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희락 경찰청장
“절충형 수사권분점 우선 추진”
국민지지 받는 수사권조정 필요 … 인권보호센터 기능 강화
비위경찰 지속 퇴출 … 상위직급 늘려 인사숨통, 보육시설 증설도
“수사권 독점구조 개선을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영미식 수사구조가 바람직하지만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 일본식 절충형 수사권 분점구조를 우선 도입하려 한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1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다시 논란이 일고 있는 수사권조정 문제와 관련 “경찰과 검찰이 형사사법 절차안에서 견제와 민주원리를 실현하고 국민인권과 편익을 신장시키기 위해선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청장은 또 헌법에서 검사만을 영장청구 주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강제처분의 법관유보라는 영장주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개헌 논의 때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청장은 그러나 “경찰 스스로 수사역량과 질을 높여 수사권독립에 대한 국민 지지를 얻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당장 경찰청 인권보호세터 기능을 강화해 수사과정뿐아니라 내부 업무처리과정에서도 인권을 최우선에 두는 것은 물론 비위비리 경찰 척결에도 지속적으로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강 청장은 “국민을 가족처럼 존중하고 배려하며 ‘기본과 원칙’에 따라 사소한 절차라도 정확히 준수한다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경찰에게 욕을 하지는 않을 것” 이라며 “‘정성을 다하는 경찰’ 만들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한지 9개월됐다. 소감은.
지난 9개월을 돌이켜 보면 ‘시간이 쏜살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취임 당시 ‘용산 화재사고’로 인한 지휘부 공백과 연이은 자체사고로 조직이 크게 흔들렸다. 두 전직 대통령 서거, 쌍용차 점거농성 등 대형 이슈들로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하지만 소신대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만큼 성과와 보람도 적지 않았다.
‘합법보장 불법필벌’의 일관된 기조로 대응한 결과라 생각한다. 특히 쌍용차사태는 불상사 없이 잘 해결해 칭찬을 많이 들었다. ‘여야 좌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칙대로 법집행을 하겠다는 원칙이 통했기 때문이다. 이젠 사회 전반에 법질서 준수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또 강도 높은 사정활동으로 경찰서장(총경) 18명 등 비리경찰관 300명을 이상을 퇴출시켰다. 일선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조직운영으로 내부적으로도 많이 안정되고 있다.
취임초 강조한 ‘욕먹지 않는’ 경찰, ‘인정받는’ 경찰이란 무엇인가.
경찰은 어려운 근무여건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욕을 먹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단속과 규제라는 경찰업무 특성과 고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경찰이 업무처리에 있어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내 가족처럼 존중하고 배려하며 ‘기본과 원칙’에 따라 사소한 절차라도 정확히 준수한다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경찰에게 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을 모토로 내건 이유다.
‘풀뿌리 치안’도 강조했는데 현재까지 경찰 안팎의 평가는 다른 것 같다.
풀뿌리 치안은 기초자치단체인 읍 면 동 단위 주민밀착형 치안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풀뿌리 치안의 핵심은 파출소 확대다. 부임후 현재까지 166개 파출소를 신설했다.
일부에서 지구대가 파출소로 전환되면서 근무여건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소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주민 눈높이에 맞춘 경찰활동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부건 고위직이건 인사적체가 심하다.
경찰은 일반직 공무원보다 1계급이 많다. 전체인력(9만9034명) 가운데 총경이상(4급상당) 상위직은 0.5%에 불과하다. 경위 이하가 94%에 달할 정도로 하위직 편중 인력구조가 승진적체의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 직급조정을 추진해 어느 정도 승진적체를 해소했다. 앞으로 상위직급을 확대해 승진적체를 해소하고 보수 인상으로 직급을 상향시키는 방안도 강구 할 계획이다.
격무에 비해 수당이나 복지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관 복지관련 개선대책은 없나.
경찰관들이 ‘높은 위험도에 야간근무의 일상화’ 등 어려운 조건에서 격무를 수행하고 있다.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보수현실화는 물론 인원확충을 지속 추진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하겠다. 당장엔 복지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현재 5개(118개실)인 경찰수련원을 올해 안에 2개(67실) 더 늘린다. 또 여경 맞벌이 경찰관이 육아 부담 없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찰관서 내 ‘보육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 지방청별 최소 1개 보육시설 운영이 목표다.
비리 비위경찰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금품수수 등 주요 비위에 대해 강도 높은 사정 활동과 엄정 조치, 인적 쇄신 대책 추진 등 ‘제 살 깎는’ 각오로 기강 확립에 중점을 뒀다.
