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의 심장 런던 :
“도대체 언제쯤이면 회복을 말할 수 있나”
금융 의존도 높아 위기 맞으면 직격탄
마땅한 대안 없어 회복 느린 건 당연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제국이자 뉴욕과 어깨를 다투는 금융중심지로 발언권이 높았던 영국이 잔뜩 주눅들어 있다.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실업률은 1995년 이래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수치상으로는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오지만 체감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 과연 영국경제에 무엇이 잘못 됐기에 그럴까.
◆서비스업 10명 중 1명은 금융업 =
영국의 산업구조를 보면 왜 금융위기에 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 그 답이 나온다. 영국 산업의 75.9%를 서비스가 떠받들고 있으며 서비스업 종사자 10명 가운데 1명이 금융가에서 일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8.2%가 금융산업에서 발생한다. 또 부동산과 건축의 GDP 비중이 6.3%나 된다. 이번 금융위기가 집값폭락과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국경제가 망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영국 런던의 부동산 값은 고점대비 최고 45%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약해진 경제체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고용지표다. 올 2분기까지 영국에서는 27만1000명이 직장을 잃어 실업률이 7.8%로 올라갔다. 전체 실업자 숫자는 240만명으로 1995년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영란은행(BOE) 금융안정성 최고책임자인 앤디 할데인은 “대규모 대출을 일으키면서 집적된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에 위험이 있었던 것”이라며 “지난 10년을 지켜봤을 때 은행이란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과도한 금융업 의존도가 결국 영국경제에 폭탄이 돼 돌아왔다는 얘기다.
◆체면구긴 파운드화 =
유로존 가입까지 거부하며 지켜냈던 자존심의 파운드화도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래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총 8.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산업에 큰 타격을 입은 영국은 노던록 등 주요 은행들을 국유화하고 추가부실을 막기 위해 약 1조2000억파운드의 재정을 할당했다. 영국 GDP의 약 90%에 이르는 막대한 액수다. 이처럼 영국정부의 재정악화와 불황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파운드화 매도공세로 이어져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말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IMF 총재는 영국정부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에 대해 “절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명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5월 신용평가사 S&P도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종한 바 있다.
◆위기는 끝났는가 =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는 16일 의회에 출석해 영국 경제가 2차대전 후 최악의 위기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생산 감소가 전반적으로 종착점에 도착했다”면서 “이제 매우 미미하나마 긍정적인 성장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란은행이 지급준비금에 대해 제공하는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하고도 오히려 이자를 내야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시중에 돈을 더 풀겠다는 뜻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지난 7월 지준금리를 -0.25%로 인하한 사례도 있다.
경기회복 기미에도 불구하고 영국 은행들이 향후 몇 년간 악성부채로 인해 추가손실도 우려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 영국 은행권이 손실만회를 위해 2008년말까지 1100억 파운드, 2009년 중반까지 1200억 파운드의 신규자금을 조달하거나 채무재조정을 했으나 영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기대보다 느릴 경우 추가 손실이 최대 2500억 파운드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향후 12~18개월 사이 영국 신용도를 추가로 낮출 계획은 없지만 악화된 경제여건 탓에 대출금 상환지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은행권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현재 논의중인 규제강화 효과도 빛을 바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유지되고 시중은행의 유동성도 상당히 공급돼 있어 현재로서는 대형 금융기관의 부도위험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며 “만약 영국 금융계가 위기에 빠진다면 한국은 물론 세계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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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쯤이면 회복을 말할 수 있나”
금융 의존도 높아 위기 맞으면 직격탄
마땅한 대안 없어 회복 느린 건 당연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제국이자 뉴욕과 어깨를 다투는 금융중심지로 발언권이 높았던 영국이 잔뜩 주눅들어 있다.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실업률은 1995년 이래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수치상으로는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오지만 체감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 과연 영국경제에 무엇이 잘못 됐기에 그럴까.
◆서비스업 10명 중 1명은 금융업 =
영국의 산업구조를 보면 왜 금융위기에 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 그 답이 나온다. 영국 산업의 75.9%를 서비스가 떠받들고 있으며 서비스업 종사자 10명 가운데 1명이 금융가에서 일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8.2%가 금융산업에서 발생한다. 또 부동산과 건축의 GDP 비중이 6.3%나 된다. 이번 금융위기가 집값폭락과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국경제가 망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영국 런던의 부동산 값은 고점대비 최고 45%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약해진 경제체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고용지표다. 올 2분기까지 영국에서는 27만1000명이 직장을 잃어 실업률이 7.8%로 올라갔다. 전체 실업자 숫자는 240만명으로 1995년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영란은행(BOE) 금융안정성 최고책임자인 앤디 할데인은 “대규모 대출을 일으키면서 집적된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에 위험이 있었던 것”이라며 “지난 10년을 지켜봤을 때 은행이란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과도한 금융업 의존도가 결국 영국경제에 폭탄이 돼 돌아왔다는 얘기다.
◆체면구긴 파운드화 =
유로존 가입까지 거부하며 지켜냈던 자존심의 파운드화도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래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총 8.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산업에 큰 타격을 입은 영국은 노던록 등 주요 은행들을 국유화하고 추가부실을 막기 위해 약 1조2000억파운드의 재정을 할당했다. 영국 GDP의 약 90%에 이르는 막대한 액수다. 이처럼 영국정부의 재정악화와 불황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파운드화 매도공세로 이어져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말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IMF 총재는 영국정부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에 대해 “절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명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5월 신용평가사 S&P도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종한 바 있다.
◆위기는 끝났는가 =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는 16일 의회에 출석해 영국 경제가 2차대전 후 최악의 위기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생산 감소가 전반적으로 종착점에 도착했다”면서 “이제 매우 미미하나마 긍정적인 성장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란은행이 지급준비금에 대해 제공하는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하고도 오히려 이자를 내야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시중에 돈을 더 풀겠다는 뜻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지난 7월 지준금리를 -0.25%로 인하한 사례도 있다.
경기회복 기미에도 불구하고 영국 은행들이 향후 몇 년간 악성부채로 인해 추가손실도 우려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 영국 은행권이 손실만회를 위해 2008년말까지 1100억 파운드, 2009년 중반까지 1200억 파운드의 신규자금을 조달하거나 채무재조정을 했으나 영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기대보다 느릴 경우 추가 손실이 최대 2500억 파운드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향후 12~18개월 사이 영국 신용도를 추가로 낮출 계획은 없지만 악화된 경제여건 탓에 대출금 상환지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은행권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현재 논의중인 규제강화 효과도 빛을 바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유지되고 시중은행의 유동성도 상당히 공급돼 있어 현재로서는 대형 금융기관의 부도위험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며 “만약 영국 금융계가 위기에 빠진다면 한국은 물론 세계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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