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재개발 사업비 몰래 인상 여전
시공사 선정과정에선 저가 … 관리처분 들어가면 ‘말바꾸기’
조합원 반발로 공사 표류 건설사 ‘따고 보자’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에서 건축비를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통해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회사가 정식계약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공사비를 대폭 상승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조합원들은 조합을 상대로 잇달아 관리처분계획취소 소송을 냈고 상당수 지역에 철거 및 공사가 중단됐다. 이주를 앞둔 주민들은 철거지역에서 버텨야 하고 이미 떠난 주민들은 언제 돌아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지역은 80년대나 볼 수 있던 철거촌으로 변해버렸다. 뉴타운으로 인해 ‘디자인 도시’ 서울은 황폐해져가고 있다.
◆GS건설, 시공사 선정된 후 말 바꿔 =
GS건설(당시 LG건설)은 2003년 아현1동 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법률사무소의 공증까지 받아와 주민들의 표를 얻었다. 당시 GS건설이 홍보했던 ‘사업참여제안서 및 입찰조건 공증’(법무법인 ㅇ 공증)에는 “실착공시까지 ‘재경부발표 소비자물가지수’ 외에는 어떠한 도급공사비 인상이나 변동이 없으며 실착공 이후에는 전혀 공사비 인상이 없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심지어 “25평짜리 거주하는 경우 아무런 부담없이 25평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져 있다.
이 내용에 따라 2003년 6월 GS건설과 아현4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신축건축물 3.3㎡(1평)당 공사비를 259만원으로 정한 뒤 확정도급제 방식으로 공사도급가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07년 9월 체결된 공사도급 본계약 때는 3.3㎡당 공사비가 239만원에서 396만원으로 65%나 증가했다.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한 조합이 제시한 동의서에는 이러한 공사비 증액 내용이 들어있지도 않았다.
갑작스런 공사비 증액에 반발한 일부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공사를 중단시키는 관리처분계획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2부 재판부는 “조합원들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은 시점부터 관리처분총회까지 1년여에 불과한데 물가변동 등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해 동의서상의 내용을 변경했다”며 “이는 엄격한 정관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데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소송을 제기한 아현4구역 통합대책위원회 바른재개발의 오영일 씨는 “공사비를 안 올리겠다는 약속을 믿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뒤늦게 공사비도 대폭 올리고, 주민들에게 발코니 무상확장 공사, 유리한 동호수 등으로 회유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GS건설 관계자는 “본계약은 가계약과 달라질 수 있고, 그 전에 했던 공증도 의미가 없다”며 “본계약은 조합원들의 대표격인 조합과 협상을 해 체결한 것이고, 가계약 때에 비해 자재 등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수준이 높아지고 금융비용도 상승해 공사비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곳곳서 사업중단 이어져 =
이러한 뉴타운‧재개발 사업에서의 공사비 증액과 묻지마 조합설립은 한 두곳이 아니다.
최근 법원에서는 부실조합과 시공사에게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
SK건설이 수주한 가재울 뉴타운 4구역 조합은 2007년 10월 관리처분 총회 직전 조합원들에게 우편으로 거액의 추가분담금을 요구했다. 조합 설립당시에는 추가분담금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조합원들을 당황했다. 당시 조합이 제시했던 추가분담금은 가구별로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기까지 했다. 조합원들은 지난해 관리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지난 6월 1심 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금호19구역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 2월 조합이 추가분담금을 제때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처분계획취소 소송을 제기해고 승소했다. 여기에다가 올 7월에는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조합설립무효소송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대림산업이 시공사로 참여한 서울 성동구 옥수 13구역도 추가분담금이 증액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에 분담금 및 분양가 인하를 요구했고 급기야 비대위가 만들어지면서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비대위의 조합설립 무효소송을 받아들이고 조합의 업무집행정지가처분 결정까지 내렸다.
동대문구 전농7구역이나 은평구 응암 7구역, 중구 순화1-1구역 등의 사정도 비슷하다. 법원은 조합원의 부담금과 감정평가액 규모 등 정보를 조합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조합에 책임을 물고 있다.
경실련이 뉴타운을 포함한 47개 재개발사업구역을 조사한 결과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중인 곳은 전국적으로 21곳에 달한다.