앞으로도 주요 비위에 대한 사정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잔존 비리를 척결하는 한편 취약 부문 위주로 예방 감찰을 강화할 계획이다. 행동 강령 준수를 생활화하는 등 청렴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
‘수사권독립’ 어떻게 할 생각인가.
현행 수사구조는 검찰의 형사사법권 독점, 경찰의 수사주체성 불인정, 검경간 상명하복관계로 인해 검찰이 언제든지 경찰의 수사에 개입해 권한을 남용할 수 있는 불합리한 구조다.
독점구조의 개선을 위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영미식 수사구조가 바람직하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일본식의 절충형 수사권 분점구조를 우선 도입하고자 한다.
수사개시부터 송치까지는 경찰이 ‘1차적 본래적 수사기관’으로서 책임수사하고 검찰은 송치 이후부터 ‘2차적 보충적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경찰수사를 철저히 통제하라는 얘기다.
또 헌법에서 검사만을 영장청구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강제처분의 법관유보’라는 영장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개헌 논의 때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물론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하다. 경찰수사의 역량과 질을 국민들의 기대수준까지 향상시키고 인권보호와 수사상 적법절차 준수에 만전을 기하는 등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민적 지지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
경찰의 인권침해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있다
개인적으론 ‘인권’을 어떤 가치보다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사결과가 좋아도 인권침해가 수반됐다면 실패한 수사다. 수단이 정당해야 목적도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업무 특성상 규제 검거 등의 공권력 행사가 많아 외부에서 보기엔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법집행 과정의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예컨대 수사과정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인권위는 인권침해부분에만 집중하는데 예측 못한 결과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 인권문제 역시 시각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인권침해 부분은 계속 줄이겠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경무기획관실에 맡겨 기능을 확대할 생각이다. 수사 과정뿐아니라 내부 업무에서도 인권을 최우선에 두겠다.
파업중인 철도노조를 압수수색 하는 등 노사문제에 경찰이 깊게 개입하는 것 아닌가. 파업이 불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절차상 불법은 아닐지 모라도 경영개입 등의 목적으로 볼 때 불법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폭력행위가 없고 다른 사람의 일을 방해한 것도 아니지만 태업을 하고 있다. 업무방해이기 때문에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것으로 안다. 노조 나름대로 파업 명분은 있겠지만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을지 회의적이다. 경찰은 원칙대로 한다. 불법행위가 있다면 끝가지 따라가 엄정하게 대처한다. 물론 업무방해 부분을 두고 불법인지 아닌지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법원에서 가려질 문제다. 노사가 법 테두리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
연말 치안대책을 소개해 달라.
치안수요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12월말부터 내년 1월초까지 전국 경찰은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경찰관기동대 등 가용 경력과 장비를 민생치안현장에 적극 투입할 계획이다.
우선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 금융기관, 생계형 절도, 취객퍽치기 등 중점 방범대상을 선정하고 범죄 취약지 중심으로 특별방범활동에 나선다. 경찰 역량을 집중해 ‘보이는 경찰활동’으로 범죄분위기를 사전 제압하는 게 우선이다. 또 노점상 영세상인 등 서민을 상대로 한 조직(사채)폭력이나 백화점 주변 날치기 주택 빈집털이 등 강절도 역시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문진헌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약력
△1953년 경북 성주생 △경북사대부고 고려대 법학과 △사법시험 26회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경찰청 공보관 △주 워싱턴 경찰주재관 △경찰청 수사국장 △부산경찰청장 △경찰청차장△해양경찰청장
취재후기
소통 위해 71곳 돌며 ‘현장대화’ … 23차례 박수세례 받기도
강 청장은 ‘현장과의 대화’를 가장 많이 하고 즐겨 한 경찰수장으로 꼽힐 듯하다.
부임 후 최근까지 지방청부터 일선 파출소에 이르기까지 모두 71곳의 현장을 다녔다. 이동 거리만 1만4442km. 강 청장이 현장을 고집한 이유는 ‘소통’ 때문이었다. 일선 경찰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격식이나 절차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계급장 떼고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였다.
현장과의 대화는 경찰들을 변화시켰다. 우선 내부인터넷 게시판 분위기부터 확 달라졌다. 지휘부에 대한 비방글이나 막말, 부정적인 글은 줄어든 대신 건전한 비판, 용기를 북돋는 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 수뇌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던 퇴직경찰관 단체도 우호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강 청장의 ‘진정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패배주의에 빠져있던 일부 경찰 눈빛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현장과 대화라는 게 강 청장 생각이다.
