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규모·만기도래 시기 ‘아무도 몰라’
‘회복조짐’ 세계 경제에 찬물 … 신흥시장 연쇄 충격 가능성
두바이월드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쇼크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월드’만의 문제로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2008년 말 미국 서브프라임에서 시작한 기침이 전 세계를 독감에 시달리게 했으며 각종 고질병에 시달리던 선진국들은 몸 져 누울 지경에 떨어졌다. 올 하반기부터 세계경제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가 ‘두바이월드 사태’를 맞은 것이다. ‘금융위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위기 변종’으로 변해 G20 국제공조라는 ‘백신’으로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 시작한 바이러스가 신흥국을 거치며 악성으로 변해 다시 선진국으로 몰려가는 분위기다.
두바이 사태는 금융위기에서 겨우 벗어나는 세계경제를 다시 침체의 늪으로 떨어뜨릴 것인가. 현재로선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기 어렵다.
두바이 당국이 미국 추수감사절과 이슬람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아드하’ 연휴 직전에 채무지불유예를 발표, 본격적인 충격파는 30일 증시가 개장해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증시의 27일 급락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뉴욕증시가 장중 반등세로 돌아서는 등 금융시장의 쇼크는 일단 진정세를 보였다.
2008년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당시 유럽·미국 은행들의 불량 자산이 1조7000억 달러 규모였던 것에 비해 두바이의 채무 규모가 80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낙관론을 부추기는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자동차회사 제네럴모터스(GM)도 지난 6월 정부에 채무보증을 요청했다가 불과 한달만에 재기에 성공했듯이 이번에도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두바이가 총 부채 규모가 얼마인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국영 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의 부채규모는 총 600억 달러로 이중 40억 달러의 만기가 다음달에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바이 월드가 팜 아일랜드에서 뉴욕 바니스 백화점, 라스베이거스 MGM 미라지 카지노 호텔, 항만 등 590억 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지만 부채를 모두 갚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점 대비 에미리트 자산가격은 이미 50% 이상 내려앉았고 두바이 당국도 국영회사와 선을 긋고 있다. 그 동안 두바이월드의 운영과 채무는 두바이당국과 동일시돼 왔지만 두바이 정부는 10월말 25억 달러 규모의 이슬람 채권을 발행하면서 “더 이상 두바이 정부는 관련 국영기업 채권의 지급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끼워넣었다.
부유한 맏형격의 아부다비가 두바이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관망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아부다비 정부 관계자는 28일 로이터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두바이가 내건 약속들을 검토한 뒤 사안별로 접근해 언제 어디서 두바이의 기업들을 도울 것인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의 채무 모두를 아부다비가 인수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서방 금융기관들이 어느 정도의 두바이 채권을 쥐고 있는지, 또는 제대로 위험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분명치 않다. 두바이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3일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두바이 통치자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을 만나 “아랍 에미리트(UAE)의 빠른 경기회복과 경기침체 여파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리더십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동안 영국 등 서방금융기관들은 치솟는 두바이 부동산 가격에 현혹돼 너도나도 투기에 뛰어들었고 심지어 두바이 투자업체들은 자신들이 매입하지도 않은 땅을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길 정도로 부동산 시장은 활황세를 보였다.
‘두바이 충격 단기화’의 증거로 제시된 주가지수 반등과 달리 금값과 국제유가의 진폭이 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두바이 소식’을 접한 국제 금값은 27일 전날보다 온스당 1.4%나 떨어졌고 서부 텍사스 중질유 1월 인도분도 전날보다 장중 최대 배럴당 5.57달러나 하락하기도 했다. 그 만큼 이번 사태를 위험신호의 전조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경고는 두바이 쇼크가 신흥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금융위기에서 이제 겨우 회복기미가 보이는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고서에서 “꼬리 위험(tail riskㆍ대형 위기 발생확률은 낮더라도 차제에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현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것이 심각한 국가부도 사태로 악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신흥시장 전반의 금융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의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가고 통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베트남의 결정으로 인해 신흥시장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 추가하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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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조짐’ 세계 경제에 찬물 … 신흥시장 연쇄 충격 가능성
두바이월드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쇼크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월드’만의 문제로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2008년 말 미국 서브프라임에서 시작한 기침이 전 세계를 독감에 시달리게 했으며 각종 고질병에 시달리던 선진국들은 몸 져 누울 지경에 떨어졌다. 올 하반기부터 세계경제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가 ‘두바이월드 사태’를 맞은 것이다. ‘금융위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위기 변종’으로 변해 G20 국제공조라는 ‘백신’으로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 시작한 바이러스가 신흥국을 거치며 악성으로 변해 다시 선진국으로 몰려가는 분위기다.
