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과학이 신에게 묻다

지역내일 2009-11-26 (수정 2009-11-27 오전 7:43:27)
인간게놈지도 완성한 세계적 과학자 ‘신’을 말하다


'신의 언어'
프랜시스 S. 콜린스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1만4천원



이 책을 읽고 이해하려면 먼저 다음의 여섯 가지 가정에 동의해야 한다.
1. 우주는 약 140억년전에 무에서 창조됐다. 2. 우주의 여러 특성은 생명이 존재하기에 적합하게 짜여졌다. 3. 지구상에 처음 생명이 탄생하게 된 경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단 생명이 탄생한 뒤로는 대단히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와 자연선택으로 생물학적 다양성과 복잡성이 생겨났다. 4. 일단 진화가 시작되고부터는 특별한 초자연적 존재가 개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5. 인간도 이 과정의 일부이며, 유인원과 조상을 공유한다. 6. 그러나 진화론적 설명을 뛰어넘어 정신적 본성을 지향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다. 도덕법이 존재하고 역사를 통틀어 모든 인간 사회에서 신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그 예가 된다.

과학이 신에게 묻고 신의 언어로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완성했다는 프랜시스 S. 콜린스는 과학과 종교의 공존 체계를 발견했다. 세계 최초로 시도된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완성해 2003년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완전히 해독한 프랜시스 콜린스. 그는 과학과 종교가 극단으로 갈등하는 시대에 과학적 세계관과 신앙적 세계관을 냉정하고도 지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경로를 탐색했다.
그는 1993년 세계 6개국 2000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시도한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총지휘했다. 10년 만인 2003년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31억 개의 유전자 서열을 모두 밝히는 게놈 지도를 완성했다. 그리고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 곁에 섰던 그는 “오늘 우리는 하느님이 생명을 창조할 때 사용한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내려준 가장 신성하고 성스러운 선물에 깃든 복잡성과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경외심을 느끼게 됐습니다”라는 종교적 발언을 들었다.
이 연설은 프랜시스 콜린스가 연설문 작성자와 긴밀히 연락하면서 그 문안을 꼭 넣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유전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어쩌다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신을, 인간 개개인에게 관심을 두는 신을 믿게 됐을까.

생명의 복잡성 뒤에 신의 경외성
그의 어린 시절은 무신론적 환경에 가까웠다. 자유사상가를 부모로 둔 그는 과학에 눈을 떴고, 진화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했다. 무신론자 대학원생 시절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의 2악장을 듣고 있을 때 그는 생각의 변화를 느꼈다. 1972년 올림픽 테러 사건으로 죽은 선수들을 애도하는 베를린 교향악단이 연주한 임이 넘치는 음악이었다. 이후 그는 몇 달간 유물론적 세계관에서 형언키 어려운 영적 차원으로 옮겨갔다. 대단한 경험이었다.
“아가페, 즉 사심없는 이타주의는 진화론자에게 가장 큰 과제다. 개인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영원히 살아남을 목적으로 그런 일을 했다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저자가 고민하는 부분은 유전자 지도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존재다. 결국 과학은 자연이고, 종교는 정신이라는 분석적 결론에 도달한다. 앞서 말한 여섯 가지 가설을 인정한다면 지적으로 만족스러운 동시에 논리적으로 일관된 통합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유전자 지도를 연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는데, 곧 지쳐버린다. 다음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염기서열을 밝히던 나는 태아 헤모글로빈을 생성하는 여러 유전자 중 어느 한 유전자의 바로 위쪽 지점에서 C 대신 G가 놓인 사실을 발견한 날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태아 프로그램이 성인 프로그램으로 바뀌는 까닭은 바로 이 글자 하나의 변이에 있었다. 나는 짜릿하면서도 동시에 몹시 지쳤다. 인간 DNA 암호에서 바뀐 글자 하나를 찾는 데 무려 18개월이 걸리다니!”

과학과 종교, 자연과 신의 관계를 논리화한 저자는 다윈의 시대를 경계로 종교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학과 종교의 다른 두 가지 주장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믿음을 가진 사람은 과학을 부정하기보다는 끌어 안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생명의 복잡성 뒤에 숨은 정교함은 경외감을 느끼고 신을 믿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러나 다윈이 나타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의 마음을 끌었던 단순하고 직설적인 방법으로는 곤란하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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