지난달 27일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서 강 청장의 현장대화는 더욱 빛을 발했다. 새내기 경찰 1370명과 1시간30분동안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고 소통했다. 이날 대화는 갓 임용된 경찰관들에게 자신감과 자부심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23차례의 박수세례를 받은 강 청장에겐 ‘경찰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절충형 수사권분점 우선 추진”
국민지지 받는 수사권조정 필요 … 인권보호센터 기능 강화
비위경찰 지속 퇴출 … 상위직급 늘려 인사숨통, 보육시설 증설도
“수사권 독점구조 개선을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영미식 수사구조가 바람직하지만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 일본식 절충형 수사권 분점구조를 우선 도입하려 한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1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다시 논란이 일고 있는 수사권조정 문제와 관련 “경찰과 검찰이 형사사법 절차안에서 견제와 민주원리를 실현하고 국민인권과 편익을 신장시키기 위해선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청장은 또 헌법에서 검사만을 영장청구 주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강제처분의 법관유보라는 영장주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개헌 논의 때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청장은 그러나 “경찰 스스로 수사역량과 질을 높여 수사권독립에 대한 국민 지지를 얻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당장 경찰청 인권보호세터 기능을 강화해 수사과정뿐아니라 내부 업무처리과정에서도 인권을 최우선에 두는 것은 물론 비위비리 경찰 척결에도 지속적으로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강 청장은 “국민을 가족처럼 존중하고 배려하며 ‘기본과 원칙’에 따라 사소한 절차라도 정확히 준수한다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경찰에게 욕을 하지는 않을 것” 이라며 “‘정성을 다하는 경찰’ 만들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한지 9개월됐다. 소감은.
지난 9개월을 돌이켜 보면 ‘시간이 쏜살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취임 당시 ‘용산 화재사고’로 인한 지휘부 공백과 연이은 자체사고로 조직이 크게 흔들렸다. 두 전직 대통령 서거, 쌍용차 점거농성 등 대형 이슈들로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하지만 소신대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만큼 성과와 보람도 적지 않았다.
‘합법보장 불법필벌’의 일관된 기조로 대응한 결과라 생각한다. 특히 쌍용차사태는 불상사 없이 잘 해결해 칭찬을 많이 들었다. ‘여야 좌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칙대로 법집행을 하겠다는 원칙이 통했기 때문이다. 이젠 사회 전반에 법질서 준수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또 강도 높은 사정활동으로 경찰서장(총경) 18명 등 비리경찰관 300명을 이상을 퇴출시켰다. 일선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조직운영으로 내부적으로도 많이 안정되고 있다.
취임초 강조한 ‘욕먹지 않는’ 경찰, ‘인정받는’ 경찰이란 무엇인가.
경찰은 어려운 근무여건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욕을 먹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단속과 규제라는 경찰업무 특성과 고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경찰이 업무처리에 있어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내 가족처럼 존중하고 배려하며 ‘기본과 원칙’에 따라 사소한 절차라도 정확히 준수한다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경찰에게 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을 모토로 내건 이유다.
‘풀뿌리 치안’도 강조했는데 현재까지 경찰 안팎의 평가는 다른 것 같다.
풀뿌리 치안은 기초자치단체인 읍 면 동 단위 주민밀착형 치안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풀뿌리 치안의 핵심은 파출소 확대다. 부임후 현재까지 166개 파출소를 신설했다.
일부에서 지구대가 파출소로 전환되면서 근무여건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소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주민 눈높이에 맞춘 경찰활동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부건 고위직이건 인사적체가 심하다.
경찰은 일반직 공무원보다 1계급이 많다. 전체인력(9만9034명) 가운데 총경이상(4급상당) 상위직은 0.5%에 불과하다. 경위 이하가 94%에 달할 정도로 하위직 편중 인력구조가 승진적체의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 직급조정을 추진해 어느 정도 승진적체를 해소했다. 앞으로 상위직급을 확대해 승진적체를 해소하고 보수 인상으로 직급을 상향시키는 방안도 강구 할 계획이다.
격무에 비해 수당이나 복지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관 복지관련 개선대책은 없나.
경찰관들이 ‘높은 위험도에 야간근무의 일상화’ 등 어려운 조건에서 격무를 수행하고 있다.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보수현실화는 물론 인원확충을 지속 추진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하겠다. 당장엔 복지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현재 5개(118개실)인 경찰수련원을 올해 안에 2개(67실) 더 늘린다. 또 여경 맞벌이 경찰관이 육아 부담 없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찰관서 내 ‘보육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 지방청별 최소 1개 보육시설 운영이 목표다.
비리 비위경찰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금품수수 등 주요 비위에 대해 강도 높은 사정 활동과 엄정 조치, 인적 쇄신 대책 추진 등 ‘제 살 깎는’ 각오로 기강 확립에 중점을 뒀다.
앞으로도 주요 비위에 대한 사정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잔존 비리를 척결하는 한편 취약 부문 위주로 예방 감찰을 강화할 계획이다. 행동 강령 준수를 생활화하는 등 청렴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
‘수사권독립’ 어떻게 할 생각인가.
