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건축비 올리지 않겠다” 약속 어겨
아현4구역 관리처분취소소송 수개월째 공사 지연
주택재개발사업에서 ‘건축비를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시공사가 정식계약 과정에서는 건축비용을 대폭 상승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시공사는 이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소송으로 이어졌다.
GS건설은 2003년 서울 서대문구 아현1동 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법률사무소의 공증까지 받아 주민들의 표를 얻었다. 당시 GS건설이 홍보했던 ‘사업참여제안서 및 입찰조건 공증’(법무법인 을지 공증)에는 “실착공시까지 ‘재경부발표 소비자물가지수’ 외에는 어떠한 도급공사비 인상이나 변동이 없으며 실착공 이후에는 전혀 공사비 인상이 없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내용에 따라 2003년 6월 GS건설과 아현4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신축건축물 1평당 공사비를 259만원으로 정하여 확정도급제 방식으로 시공하기로 하고 공사도급가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07년 9월 체결된 공사도급 본계약 때는 1평당 공사비가 239만원에서 396만원으로 130만원이 넘게 증가했다. 이 정식계약이 체결되기 전 조합은 2006년 8월부터 조합원들에게 계약 체결을 위한 동의서를 받으러 다녔지만 이 동의서에는 공사비 증액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조합원 하 모씨는 “서면결의서에는 계약서 내용이 하나도 안 나와 있는데 무슨 찬성을 하라는 것인지 황당했다”며 “도우미들이 찾아와 그릇선물세트를 주겠다는 등 엉뚱한 이야기만 하고 계약사항에 관한 설명도 없이 찬성란에 도장을 받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오른 공사비에 반발한 일부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관리처분계획취소 소송을 냈고, 법원이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재 이 지역의 철거 및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재판부는 “조합원들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은 시점부터 2007년 10월 열린 관리처분총회까지 1년여에 불과한데 물가변동 등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해 동의서상의 내용을 변경했다”며 “이는 엄격한 정관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데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공사가 중단되자 조합측에서는 의결정족수 3분의 2를 채우기 위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다시 받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 강 모씨는 “발코니를 무상으로 해주겠다며 찬성에 동의해달라고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3분의2 인원에서 30명 정도가 모자란 것 때문에 취소 처분이 나서 재판부에 수를 채운 동의서를 다시 제출했으나 기각됐다”며 “조만간 공사비를 396만원으로 변경하는 것을 주요 안건으로 하는 총회를 개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현4구역 통합대책위원회 바른재개발 관계자는 “공사비를 안 올리겠다는 약속을 믿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뒤늦게 공사비도 대폭 올리고, 주민들에게 발코니 무상확장 공사, 유리한 동호수 등으로 회유하는 것을 보면서 부도덕한 기업윤리를 가진 건설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는 “본계약 때는 가계약과 달라질 수 있고, 그 전에 했던 공증도 의미가 없다”며 “본계약은 조합원들의 대표격인 조합과 협상을 해 체결한 것이고, 가계약 때에 비해 자재 등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수준이 높아지고 금융비용도 상승해 공사비가 증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7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재개발·뉴타운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용분담내역을 알 수 없는 부실조합설립동의서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경실련은 백지동의서로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은 조합 등이 사업시작(조합설립동의) 때에 비해 사업비 집행(관리처분) 단계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사업비를 평균 55%, 889억원 정도를 인상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조합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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