가구의="" 가계비="" 지출="" 비중="">
식료품25.1주거3.4광열수도4.8가구가사4.3의류신발5.3보건의료5.2교육12.0교양오락5.0교통11.2통신6.0
자료: 통계청(2008)

생활정치는 성찰과 소통의 정치이다

서유럽과 일본에서 1960년대에 이르러 생활정치가 출현하였다는 사실이 암시하는 바가 크다. 그네들은 그 때 기든스가 말한 ‘고삐 풀린 성장’이 자신들의 일상은 물론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핵전쟁의 위협과 무한 질주의 성장을 거두고 생태, 평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가치의 소중함을 재발견하였던 것이다. 소통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생활정치가 찾아낸 유력한 수단이다. 생활정치는 문제해결의 수단으로서 수적 우세와 조직 동원을 앞세운 거리의 정치나 쟁투의 정치보다는 합리적 대화와 설득을 선호한다. 생활정치의 관점에서 용산참사를 보면 그것은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폭력사태이다. 생활정치는 지역 공동체의 요구 특히 세입자의 생존권 보장이 전제되지 않은 어떠한 형태의 재개발도 반대한다. 동시에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 과도한 수준의 폭력적 저항과 요구 역시 시정할 것을 적극 요구한다. 기든스에 따르면 생활정치는 정치와 타협의 전략적 수단으로서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승인하지 않는다.

생활정치는 블루 오션이다

지난 6월 생활정치연구소는 네티즌을 대상으로 생활정치를 연상하면 떠오르는 정치인을 조사하였다. 심상정 전의원과 원혜영 의원 등이 선두를 차지하였지만 압도적 다수는 ‘아직 없다’고 응답하였다. 생활정치는 한국의 정치개혁과 정당발전에 기여할 잠재력이 큰 유망주임에는 틀림없지만 거기에는 몇 가지 문턱이 존재한다. 먼저, 생활정치를 상징할 대표 정책과 정치인이 시급하다. 영국의 생활정치는 일하는 복지(workfare)로 일본의 생활정치는 메니페스토 덕분에 쉽게 확산되었다. 생활정치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마법의 탄환이거나 만병통치약은 결코 아니다. 일본과 유럽에서 생활정치가 이만큼 발전하는 데 40년이 걸렸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의 정치적 구호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해답이다.
정상호
- 명지대학교 국제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현)
- 생활정치연구소 연기기획실장(현)
- 한국NGO학회 이사(현)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박사(정치학)
- 주요 저서: 『NGO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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