지난 7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재개발·뉴타운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용분담내역을 알 수 없는 부실조합설립동의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경실련은 백지동의서로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은 조합 등이 사업시작(조합설립동의) 때에 비해 사업비 집행(관리처분) 단계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사업비를 평균 55%, 889억원 정도를 인상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조합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오승완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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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과정에선 저가 … 관리처분 들어가면 ‘말바꾸기’
조합원 반발로 공사 표류 건설사 ‘따고 보자’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에서 건축비를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통해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회사가 정식계약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공사비를 대폭 상승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조합원들은 조합을 상대로 잇달아 관리처분계획취소 소송을 냈고 상당수 지역에 철거 및 공사가 중단됐다. 이주를 앞둔 주민들은 철거지역에서 버텨야 하고 이미 떠난 주민들은 언제 돌아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지역은 80년대나 볼 수 있던 철거촌으로 변해버렸다. 뉴타운으로 인해 ‘디자인 도시’ 서울은 황폐해져가고 있다.
◆GS건설, 시공사 선정된 후 말 바꿔 =
GS건설(당시 LG건설)은 2003년 아현1동 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법률사무소의 공증까지 받아와 주민들의 표를 얻었다. 당시 GS건설이 홍보했던 ‘사업참여제안서 및 입찰조건 공증’(법무법인 ㅇ 공증)에는 “실착공시까지 ‘재경부발표 소비자물가지수’ 외에는 어떠한 도급공사비 인상이나 변동이 없으며 실착공 이후에는 전혀 공사비 인상이 없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심지어 “25평짜리 거주하는 경우 아무런 부담없이 25평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져 있다.
이 내용에 따라 2003년 6월 GS건설과 아현4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신축건축물 3.3㎡(1평)당 공사비를 259만원으로 정한 뒤 확정도급제 방식으로 공사도급가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07년 9월 체결된 공사도급 본계약 때는 3.3㎡당 공사비가 239만원에서 396만원으로 65%나 증가했다.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한 조합이 제시한 동의서에는 이러한 공사비 증액 내용이 들어있지도 않았다.
갑작스런 공사비 증액에 반발한 일부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공사를 중단시키는 관리처분계획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2부 재판부는 “조합원들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은 시점부터 관리처분총회까지 1년여에 불과한데 물가변동 등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해 동의서상의 내용을 변경했다”며 “이는 엄격한 정관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데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소송을 제기한 아현4구역 통합대책위원회 바른재개발의 오영일 씨는 “공사비를 안 올리겠다는 약속을 믿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뒤늦게 공사비도 대폭 올리고, 주민들에게 발코니 무상확장 공사, 유리한 동호수 등으로 회유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GS건설 관계자는 “본계약은 가계약과 달라질 수 있고, 그 전에 했던 공증도 의미가 없다”며 “본계약은 조합원들의 대표격인 조합과 협상을 해 체결한 것이고, 가계약 때에 비해 자재 등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수준이 높아지고 금융비용도 상승해 공사비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곳곳서 사업중단 이어져 =
이러한 뉴타운‧재개발 사업에서의 공사비 증액과 묻지마 조합설립은 한 두곳이 아니다.
최근 법원에서는 부실조합과 시공사에게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
SK건설이 수주한 가재울 뉴타운 4구역 조합은 2007년 10월 관리처분 총회 직전 조합원들에게 우편으로 거액의 추가분담금을 요구했다. 조합 설립당시에는 추가분담금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조합원들을 당황했다. 당시 조합이 제시했던 추가분담금은 가구별로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기까지 했다. 조합원들은 지난해 관리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지난 6월 1심 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금호19구역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 2월 조합이 추가분담금을 제때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처분계획취소 소송을 제기해고 승소했다. 여기에다가 올 7월에는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조합설립무효소송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대림산업이 시공사로 참여한 서울 성동구 옥수 13구역도 추가분담금이 증액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에 분담금 및 분양가 인하를 요구했고 급기야 비대위가 만들어지면서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비대위의 조합설립 무효소송을 받아들이고 조합의 업무집행정지가처분 결정까지 내렸다.
동대문구 전농7구역이나 은평구 응암 7구역, 중구 순화1-1구역 등의 사정도 비슷하다. 법원은 조합원의 부담금과 감정평가액 규모 등 정보를 조합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조합에 책임을 물고 있다.
경실련이 뉴타운을 포함한 47개 재개발사업구역을 조사한 결과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중인 곳은 전국적으로 21곳에 달한다.
지난 7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재개발·뉴타운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용분담내역을 알 수 없는 부실조합설립동의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경실련은 백지동의서로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은 조합 등이 사업시작(조합설립동의) 때에 비해 사업비 집행(관리처분) 단계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사업비를 평균 55%, 889억원 정도를 인상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조합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오승완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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