현행 수사구조는 검찰의 형사사법권 독점, 경찰의 수사주체성 불인정, 검경간 상명하복관계로 인해 검찰이 언제든지 경찰의 수사에 개입해 권한을 남용할 수 있는 불합리한 구조다.
독점구조의 개선을 위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영미식 수사구조가 바람직하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일본식의 절충형 수사권 분점구조를 우선 도입하고자 한다.
수사개시부터 송치까지는 경찰이 ‘1차적 본래적 수사기관’으로서 책임수사하고 검찰은 송치 이후부터 ‘2차적 보충적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경찰수사를 철저히 통제하라는 얘기다.
또 헌법에서 검사만을 영장청구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강제처분의 법관유보’라는 영장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개헌 논의 때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물론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하다. 경찰수사의 역량과 질을 국민들의 기대수준까지 향상시키고 인권보호와 수사상 적법절차 준수에 만전을 기하는 등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민적 지지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
경찰의 인권침해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있다
개인적으론 ‘인권’을 어떤 가치보다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사결과가 좋아도 인권침해가 수반됐다면 실패한 수사다. 수단이 정당해야 목적도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업무 특성상 규제 검거 등의 공권력 행사가 많아 외부에서 보기엔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법집행 과정의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예컨대 수사과정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인권위는 인권침해부분에만 집중하는데 예측 못한 결과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 인권문제 역시 시각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인권침해 부분은 계속 줄이겠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는 경무기획관실에 맡겨 기능을 확대할 생각이다. 수사 과정뿐아니라 내부 업무에서도 인권을 최우선에 두겠다.
파업중인 철도노조를 압수수색 하는 등 노사문제에 경찰이 깊게 개입하는 것 아닌가. 파업이 불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절차상 불법은 아닐지 모라도 경영개입 등의 목적으로 볼 때 불법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폭력행위가 없고 다른 사람의 일을 방해한 것도 아니지만 태업을 하고 있다. 업무방해이기 때문에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것으로 안다. 노조 나름대로 파업 명분은 있겠지만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을지 회의적이다. 경찰은 원칙대로 한다. 불법행위가 있다면 끝가지 따라가 엄정하게 대처한다. 물론 업무방해 부분을 두고 불법인지 아닌지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법원에서 가려질 문제다. 노사가 법 테두리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
연말 치안대책을 소개해 달라.
치안수요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12월말부터 내년 1월초까지 전국 경찰은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경찰관기동대 등 가용 경력과 장비를 민생치안현장에 적극 투입할 계획이다.
우선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 금융기관, 생계형 절도, 취객퍽치기 등 중점 방범대상을 선정하고 범죄 취약지 중심으로 특별방범활동에 나선다. 경찰 역량을 집중해 ‘보이는 경찰활동’으로 범죄분위기를 사전 제압하는 게 우선이다. 또 노점상 영세상인 등 서민을 상대로 한 조직(사채)폭력이나 백화점 주변 날치기 주택 빈집털이 등 강절도 역시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문진헌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약력
△1953년 경북 성주생 △경북사대부고 고려대 법학과 △사법시험 26회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경찰청 공보관 △주 워싱턴 경찰주재관 △경찰청 수사국장 △부산경찰청장 △경찰청차장△해양경찰청장
취재후기
소통 위해 71곳 돌며 ‘현장대화’ … 23차례 박수세례 받기도
강 청장은 ‘현장과의 대화’를 가장 많이 하고 즐겨 한 경찰수장으로 꼽힐 듯하다.
부임 후 최근까지 지방청부터 일선 파출소에 이르기까지 모두 71곳의 현장을 다녔다. 이동 거리만 1만4442km. 강 청장이 현장을 고집한 이유는 ‘소통’ 때문이었다. 일선 경찰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격식이나 절차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계급장 떼고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였다.
현장과의 대화는 경찰들을 변화시켰다. 우선 내부인터넷 게시판 분위기부터 확 달라졌다. 지휘부에 대한 비방글이나 막말, 부정적인 글은 줄어든 대신 건전한 비판, 용기를 북돋는 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 수뇌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던 퇴직경찰관 단체도 우호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강 청장의 ‘진정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패배주의에 빠져있던 일부 경찰 눈빛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현장과 대화라는 게 강 청장 생각이다.
지난달 27일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서 강 청장의 현장대화는 더욱 빛을 발했다. 새내기 경찰 1370명과 1시간30분동안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고 소통했다. 이날 대화는 갓 임용된 경찰관들에게 자신감과 자부심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23차례의 박수세례를 받은 강 청장에겐 ‘경찰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