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지역내일 2009-11-19
부디 이 땅의 목숨도 돌아보기를

지난 토요일 낮, 부산 국제시장 실내사격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25분 만에 불은 진압되었지만, 일본인 관광객을 포함하여 이미 열여섯 명의 사상자를 낸 뒤였습니다. 소방대원들의 빠른 대응을 비웃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피해가 속출한 것입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방음재에서 나온 유독가스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조사가 진행되면서 폭발에 의한 화재라는 것이 드러났지요. 문제는 이 폭발이 왜 일어났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고 원인이 무엇이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소홀한 안전대책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화재에 치명적 약점을 가진 폴리우레탄폼이 사격장의 방음재로 사용된 것도 그렇고, 화재 위험이 있는데도 흡연을 막지 않고 스프링클러 같은 설비도 갖추지 않은 것 등, 문제점은 하나둘이 아닙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도 전에 대통령이 안전 불감증을 개탄하고 언론이 인재(人災)라고 규정한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사고만 나면 인재인 세상에서 살다 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역시나 부아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뻔히 위험이 보이는데도 아무 대책 없이 장사를 하고 허가를 내주는 이 사회에 깊은 절망감마저 듭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목숨을 잃어야 돈보다 사람 귀한 줄을 알까,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정부도 똑같은 마음이었는지,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문화부장관이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총리가 장례식장을 찾았으며, 대통령이 직접 일본 총리에게 사과의 말을 했습니다.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았고 개인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임에도, 정부가 먼저 보상책을 찾겠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화재 진압도 화재 피해도 순식간이더니 대책 마련도 그야말로 속전속결, 일본 언론이 “이례적”이라고 놀랄 정도입니다.
정운찬 총리가 부산의 장례식장을 찾아 무릎을 꿇은 15일 오후, 서울 용산에서는 참사 3백 일을 맞아 망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굿판이 벌어졌습니다. 취임 직후 용산의 유족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던 정 총리는, 얼마 전 국회에서 용산 참사의 해법을 묻자 그것은 “당사자들의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재개발조합과 철거민 사이의 문제이니 정부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천 명이 넘는 전투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 한 명과 시민 다섯 명이 죽었음에도, 정부는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사과할 일도 책임질 일도 아니라고 말해왔습니다. 설령 그 말처럼 개인사업자 간의 문제니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 해도, 도심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관리 감독할 책임은 정부와 시 당국의 몫입니다. 이번 부산 화재에 대해서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대통령이 구두로 서면으로 일본총리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것도, 정부가 갖는 이런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이 아닌지요.
일본인 관광객이 숨진 사고에 대해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한목소리로 사과와 보상,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을 보면서 이 정부가 누구의 정부인지 새삼 묻게 됩니다.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을까 걱정하는 충정을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관광객이든 내국인이든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국가 이미지, 요즘 하는 말로 ‘국격(國格)’은 떨어지기 마련이며, 남이 뭐라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부끄러워 마땅한 일입니다.
대통령이 두 차례나 일본에 사과한 것은 지나친 감이 있지만,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정부가 그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다행입니다. 그런 마음자세라면 3백 일 넘게 장례도 치르지 못한 용산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를 보일 테니까요.
국적과 상관없이 사람 목숨은 다 귀합니다. 억울하게 죽은 목숨은 다 슬프고 위로받아야 합니다. 더구나 내 나라에서 내 나라 정부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목숨은 더욱 가여운 것이니, 부디 이제라도 더 큰 상처로 그를 모욕하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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