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서울과 한국의 사막들

지역내일 2009-11-09
서울과 한국의 사막들
김영집 (참여자치21 대표, 전 국가균형발전위 국장)

1947년 프랑스의 지리학자 쟝 프랑소와 그라비에는 ‘파리와 그 외의 사막(Paris and the French Desert)’이라는 유명한 책을 썼다. 그는 그 책에서 ‘파리와 그 위성지역들이 후방지역들을 활기 있게 만드는 대도시가 아니라 국가전체를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대도시’라면서 파리의 극단적인 집중화와 국가자원 독점에 대해서 맹렬히 비난했다. 그래서 50년대 이후 유럽에선 ‘파리와 프랑스 사막’이라는 웃음거리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그 비슷한 조롱거리가 지금 한국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대통령은 세종시 원안 수정을 지시하고 국무총리는 세종시 원안 백지화에 나섰다. 총리 인준 때부터 튀어 나오던 행정중심복합도시 재검토문제가 국회로까지 번지더니 지난 한달간 여야와 충청권, 급기야 정국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발전했다.
금융위기가 아직 극복되지 않아 언제라도 재발할 지경이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대폭 몰락해가며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헤매고 있는 이 어려운 시기에 정부가 세종시 문제로 날밤을 새우고 있으니 국리민복(國利民福)은 요원하고 곳곳에서 국민들의 한숨소리만 드높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버라 터치먼이 쓴 ‘바보들의 행진’ 이 떠오른다. 터치먼은 고대 트로이부터 베트남전쟁까지 3천년을 이어온 오만한 통치자들을 노골적으로 조롱한다. 그 바보들은 ‘어리석음, 독선, 아집, 무지라는 비이성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문제는 그들 때문에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당하는 비극적인 현실이다. 지금 우리도 똑같은 경험을 되풀이 할 수 있다.

세종시원안 백지화, 국회 무시
세종시 원안 백지화는 헌법과 법에 대한 도전이다. 행정부가 국회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처사다. 헌법은 3권 분립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를 만든 것인데 국회에서 통과해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천재지변이나 비상사태도 없는데 뒤엎을 수 있다는 것은 정부가 국회를 뭉게는 헌법정신위반 아닌가. 이러니 사법권을 대표하는 헌재도 미디어법에 대해 ‘법절차 위헌, 효력 유효’라는 희한한 국회조롱 판결을 내렸지 싶다. 이쯤 되면 행정부와 헌재의 잇따른 국회무시에 대해 국회가 비상한 판단을 내려야하는데 아무 말 없으니 이상할 뿐이다.
또 세종시 문제는 국민의 상식과 이성을 권위와 독선으로 덮어씌우는 위험한 정치행위다. 여야합의에 의한 특별법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인데 법을 지켜야한다는 국민상식을 어떻게 할까. 학생들을 무슨 수로 가르칠까. 토마스 페인의 ‘상식론’이 미국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야할까. 만일 문제가 있다면 법통과 이전, 세종시 토지매수 삽들기 이전에 했어야 했다.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통해 집행하는 정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파기한다면 나중에 이명박정부 후 그때 또 정책이 바뀔수 있다는 것인데 정부정책이 그러면 되겠는가. 끝없이 자신의 기득권만을 추구하는 서울특권층과 관료들 그리고 그에 편승하여 이익을 얻는 세력들의 반이성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행정부처를 옮기는 세종시의 자족기능이 없어 정부는 빼고 기업과 학교를 이전하는 과학기술도시로 하자는 정부의 주장은 자가당착인 것 같다. 행정부처를 옮기는데 왜 자족기능이 없나. 세종시에 오면 공무원들이 월급을 못 받나. 세종시 주변 가난한 주민들이 세종시가 들어서면 더 좋으면 좋았지 더 못살게 되나. 자족은 누구를 위해 하는 말인가. 행정도시는 워싱턴D.C 같은 곳이다. 공장이 아니다.
정부는 초기 대덕을 중심으로 과학비지니스벨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걸 안하고 이제 와서 행정도시 포기한 자리에 과학비지니스도시 만든다고 하는 것은 아침에 삼이라고 했다가 저녁에 사라고 하는 것같은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이러니 혁신도시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정부 말을 다른 지방에서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포화상태 벗어나야 경쟁력 생겨
서울 사람들은 ‘정부를 안 옮기면 서울사람이 산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공기관 등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서울 포화상태를 벗어나야 서울의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교통과 환경이 좋아지며 서울이 국제적 경제도시, 문화도시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세종시 문제는 나라를 위해 이쯤해서 끝냈으면 한다. 50년간 수도권집중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세계도시 파리의 경쟁력을 회복한 드골 대통령과 프랑스정부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서울 말고는 지방을 모두 사막으로 만들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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