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칼럼 6 야당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변했는가?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최근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물론 이 대통령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상정한 질문이다. 뜻밖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 얘기라면 얼굴을 찡그리거나 험담을 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현상이다.
대통령의 변화여부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를 좋게 보지 않던 사람들이다. 모르긴 몰라도 각종 선거 때도 그 편에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이기 쉽다. 그런 이들이 뭔가 이 대통령에게서 변화의 조짐을 읽은 듯 얘기하고 또 실제로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면이 변한 것처럼 보이냐는 데에 그들의 답은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청와대가 내건 친(親)서민 중도실용 정책에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인 듯하다. 몇몇 사람은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차례로 서거한 후 이대통령의 변화가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부쩍 늘어난 민생현장 찾기, 보금자리 주택 등 서민정책, 중도 내지는 정치적 반대파라 할 수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의 발탁 등이 그가 변했음을 보여준다거나 변화에서 기인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늘고 G-20 정상회담을 유치한 것도 사람들이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데 일조했을 것이다.
물론, 그가 변한 것처럼 보이는 건 껍데기일 뿐 실제로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그들은 친 서민 중도실용은 청와대와 보수언론이 합세해 과대 포장하고 홍보한 이미지일 뿐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포장지를 뜯어보면 강남 땅 부자를 위한 정책을 빈틈없이 실천하고 또 그런 이들로 진용을 짜는 게 확실히 보인다는 것이다.
노조, 빈민, 사회운동가, 촛불시민 같은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관용은 일체 없고 ‘법질서 수호’만 입버릇처럼 외며 작은 타협도 거부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땐 적법이고 반대편에서 그런 일을 하면 떼쓰기니 트집이라고 깔아뭉갠다는 불만도 많다. 실제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인 게 얼마나 많으냐고 그들은 반문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주장의 뒤끝이다. 이 대통령이 변한 게 없다는 이들도 ‘그럼 왜 요즘 대통령 지지도가 계속 오르느냐?’는 질문에 입맛만 다신다. 겨우 대답하는 게 ‘집값, 주식 값이 뛰니까’라거나 ‘소비 심리가 살아난 것 같으니까’ 정도다. 그러면서 ‘친정부 매체를 이용해 경제가 살아난 양 호도하고 있다’거나 ‘국민은 정부의 립 서비스에 속고 있다’고 불만이다.
글쎄, 맞는 얘기일까? 대통령 지지도가 10%대까지 곤두박질쳤다가 최근 50%선에 올라섰다는데 그럼 30%가량 국민은 친정부매체에 속은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 상황이 경제 회복 기미가 안 보이고, 주식 값도 작년 수준에 머물며,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사실 국민 심리란 게 ‘경제가 좋아졌으며, 좋아지고 있다’는 쪽으로 기울지 ‘일시적 거품’ 운운하며 나쁜 면을 들추는 데 손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쯤 분석해보면 대충 가닥이 잡힌다. 과대포장인지 거품인지는 몰라도 경기와 소비는 올라가는 추세고 투자심리도 뛰는 것 같다. 이런 회복 기미에 자신이 붙은 듯 민생현장 찾기 등 대통령의 친 서민 발걸음도 잦아졌다. 또 내실과는 전혀 별개로 립 서비스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용산, 전교조, 4대강, 공주시 문제에서 보듯 자기들 주장은 한 치도 양보 않고 다른 쪽 주장은 정치공세로 치부해 버린다.
나온 얘기 모두를 뭉뚱그린 것이지만 사실이지 않은가.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은 가파르게 오르지만 반대세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이제 오로지 지지하는 쪽만 쳐다보며 뭐든 생각대로 밀어붙이고 있지 않은가. 모든 세력을 다 끌어안고 모든 의견을 다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네에 필요한 의견, 반대자는 내치고 지지자의 결속만 더욱 굳히는 정치에 돌입한 것 아닌가.
한심한 것은 야당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는 고유 브랜드 사용권마저 내주고 어쩔 줄 모른 채 허둥대고 있다. 정책 개발이건 국정 감시건 제대로 하는 일은 없고 정부가 잘못하는 게 있으면 반사이익이나 보겠다는 안이한 자세다. 지금 야당에겐 투쟁도 없고 그렇다고 승복도 없고 당연히 국민을 위해 심사숙고한 정책도 없다.
립 서비스일지 모른다면서도, 과대포장 아닐까 의심하면서도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듣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건 그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다. 사람이 어떤 말을 계속 입에 올리다 보면 결국 생각도 같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변했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눈에 ‘야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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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변했는가?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최근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물론 이 대통령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상정한 질문이다. 뜻밖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 얘기라면 얼굴을 찡그리거나 험담을 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현상이다.