두바이 사태는 금융위기에서 겨우 벗어나는 세계경제를 다시 침체의 늪으로 떨어뜨릴 것인가. 현재로선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기 어렵다.
두바이 당국이 미국 추수감사절과 이슬람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아드하’ 연휴 직전에 채무지불유예를 발표, 본격적인 충격파는 30일 증시가 개장해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증시의 27일 급락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뉴욕증시가 장중 반등세로 돌아서는 등 금융시장의 쇼크는 일단 진정세를 보였다.
2008년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당시 유럽·미국 은행들의 불량 자산이 1조7000억 달러 규모였던 것에 비해 두바이의 채무 규모가 80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낙관론을 부추기는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자동차회사 제네럴모터스(GM)도 지난 6월 정부에 채무보증을 요청했다가 불과 한달만에 재기에 성공했듯이 이번에도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두바이가 총 부채 규모가 얼마인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국영 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의 부채규모는 총 600억 달러로 이중 40억 달러의 만기가 다음달에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바이 월드가 팜 아일랜드에서 뉴욕 바니스 백화점, 라스베이거스 MGM 미라지 카지노 호텔, 항만 등 590억 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지만 부채를 모두 갚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점 대비 에미리트 자산가격은 이미 50% 이상 내려앉았고 두바이 당국도 국영회사와 선을 긋고 있다. 그 동안 두바이월드의 운영과 채무는 두바이당국과 동일시돼 왔지만 두바이 정부는 10월말 25억 달러 규모의 이슬람 채권을 발행하면서 “더 이상 두바이 정부는 관련 국영기업 채권의 지급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끼워넣었다.
부유한 맏형격의 아부다비가 두바이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관망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아부다비 정부 관계자는 28일 로이터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두바이가 내건 약속들을 검토한 뒤 사안별로 접근해 언제 어디서 두바이의 기업들을 도울 것인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의 채무 모두를 아부다비가 인수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서방 금융기관들이 어느 정도의 두바이 채권을 쥐고 있는지, 또는 제대로 위험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분명치 않다. 두바이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3일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두바이 통치자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을 만나 “아랍 에미리트(UAE)의 빠른 경기회복과 경기침체 여파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리더십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동안 영국 등 서방금융기관들은 치솟는 두바이 부동산 가격에 현혹돼 너도나도 투기에 뛰어들었고 심지어 두바이 투자업체들은 자신들이 매입하지도 않은 땅을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길 정도로 부동산 시장은 활황세를 보였다.
‘두바이 충격 단기화’의 증거로 제시된 주가지수 반등과 달리 금값과 국제유가의 진폭이 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두바이 소식’을 접한 국제 금값은 27일 전날보다 온스당 1.4%나 떨어졌고 서부 텍사스 중질유 1월 인도분도 전날보다 장중 최대 배럴당 5.57달러나 하락하기도 했다. 그 만큼 이번 사태를 위험신호의 전조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경고는 두바이 쇼크가 신흥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금융위기에서 이제 겨우 회복기미가 보이는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고서에서 “꼬리 위험(tail riskㆍ대형 위기 발생확률은 낮더라도 차제에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현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것이 심각한 국가부도 사태로 악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신흥시장 전반의 금융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의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가고 통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베트남의 결정으로 인해 신흥시장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국가신용등급 추가하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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