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②수원여고 ‘수레’

‘즐거운 나의 집’에 놀러올 준비 되셨나요?

지역내일 2009-10-30
연극 동아리 ‘수레’의 역사는 17년, 작고 사소한 일에도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오는 꿈 많은 열일곱, 열여덟의 아이들만큼 자랐다. 중간고사를 막 마치자마자 10명의 팀원들이 연습실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연극의 제목처럼 ‘즐거운 나의 집’을 향한 소녀들의 발걸음, 그 집에는 어떤 사연들이 가득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해진다.

내 나이 열일곱, ‘따로 또 같이’ 가족을 말하다
많고 많은 소재들 중에 수원여고 ‘수레’팀은 ‘가족’을 택했다. 주인공은 고등학생인 가연과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 나연이. 세상을 떠난 엄마의 빈자리를 아빠가 어렵게 메우고 있다.
“우리 모두 가족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었나 봐요.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주제로 선정되면서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 에피소드가 되고, ‘즐거운 나의 집’이 만들어졌죠.” 대본에 함께 참여한 최수빈(고2)과 박기쁨(고2) 양은 사랑과 믿음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런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명장면은 나연이의 독백 부분. ‘돈 때문에 아빠와 언니가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말을 잘 들을 테니 언니는 집 나가지 말고 아빠도 우리 안 버렸으면 좋겠다’는 얘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실직당한 무능력한 아빠, 친구들에게서 옳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따먹는 철없는 동생의 행동에 사춘기 소녀 가연은 아빠와의 일전을 마다 않는다.
“이야기를 만들어 가다 보니 예전의 상황들이 떠오르면서 왜 내가 그 때 그 말을 했을까 싶더라고요.” 김희원(고2) 양의 고백이 이어진다. “난 오히려 아빠가 왜 내게 이런 말을 했을까, 새삼 화가 나던데….” 이번엔 수빈이의 솔직한 얘기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로의 생각은 다르지만 가족을 향한 사랑과 믿음만큼은 같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즐거운 나의 집이 주는 메시지다.

선배가 끌고 후배가 밀고…든든한 수레바퀴
‘수레’의 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 출전은 두 번째. 동아리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선배들의 보살핌도 각별하다. “수레가 원래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야 잘 굴러가잖아요. 선배와 후배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 거죠.” 송지혜(고1) 양은 ‘수레’라는 동아리명의 탄생 배경에 대해 깔끔하게 설명한다. 선배의 정보 제공으로 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는 동아리 기장 기쁨이는 참가에 필요한 모든 과정들을 솔선수범해서 처리해 나갔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선생님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일일이 관여해서 아이들을 억지로 무대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러고 보면 우리 아이들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무대에만 서면 에너지가 넘친다니까요.” 자신은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겸손해하는 박진홍 담당교사의 얘기에 아이들의 열정이 짐작이 간다.
지난 9월에는 서울종합예술학교 주최 청소년연극제에서 특별상과 우수연기상 수상 등 빛나는 성과도 거뒀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 열정이 어느 만큼인지, 박유진 양(고1)의 연기를 향한 집념에서도 증명이 된다. 유치원생 나연 역을 맡다 보니 길거리에서 또래 아이만 만나면 ‘안녕하세요’를 시켜본단다. 말투며 외모까지 그렇게 적역일 수가 없다. “아나운서가 꿈이다. 연극을 통해 자신감을 얻으면서 한발 더 꿈을 향해 전진하는 것 같다”는 유진이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얻은 것은 또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해졌다.

공연 뒤의 희열과 기쁨이 소중한 경험으로
가연이 역을 맡은 김아영(고1)양은 수원여고의 연극부 팸플릿을 보고 이 학교에 지원하게 됐다. 수줍기만 한 성격이 가연이를 만나니 180도 달라진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화배우가 되고픈 아영이의 꿈도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모양이다. 소극적인 성격이 확 바뀐 경우도 많다. 친구들은 전영희(고2) 양을 두고 예전보다 굉장히 밝아졌다고 증언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란 처음엔 두렵고 어려운 일이지만, 한번 만끽하고 나면 그에 따라오는 성취감을 놓칠 수 없다. 공부와 연극, 두 갈래 길을 걷는 자신들의 선택에 후회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은 아닐까. 음향을 맡은 강인희(고1)양은 “처음엔 엄마랑 많이 싸우고 힘도 들었다. 초반에는 타이밍에 안 맞는 음악을 내보내는 실수도 했지만 눈물 흘린 만큼 애착도 남다르다”고 말한다. 조명의 안영은(고1) 양이나 분장의 김지수(고2) 양 역시 맡은 분야를 성실히 수행했을 때의 뿌듯함과 아쉬움을 생생히 기억한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주말을 할애해 연습도 해야 하고, 결국 같이 시작한 친구들이 동아리를 떠나기도 했지만 지난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 없다”는 기쁨이의 얘기에 희원이가 동조한다. “공연 끝나고 나면 다 같이 부둥켜안고 울어요. 왜 연극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충분히 느껴지거든요. 희열과 기쁨,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죠.”
탄탄한 팀워크는 기본, 소중한 무대의 경험까지 더해져 수원여고의 ‘수레’는 천하무적 연극 동아리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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