대통령의 변화여부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를 좋게 보지 않던 사람들이다. 모르긴 몰라도 각종 선거 때도 그 편에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이기 쉽다. 그런 이들이 뭔가 이 대통령에게서 변화의 조짐을 읽은 듯 얘기하고 또 실제로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면이 변한 것처럼 보이냐는 데에 그들의 답은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청와대가 내건 친(親)서민 중도실용 정책에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인 듯하다. 몇몇 사람은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차례로 서거한 후 이대통령의 변화가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부쩍 늘어난 민생현장 찾기, 보금자리 주택 등 서민정책, 중도 내지는 정치적 반대파라 할 수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의 발탁 등이 그가 변했음을 보여준다거나 변화에서 기인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늘고 G-20 정상회담을 유치한 것도 사람들이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데 일조했을 것이다.
물론, 그가 변한 것처럼 보이는 건 껍데기일 뿐 실제로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그들은 친 서민 중도실용은 청와대와 보수언론이 합세해 과대 포장하고 홍보한 이미지일 뿐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포장지를 뜯어보면 강남 땅 부자를 위한 정책을 빈틈없이 실천하고 또 그런 이들로 진용을 짜는 게 확실히 보인다는 것이다.
노조, 빈민, 사회운동가, 촛불시민 같은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관용은 일체 없고 ‘법질서 수호’만 입버릇처럼 외며 작은 타협도 거부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땐 적법이고 반대편에서 그런 일을 하면 떼쓰기니 트집이라고 깔아뭉갠다는 불만도 많다. 실제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인 게 얼마나 많으냐고 그들은 반문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주장의 뒤끝이다. 이 대통령이 변한 게 없다는 이들도 ‘그럼 왜 요즘 대통령 지지도가 계속 오르느냐?’는 질문에 입맛만 다신다. 겨우 대답하는 게 ‘집값, 주식 값이 뛰니까’라거나 ‘소비 심리가 살아난 것 같으니까’ 정도다. 그러면서 ‘친정부 매체를 이용해 경제가 살아난 양 호도하고 있다’거나 ‘국민은 정부의 립 서비스에 속고 있다’고 불만이다.
글쎄, 맞는 얘기일까? 대통령 지지도가 10%대까지 곤두박질쳤다가 최근 50%선에 올라섰다는데 그럼 30%가량 국민은 친정부매체에 속은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 상황이 경제 회복 기미가 안 보이고, 주식 값도 작년 수준에 머물며,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사실 국민 심리란 게 ‘경제가 좋아졌으며, 좋아지고 있다’는 쪽으로 기울지 ‘일시적 거품’ 운운하며 나쁜 면을 들추는 데 손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쯤 분석해보면 대충 가닥이 잡힌다. 과대포장인지 거품인지는 몰라도 경기와 소비는 올라가는 추세고 투자심리도 뛰는 것 같다. 이런 회복 기미에 자신이 붙은 듯 민생현장 찾기 등 대통령의 친 서민 발걸음도 잦아졌다. 또 내실과는 전혀 별개로 립 서비스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용산, 전교조, 4대강, 공주시 문제에서 보듯 자기들 주장은 한 치도 양보 않고 다른 쪽 주장은 정치공세로 치부해 버린다.
나온 얘기 모두를 뭉뚱그린 것이지만 사실이지 않은가.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은 가파르게 오르지만 반대세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은 이제 오로지 지지하는 쪽만 쳐다보며 뭐든 생각대로 밀어붙이고 있지 않은가. 모든 세력을 다 끌어안고 모든 의견을 다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네에 필요한 의견, 반대자는 내치고 지지자의 결속만 더욱 굳히는 정치에 돌입한 것 아닌가.
한심한 것은 야당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는 고유 브랜드 사용권마저 내주고 어쩔 줄 모른 채 허둥대고 있다. 정책 개발이건 국정 감시건 제대로 하는 일은 없고 정부가 잘못하는 게 있으면 반사이익이나 보겠다는 안이한 자세다. 지금 야당에겐 투쟁도 없고 그렇다고 승복도 없고 당연히 국민을 위해 심사숙고한 정책도 없다.
립 서비스일지 모른다면서도, 과대포장 아닐까 의심하면서도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듣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건 그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다. 사람이 어떤 말을 계속 입에 올리다 보면 결국 생각도 같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변했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눈에 ‘야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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