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재정, 탈출구는 없나 3 - 민간자본 유치, 약인가 독인가<재수정>

지역내일 2009-10-19
현정부 ‘생색’ 낼수록 미래정부에 ‘독’된다
민간투자규모 전체 SOC사업 18% 차지 … 신중한 접근 필요

상당수 민간투자사업이 과다한 수요예측과 중복투자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금으로 민간기업의 적자를 메워주는 등 오히려 지방재정에 더 큰 부담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민자사업 262건 22조8천억원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민간투자사업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학교나 환경기초시설도 민간자본으로 짓고 있다. 부족한 재정을 민간자본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민간투자 협약 규모는 2009년 6월말 현재 수익형 민자사업(BTO)이 48건에 총 투자비 36조4000억원, 임대형 민자사업(BTL)은 35건에 3조1000억원 규모다. 모두 39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민간투자 협약 규모도 같은 기간 수익형 사업이 23건에 총투자비 12조3000억원이며, 임대형 사업이 239건에 10조5000억원이다. 지자체가 고시한 민간투자사업 규모는 22조8000억원으로 내년 정부예산(안) 292조원의 7.8% 수준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민간투자 약정액을 합하면 60조원을 넘어서 국내 SOC투자의 18%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초기의 상당수 민자사업들이 부족한 재정을 메우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당초 취지와 반대로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수요예측을 잘못해 적자가 발생해도 세금으로 이를 보존해 줘야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때문이다.

◆초기 민자사업 ‘돈 먹는 하마’로 전락 =
서울시는 2003년 개통된 우면산터널과 관련 2008년까지 실시협약에 따라 415억원을 운영권자에게 보장해줬다. 그나마 두 차례 협약개정을 통해 애초 90%였던 최소운영수입보장 비율을 79%까지 낮춘 결과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완공된 사업은 당초 계약에 따라 최소운영수입보장을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유치하는 민자사업은 이를 보장해주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 1995년부터 범안로, 대구시립미술관 등 6건의 민자사업을 추진했다. 2002년 9월 개통된 범안로는 실제교통이용률이 수요예측 교통량의 30%수준에 머물러 개통 후 5년동안 336억원의 세금을 민간사업자에게 보전해줬다. 계약만료기간인 2026년까지 수입보장 한다면 약 1600억원을 지원해야 한다.
광주시는 광주 제2순환도로1구간 운영적자 보전금을 줄이기 위해 운영권자인 맥쿼리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까지 재정보전금으로 맥쿼리측에 969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민간자본투자금 1731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광주시는 앞으로도 1조696억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인천시는 추정 통행료의 90%를 보장해 주는 MRG 때문에 지난 2002년부터 올해까지 문학·천마·만월산터널 등 3개 민간사업자에게 870억원을 투입했다. 문학·천마·만월산터널의 계약기간인 2022년과 2034년, 2035년까지 모두 2777억원의 적자보전금을 지원해야 한다. 이에 인천시는 ‘민자터널 운영관리 개선방안 수립용역’을 추진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대부분 실시협약체결 당시 수요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해야 할 통행량(1일 평균)이 지난 2007년 3만7700여대에서 2008년 3만5200여대, 올해는 3만3700여대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지자체가 재정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던 민자사업들이 오히려 재정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BTL사업, 20년간 28조4천억 갚아야 =
정부가 2005년부터 도입한 BTL제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학교·보육·보건의료시설 등 국민생활 필수 기반시설을 적기에 확충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는 공공서비스의 조기도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와 소비자 효용성 증가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효과가 사업 시행초기에 대부분 나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서비스 수준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 미래세대에 대한 형평성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특히 미래의 재정부담 규모에 대한 관리가 부실해 장기적으로 재정경직화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실시협약이 체결된 BTL사업에 정부가 향후 20년간 지급해야 할 예산은 28조3816억원이다. 2013년 이후 매년 1조4000억원이 넘는 돈을 줘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BTL사업 한도액이 민간투자비(임대료)만 고려하고 운영비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재정사업과 BTL사업간 합리적 재원배분계획 없이 추진돼 미래 정부지급금 도래기에 재정경직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별시설에 대한 국가회계처리기준이 없어 지자체들이 리스회계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기간 동안 자산과 부채는 인식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태훈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최근 ‘BTL 적격성조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BTL사업의 타당성 관련 지침이 미흡해 일부 사업은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공공부문 지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검증방식에 대한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BTL사업으로 현 정부가 생색을 낼수록 나중에 빚을 갚아야할 미래정부는 곤욕을 치를 것”이라며 “정부보증으로 미래 재정부담이 확실한 민자사업은 금융리스로 간주해 추정 융자금을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제도보완해 민자사업 활성화 =
기획재정부는 2006년 ‘민간제안사업’에 이어 지난 8월 ‘정부고시 민자사업’에 대해서도 MRG를 폐지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MRG가 민자사업이 부족한 재정을 메우는 순기능보다 정부와 지방재정을 옭아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도 내놓았다. 부대·부속사업을 활성화하는 등 민자사업구조를 개선하고 민간사업자가 지금보다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금융여건을 개선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민자사업 분야를 자전거도로와 신재생에너지시설 등 녹색기반시설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정부가 민자사업을 활성화하려는 방침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당장 자금이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결국 시민의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민자가 아닌 재정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일 곽태영 최세호 방국진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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