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위기가 생활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왔을까. 예상보다 회복신호가 빨리 나타나면서 생활패턴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의외의 뚜렷한 차이도 발견된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3일 △럭셔리 소비의 진화 △재미(fun) 소비생활 △체험형 레저의 확산 △친환경 효율 소비의 부상 △따뜻하고 감성적인 기술 등을 ‘경제위기 이후 한국에서 나타날 10대 소비 트렌드’로 꼽았다.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떨까. 명품시장은 살아남는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양분되고 여성이 새롭게 소비의 결정권자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위기가 오면 명품 (또는 사치품) 시장은 줄어들까 늘어날까.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면 무조건 싼 제품으로 사람들이 몰릴까,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상품을 살까.
정답은 ‘누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달렸다’이다. 판매저조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8월 파산을 신청한 독일 에스카다가 있는가 하면 두 자릿수 성장을 구가하는 루이뷔통 같은 회사도 있다.
지난 9일 컨설팅회사 베인 앤드 컴퍼니는 올해 금융위기 여파로 명품시장 매출이 10% 하락한 2250억 달러로 줄고 3년이 지나도 예년수준을 완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이 루이뷔통에겐 남의 얘기다.
확고한 브랜드 가치에서 나오는 가격결정력(price power)에 힘입어 루이뷔통은 올해 두 자릿수 매출증가가 기대된다. 모기업 LVMH의 50개에 달하는 시계, 향수·화장품, 주류 브랜드에서 -41%, -73%의 이익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루이뷔통만 40~45%의 이익증가가 예상된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사람들은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수록 최고의 품질에 돈을 쓰기 마련”이라며 “향후 몇 년 사이 업계에서 퇴출되는 기업들이 생겨나 매력적인 가격에 이들을 인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최고경영자의 평가를 전했다. 루이뷔통이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쓰는 방법은 다양하다. 재고가 남더라도 할인판매를 않으며 차라리 이를 폐기처분한다. 품질향상을 위해 자동차 제조기술을 도입하고 매장을 직영함으로써 백화점의 할인판매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 왔다는 것이 루이뷔통 성장의 핵심으로 꼽힌다.
1997년 루이뷔통 이미지가 지루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아르노 회장은, 무명이던 마크 제이콥스를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당시 경영진은 루이뷔통에 유행을 만드는 것이 ‘세월에 무관한(timeless)’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는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이 시도는 성공했다.
일본에서 중국으로 공략대상을 옮긴 것도 주효했다. 세계명품협회에 따르면 국제금융위기로 유럽, 미국, 일본의 명품수요는 줄고 있으나 중국은 여전히 호황을 보이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50%는 ‘제품가격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90%는 ‘경기침체에도 명품소비를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루이뷔통은 중국에 진출하면서도 철저히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덕분에 금융위기라는 상황에도 불구, 루이뷔통은 2009년 상반기 중국인 고객 매출은 18%나 늘어났다. 일찍 변화를 준비한 루이뷔통은 중국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오는 10월 몽골 울란바토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김빠지는 샴페인 시장
1억병 이상 소비 줄어
‘축제의 술’ 샴페인은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시사주간 ‘타임’에 따르면 올해 샴페인 판매량은 최대 2억7000만병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가 잘 나가던 2007년 3억3900만병에 비해 5분의 1이나 줄어든 것으로 침체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3억2200만병에 비해도 급감했다. 호경기 ‘생산=판매’이던 시절 시설확장은 곧 매출증대로 이어진다고 믿었지만 지난해 경기침체와 샴페인 주산지의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계 샴페인의 40%를 차지하던 미국과 영국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저장고인 셀러에 12억병의 재고 물량이 쌓여있음을 고려하면 내년이라고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때문에 풍년이 들면 더 걱정이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3일 △럭셔리 소비의 진화 △재미(fun) 소비생활 △체험형 레저의 확산 △친환경 효율 소비의 부상 △따뜻하고 감성적인 기술 등을 ‘경제위기 이후 한국에서 나타날 10대 소비 트렌드’로 꼽았다.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떨까. 명품시장은 살아남는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양분되고 여성이 새롭게 소비의 결정권자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위기가 오면 명품 (또는 사치품) 시장은 줄어들까 늘어날까.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면 무조건 싼 제품으로 사람들이 몰릴까,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상품을 살까.
정답은 ‘누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달렸다’이다. 판매저조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8월 파산을 신청한 독일 에스카다가 있는가 하면 두 자릿수 성장을 구가하는 루이뷔통 같은 회사도 있다.
지난 9일 컨설팅회사 베인 앤드 컴퍼니는 올해 금융위기 여파로 명품시장 매출이 10% 하락한 2250억 달러로 줄고 3년이 지나도 예년수준을 완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이 루이뷔통에겐 남의 얘기다.
확고한 브랜드 가치에서 나오는 가격결정력(price power)에 힘입어 루이뷔통은 올해 두 자릿수 매출증가가 기대된다. 모기업 LVMH의 50개에 달하는 시계, 향수·화장품, 주류 브랜드에서 -41%, -73%의 이익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루이뷔통만 40~45%의 이익증가가 예상된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사람들은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수록 최고의 품질에 돈을 쓰기 마련”이라며 “향후 몇 년 사이 업계에서 퇴출되는 기업들이 생겨나 매력적인 가격에 이들을 인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최고경영자의 평가를 전했다. 루이뷔통이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쓰는 방법은 다양하다. 재고가 남더라도 할인판매를 않으며 차라리 이를 폐기처분한다. 품질향상을 위해 자동차 제조기술을 도입하고 매장을 직영함으로써 백화점의 할인판매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 왔다는 것이 루이뷔통 성장의 핵심으로 꼽힌다.
1997년 루이뷔통 이미지가 지루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아르노 회장은, 무명이던 마크 제이콥스를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당시 경영진은 루이뷔통에 유행을 만드는 것이 ‘세월에 무관한(timeless)’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는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이 시도는 성공했다.
일본에서 중국으로 공략대상을 옮긴 것도 주효했다. 세계명품협회에 따르면 국제금융위기로 유럽, 미국, 일본의 명품수요는 줄고 있으나 중국은 여전히 호황을 보이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50%는 ‘제품가격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90%는 ‘경기침체에도 명품소비를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루이뷔통은 중국에 진출하면서도 철저히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덕분에 금융위기라는 상황에도 불구, 루이뷔통은 2009년 상반기 중국인 고객 매출은 18%나 늘어났다. 일찍 변화를 준비한 루이뷔통은 중국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오는 10월 몽골 울란바토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김빠지는 샴페인 시장
1억병 이상 소비 줄어
‘축제의 술’ 샴페인은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시사주간 ‘타임’에 따르면 올해 샴페인 판매량은 최대 2억7000만병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가 잘 나가던 2007년 3억3900만병에 비해 5분의 1이나 줄어든 것으로 침체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3억2200만병에 비해도 급감했다. 호경기 ‘생산=판매’이던 시절 시설확장은 곧 매출증대로 이어진다고 믿었지만 지난해 경기침체와 샴페인 주산지의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계 샴페인의 40%를 차지하던 미국과 영국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저장고인 셀러에 12억병의 재고 물량이 쌓여있음을 고려하면 내년이라고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때문에 풍년이 들면 더 걱정이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