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헬기사고 희생 헛되지 않게
허영섭 (언론인)
방재훈련중이던 산림청 소속 헬기가 전남 영암에서 또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영암호에서 산불진화용 물을 퍼올리는 교육 도중 통신이 끊어졌고, 결국 호수에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종사와 정비사 등 3명이 한꺼번에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불과 열흘 전의 일로, 강원도 인제에서 벌채목을 운반하던 민간 헬기의 사고에 연이은 것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어느 조종사의 아들은 “지난 3년간 아버지 얼굴을 많이 못봤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이제 수능시험도 끝났으니 아버지와 함께 등산도 하고 야구장에도 가려 했으나 그만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특히 산림청 헬기사고는 지난 2001년 경북 안동에서 산불을 진화하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탑승대원 3명이 목숨을 잃은 이래 해마다 거르지 않고 이어지는 추세다. 자칫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될 뻔했던 경우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이러한 추락사고는 무엇보다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업무 속성에 기인한다. 산악 지형이 워낙 기류가 불안정하기도 하지만 산불을 끄거나 병충해 구제를 위해서는 고도를 낮추어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악천후 무릅쓰고 임무 수행
산불이 일어난 지점에 정확히 물을 뿌리기 위해서는 매캐한 연기 속을 헤치며 가파른 계곡을 따라 날아가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번 사고가 난 저수지 취수작업만 해도 수면에서 기껏 2~3m 높이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순간적으로 돌풍이 불어온다면 곧바로 헬기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면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수면 위로 자욱한 안개나 물보라가 일어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산림청 헬기들이 웬만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임무를 수행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안전관리지침에 따라 중형 헬기는 초속 10m 이상, 대형이라도 15m의 강풍이 불어올 때는 비행이 금지되고 있으나 산불이 마구 번지는 경우에는 무모하게라도 출동을 감행하곤 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 지역에 산불이 났을 때 초속 20~25m의 강풍이 불고 있었으나 조종사들이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출동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타깝게도 불길은 낙산사까지 번졌으나 그나마 전체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헬기 조종사들의 목숨을 건 출동 덕분이었다. 물론 지상에서 악전고투하며 불길과 싸우는 산불 진화대원들의 숨은 노고도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산림청 헬기단원의 역할은 병충해 방제와 산불 진화에 그치지 않는다.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인한 긴급구조와 응급복구 활동에 투입되는 것은 물론 도서산간지역의 조난자와 응급환자 이송에도 동원된다.
국립묘지 안장이라도 했으면
더군다나 최소한의 필수인원만 충원되고 있으므로 교대근무는 생각하기조차 어렵다. 산불이 집중되는 봄가을철에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집안 식구들에게 늘 빚진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하소연이 괜한 엄살만은 아닐 것이다.
더욱 처량한 것은 작업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고서도 국립묘지 안장이나 국가유공자 서훈이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이나 소방 공무원과 달리 순직 처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눈을 감은 당사자들이야 더 무엇을 바랄까만, 유족들의 눈물이라도 씻어주려는 당국의 배려가 필요하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허영섭 (언론인)
방재훈련중이던 산림청 소속 헬기가 전남 영암에서 또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영암호에서 산불진화용 물을 퍼올리는 교육 도중 통신이 끊어졌고, 결국 호수에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종사와 정비사 등 3명이 한꺼번에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불과 열흘 전의 일로, 강원도 인제에서 벌채목을 운반하던 민간 헬기의 사고에 연이은 것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어느 조종사의 아들은 “지난 3년간 아버지 얼굴을 많이 못봤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이제 수능시험도 끝났으니 아버지와 함께 등산도 하고 야구장에도 가려 했으나 그만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특히 산림청 헬기사고는 지난 2001년 경북 안동에서 산불을 진화하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탑승대원 3명이 목숨을 잃은 이래 해마다 거르지 않고 이어지는 추세다. 자칫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될 뻔했던 경우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이러한 추락사고는 무엇보다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업무 속성에 기인한다. 산악 지형이 워낙 기류가 불안정하기도 하지만 산불을 끄거나 병충해 구제를 위해서는 고도를 낮추어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악천후 무릅쓰고 임무 수행
산불이 일어난 지점에 정확히 물을 뿌리기 위해서는 매캐한 연기 속을 헤치며 가파른 계곡을 따라 날아가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번 사고가 난 저수지 취수작업만 해도 수면에서 기껏 2~3m 높이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순간적으로 돌풍이 불어온다면 곧바로 헬기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면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수면 위로 자욱한 안개나 물보라가 일어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러나 산림청 헬기들이 웬만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임무를 수행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안전관리지침에 따라 중형 헬기는 초속 10m 이상, 대형이라도 15m의 강풍이 불어올 때는 비행이 금지되고 있으나 산불이 마구 번지는 경우에는 무모하게라도 출동을 감행하곤 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 지역에 산불이 났을 때 초속 20~25m의 강풍이 불고 있었으나 조종사들이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출동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타깝게도 불길은 낙산사까지 번졌으나 그나마 전체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헬기 조종사들의 목숨을 건 출동 덕분이었다. 물론 지상에서 악전고투하며 불길과 싸우는 산불 진화대원들의 숨은 노고도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산림청 헬기단원의 역할은 병충해 방제와 산불 진화에 그치지 않는다.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인한 긴급구조와 응급복구 활동에 투입되는 것은 물론 도서산간지역의 조난자와 응급환자 이송에도 동원된다.
국립묘지 안장이라도 했으면
더군다나 최소한의 필수인원만 충원되고 있으므로 교대근무는 생각하기조차 어렵다. 산불이 집중되는 봄가을철에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집안 식구들에게 늘 빚진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하소연이 괜한 엄살만은 아닐 것이다.
더욱 처량한 것은 작업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고서도 국립묘지 안장이나 국가유공자 서훈이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이나 소방 공무원과 달리 순직 처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눈을 감은 당사자들이야 더 무엇을 바랄까만, 유족들의 눈물이라도 씻어주려는 당국의 배려가 필요하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