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훈련시키던 현지경찰 발포로 5명 희생
유엔, 아프간서 600명 철수 … 대선결과 불복
“한국, 철군 후 재파병에 현지여론 악화 우려”
지난달 30일 우리 정부가 사실상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결정한 뒤 현지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00만표 이상의 부정선거 의혹과 유력후보의 사퇴, 결선투표 없이 이뤄진 대통령 당선 확정 등 정정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영국군은 자신들이 훈련시킨 경찰요원이 쏜 총에 맞아 5명이 목숨을 잃는가 하면 미군의 오폭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주민들은 “미국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로 반미시위를 벌이고 있다.
치안상황에 위협을 느낀 유엔도 직원 600명을 향후 4~5주간 국내외의 안전지대로 대피시킬 계획이며 전원철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4만명 이상 추가 파병해달라’는 현지 사령관 요청에 가타부타 답을 주지조차 못하고 있다. 급기야 현역 미군 소령이 파병불만 등으로 동료들에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아프간 파병 강행은 2007년의 철군약속을 파기하는 것이어서 과격세력을 포함한 현지 여론 악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간 주둔 지지여론 와해 양상 = 5일 아프간 남부 ‘신 칼레이’ 기지에서 영국군으로부터 훈련을 받던 아프간 경찰관이 교관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 총격으로 영국 근위보병연대 소속 3명 등 5명의 영국군이 숨졌다. 군·경 훈련은 아프간이 자력으로 치안을 확보, 다국적군이 철수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라는 측면에서 필수사업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영국에서는 ‘분명한 전략도 없이 아프간에 병력을 보낸 것 아니냐’며 파병 반대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 맞서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돌연 사퇴했던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이 카르자이 대통령의 재선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난했다. 압둘라 전 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히고 “현재 아프간 정부는 치안과 부패를 대처할 만한 능력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년간의 인명손실과 예산낭비를 언급하며 “우리는 황금같은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사퇴와 관련, 지난달 28일 선거위원회의 카르자이 당선발표를 보면서 이미 부정선거로 결정나 결선투표를 포기한 것이라며 “판단은 아프간 국민들에게 맡긴다”고 말했다. 압둘라 전 장관은 “사법부도 부패가 만연해 있어 법의 심판을 물을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의 직원 숙소 습격 이후 대책마련에 부심해온 유엔(UN)은아프간 주재 직원 600명을 국내 또는 해외의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외신들이 5일 보도했다.
알림 시디크 유엔 아프간대표부 대변인은 “600명의 비핵심 직원들은 앞으로 4∼5주간 국내외의 안전 지대로 피신할 것이며 직원들이 머물 수 있는 안전한 숙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2007년 철군약속 파기 = 이처럼 아프간 현지 사정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2년전 ‘완전철군’ 약속을 저버리고 재파병할 경우 섶을 지고 불기름에 뛰어드는 격이 될 수 있다.
지난 2007년 종교단체 선교단의 아프간 피랍사태 해결과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우리 정부는 탈레반과 5가지 조건에 합의했다.
연내 우리 병력의 철군과 선교인원의 전원 철수, 한국 기독교 선교단의 아프간 입국 금지를 우리가 약속하고 탈레반은 협상기간 중 아프간 정부에 대한 공격 중단과 탈레반 수감자-인질의 맞교환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재파병을 할 경우 약속을 어기는 것이자 당시 중재자 역할을 한 인도네시아 등 범아랍권과의 신의도 저버리는 것이 된다.
우리 정부는 130명 이상의 의료팀 등 민간 요원과 이를 보호할 군병력이 포함된 300명 이상 규모의 지역재건팀(PRT)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007년 연말까지의 한국군 철수와 아프간에서 선교단체의 전원철수를 완료했으므로 당시 협상조건은 모두 충족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돼 한국민의 방문이 금지돼 있으며 이번에 보낼 병력이 전투병이 아니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국군이 철수를 단행했다가 재파병하는 내용이 현지에 보도되면 여론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며 “지난 50년간 민족국가 수립을 위한 통합과정이 없던 아프간이 외국의 개입으로 안정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은 1979년 소련의 침공 이전에도 수십년간 내분을 겪어왔으며 현대적 의미의 ‘국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겪지 못했다. 서 교수는 “미국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현실적 고려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불분명한 ‘인도적 지원’으로는 한국의 기여를 부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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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아프간서 600명 철수 … 대선결과 불복
“한국, 철군 후 재파병에 현지여론 악화 우려”
지난달 30일 우리 정부가 사실상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결정한 뒤 현지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00만표 이상의 부정선거 의혹과 유력후보의 사퇴, 결선투표 없이 이뤄진 대통령 당선 확정 등 정정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영국군은 자신들이 훈련시킨 경찰요원이 쏜 총에 맞아 5명이 목숨을 잃는가 하면 미군의 오폭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주민들은 “미국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로 반미시위를 벌이고 있다.
