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정치일정 투명하게 밝혀야(왕길남 2001.08.09)
왕길남 정치담당 편집위원
민주당의 대선후보 조기경선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시기상조론’에 눌려 눈치만 보던 대선후보주자들이 드러내 놓고 ‘후보 조기 가시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대선후보를 ‘지방선거 이전’에 결정하자고 밝힌 데 이어 노무현 상임고문도 동의하고 나섰다. 김중권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도 조기경선론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여권내부에서 후보조기가시화를 가장 먼저 거론했던 사람이 바로 김 대표였다. 지난 5월 대선주자들이 후보가 아닌 상태에서 뛰어봐야 먹히지 않기 때문에 영향력 있는 후보가 뛰어야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이상수 총무와 송훈석 부총무는 사견임을 전제로 내년 3-4월 대선후보와 광역단체장후보를 경선해 지방선거에 바람을 일으켜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화갑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와 김근태 최고위원은 ‘7월 후보경선’을 선호하고 있다.
정권말기 레임덕과 후보경선 탈락자의 이반현상을 우려한 동교동계는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 개최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자는 이른바 2단계 전당대회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식입장은 ‘아직 대선후보경선 시기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당의 공식입장과는 달리 상당수의 후보주자와 원내총무단이 조기경선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정치일정의 불투명성이 앞으로 예전의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절정에 다다른 국민의 정치불신과 염증
노무현 상임고문은 8일 CBS 라디오 ‘뉴스레이더’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내 경쟁과정이 너무 길게 되면 각 후보 진영의 체력이 많이 소모되고 상처가 날 가능성이 있어 지방선거전에 대선후보를 선출해야만 당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바른정치모임의 소장파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이인제 최고위원은 7일 충남 부여에서 “늦어도 내년 4월에 대선후보 및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 대선후보 책임아래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 뒤, 대선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이르면 4월 늦으면 7월’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조기경선론에는 ‘개혁연대’와 같은 ‘반 이인제’ 전선형성에 쐐기를 박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여당내 주자 중 지지도 1위에 대한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민주당내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정권재창출 위기론이 넓게 퍼져있어 조기경선론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조기경선론이 내세우고 있는 ‘지방선거 승리’와 대항마를 길러 ‘이회창 대세론 차단’에 상당수의 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대선후보 타령이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금은 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하기 때문에 대선논의는 내년 중반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금년 하반기 경제회복의 기대가 무너지면서 여당 대선후보 논의가 대통령병자들의 한가한 놀음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을 위험이 크다.
언론사 세무조사 공방, 진보와 수구, 색깔론과 탄핵론 등으로 정쟁만 일삼던 정치판이 대권에 눈이 멀어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난이 나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만큼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염증은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본지와 한길리서치의 정기여론조사 결과(본지 8월8일자)는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무당층이 35%로 나타나 2000년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투명한 정치일정은 사회혼란의 근원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무관심, 정치냉소주의, 정치불신이 극한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음모와 술수가 판치는 정치권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된 폐해라는 지적이 많다. 정권재창출에 불안감을 느끼는 여당은 야당과 공존하는 방식과 과실을 나누는 방식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소모적 정쟁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감정싸움 속에서 정책대결은 이미 실종되고 만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불투명한 정치일정은 정쟁과 혼란을 가중할 뿐이다. 대선후보주자들이 ‘김심’을 잡았다고 해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그들이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김심잡기에 열중한 나머지 정책과 비전 없는 튀는 발언으로 인기몰이한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그래서 야당 후보와 정책대결을 통해 대선경쟁을 벌이고 이전투구식 정쟁을 줄인다면 내치도 원만해질 것이 아닌가.
정권말기의 레임덕이나 대선후보 경선 탈락자의 이탈 때문에 정치일정을 투명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결코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는 하수가 될 것이다.
왕길남 정치담당 편집위원
내일시론>
왕길남 정치담당 편집위원
민주당의 대선후보 조기경선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시기상조론’에 눌려 눈치만 보던 대선후보주자들이 드러내 놓고 ‘후보 조기 가시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대선후보를 ‘지방선거 이전’에 결정하자고 밝힌 데 이어 노무현 상임고문도 동의하고 나섰다. 김중권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도 조기경선론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여권내부에서 후보조기가시화를 가장 먼저 거론했던 사람이 바로 김 대표였다. 지난 5월 대선주자들이 후보가 아닌 상태에서 뛰어봐야 먹히지 않기 때문에 영향력 있는 후보가 뛰어야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이상수 총무와 송훈석 부총무는 사견임을 전제로 내년 3-4월 대선후보와 광역단체장후보를 경선해 지방선거에 바람을 일으켜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화갑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와 김근태 최고위원은 ‘7월 후보경선’을 선호하고 있다.
정권말기 레임덕과 후보경선 탈락자의 이반현상을 우려한 동교동계는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 개최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자는 이른바 2단계 전당대회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식입장은 ‘아직 대선후보경선 시기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당의 공식입장과는 달리 상당수의 후보주자와 원내총무단이 조기경선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정치일정의 불투명성이 앞으로 예전의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절정에 다다른 국민의 정치불신과 염증
노무현 상임고문은 8일 CBS 라디오 ‘뉴스레이더’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내 경쟁과정이 너무 길게 되면 각 후보 진영의 체력이 많이 소모되고 상처가 날 가능성이 있어 지방선거전에 대선후보를 선출해야만 당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바른정치모임의 소장파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이인제 최고위원은 7일 충남 부여에서 “늦어도 내년 4월에 대선후보 및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 대선후보 책임아래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 뒤, 대선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이르면 4월 늦으면 7월’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조기경선론에는 ‘개혁연대’와 같은 ‘반 이인제’ 전선형성에 쐐기를 박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여당내 주자 중 지지도 1위에 대한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민주당내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정권재창출 위기론이 넓게 퍼져있어 조기경선론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조기경선론이 내세우고 있는 ‘지방선거 승리’와 대항마를 길러 ‘이회창 대세론 차단’에 상당수의 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대선후보 타령이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금은 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하기 때문에 대선논의는 내년 중반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금년 하반기 경제회복의 기대가 무너지면서 여당 대선후보 논의가 대통령병자들의 한가한 놀음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을 위험이 크다.
언론사 세무조사 공방, 진보와 수구, 색깔론과 탄핵론 등으로 정쟁만 일삼던 정치판이 대권에 눈이 멀어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난이 나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만큼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염증은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본지와 한길리서치의 정기여론조사 결과(본지 8월8일자)는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무당층이 35%로 나타나 2000년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투명한 정치일정은 사회혼란의 근원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무관심, 정치냉소주의, 정치불신이 극한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음모와 술수가 판치는 정치권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된 폐해라는 지적이 많다. 정권재창출에 불안감을 느끼는 여당은 야당과 공존하는 방식과 과실을 나누는 방식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소모적 정쟁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감정싸움 속에서 정책대결은 이미 실종되고 만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불투명한 정치일정은 정쟁과 혼란을 가중할 뿐이다. 대선후보주자들이 ‘김심’을 잡았다고 해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그들이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김심잡기에 열중한 나머지 정책과 비전 없는 튀는 발언으로 인기몰이한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그래서 야당 후보와 정책대결을 통해 대선경쟁을 벌이고 이전투구식 정쟁을 줄인다면 내치도 원만해질 것이 아닌가.
정권말기의 레임덕이나 대선후보 경선 탈락자의 이탈 때문에 정치일정을 투명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결코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는 하수가 될 것이다.
왕길남 정치담당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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