치안상황에 위협을 느낀 유엔도 직원 600명을 향후 4~5주간 국내외의 안전지대로 대피시킬 계획이며 전원철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4만명 이상 추가 파병해달라’는 현지 사령관 요청에 가타부타 답을 주지조차 못하고 있다. 급기야 현역 미군 소령이 파병불만 등으로 동료들에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아프간 파병 강행은 2007년의 철군약속을 파기하는 것이어서 과격세력을 포함한 현지 여론 악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간 주둔 지지여론 와해 양상 = 5일 아프간 남부 ‘신 칼레이’ 기지에서 영국군으로부터 훈련을 받던 아프간 경찰관이 교관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 총격으로 영국 근위보병연대 소속 3명 등 5명의 영국군이 숨졌다. 군·경 훈련은 아프간이 자력으로 치안을 확보, 다국적군이 철수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라는 측면에서 필수사업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영국에서는 ‘분명한 전략도 없이 아프간에 병력을 보낸 것 아니냐’며 파병 반대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 맞서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돌연 사퇴했던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이 카르자이 대통령의 재선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난했다. 압둘라 전 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히고 “현재 아프간 정부는 치안과 부패를 대처할 만한 능력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년간의 인명손실과 예산낭비를 언급하며 “우리는 황금같은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사퇴와 관련, 지난달 28일 선거위원회의 카르자이 당선발표를 보면서 이미 부정선거로 결정나 결선투표를 포기한 것이라며 “판단은 아프간 국민들에게 맡긴다”고 말했다. 압둘라 전 장관은 “사법부도 부패가 만연해 있어 법의 심판을 물을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의 직원 숙소 습격 이후 대책마련에 부심해온 유엔(UN)은아프간 주재 직원 600명을 국내 또는 해외의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외신들이 5일 보도했다.
알림 시디크 유엔 아프간대표부 대변인은 “600명의 비핵심 직원들은 앞으로 4∼5주간 국내외의 안전 지대로 피신할 것이며 직원들이 머물 수 있는 안전한 숙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2007년 철군약속 파기 = 이처럼 아프간 현지 사정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2년전 ‘완전철군’ 약속을 저버리고 재파병할 경우 섶을 지고 불기름에 뛰어드는 격이 될 수 있다.
지난 2007년 종교단체 선교단의 아프간 피랍사태 해결과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우리 정부는 탈레반과 5가지 조건에 합의했다.
연내 우리 병력의 철군과 선교인원의 전원 철수, 한국 기독교 선교단의 아프간 입국 금지를 우리가 약속하고 탈레반은 협상기간 중 아프간 정부에 대한 공격 중단과 탈레반 수감자-인질의 맞교환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재파병을 할 경우 약속을 어기는 것이자 당시 중재자 역할을 한 인도네시아 등 범아랍권과의 신의도 저버리는 것이 된다.
우리 정부는 130명 이상의 의료팀 등 민간 요원과 이를 보호할 군병력이 포함된 300명 이상 규모의 지역재건팀(PRT)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007년 연말까지의 한국군 철수와 아프간에서 선교단체의 전원철수를 완료했으므로 당시 협상조건은 모두 충족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돼 한국민의 방문이 금지돼 있으며 이번에 보낼 병력이 전투병이 아니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국군이 철수를 단행했다가 재파병하는 내용이 현지에 보도되면 여론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며 “지난 50년간 민족국가 수립을 위한 통합과정이 없던 아프간이 외국의 개입으로 안정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은 1979년 소련의 침공 이전에도 수십년간 내분을 겪어왔으며 현대적 의미의 ‘국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겪지 못했다. 서 교수는 “미국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현실적 고려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불분명한 ‘인도적 지원’으로는 한국의 기여를 부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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