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험시장을 가다

지역내일 2009-12-09
어깨: 미국보험시장을 가다
제목: “보험으로 위험대비 당연한 일”
부제: 주택보험 화재보험 등 일반보험 보편화
가입률 저조한 국내 상황과 크게 달라

부산 사격장 참사로 국내에서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의무보험 확대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의무보험이라는 용어가 되레 낯설 만큼 보험을 통한 위험대비가 보편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당연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머쓱할 정도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반영돼 있지만 국내 상황에 적용해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 주택종합보험 화재보험 배상책임보험 등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반보험 가입률 천양지차 = 미국인과 한국인의 주택보험의 차이는 가입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흔히 집보험이나 홈오너스(homeowner’s insurance)보험이라고 불리는 주택종합보험은 화재는 물론이고 각종 자연재해와 사고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종합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주택종합보험 가입률은 96%로 거의 모든 미국인은 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보험료수입은 641억 달러(약 77조원)로 손해보험산업의 핵심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집을 둘러싼 종합적인 보장을 하는 상품이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최근에야 출시되기 시작했다.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또 오래전부터 판매하고 있는 화재보험이 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나은 것은 아니다.
아파트의 경우 화재보험 가입률은 92%로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건물 구조물이나 인명피해에 대해서만 보상을 하는 수준이다. 보장범위가 그만큼 좁다는 의미다. 결국 집안 내에 있는 재물이나 이웃으로 옮겨 붙은 경우 제대로 된 보장을 할 수 없다.
더구나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은 더욱 상황이 나쁘다. 단독주택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30%, 연립주택과 다세대 주택은 10%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상 화재로부터 무방비 상태다.

◆은행에서 대출조건으로 보험증서 요구 =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우선 문화적 차이가 있다. 소송이 많은 미국의 경우 주택종합보험 없이는 가정에 닥칠 수 있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령 집 앞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다 다쳐도 미국에서는 집주인과 다친 아이 부모 간에 소송이 일어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경우 보험이 없으면 막막할 수 밖에 없다. 차티스보험의 존 도일(John Doyle) 수석 부사장은 “항상 소송에 대한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가 소송에 휘말려 더 큰 리스크를 지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험가입이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또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차이도 크다. 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우 은행에서 보험가입증명을 대출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뉴욕의 세인트 존스대학에서 보험학 교수로 재직 중인 권욱진 교수는 “화재보험과 배상책임보험의 경우 해당건물의 담보은행도 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건물을 살 때 대출해준 은행에서 보험가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반건물도 마찬가지다.
권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모기지 시장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대출은행에서 대출조건으로 주택보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주택보험의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개인주택 소유자 가운데 80%가 담보대출을 갖고 있다.

◆정부의 지원 없다는 인식도 한 몫 = 대형사고가 났을 경우 정부의 지원방식도 크게 다르다. 미국은 연방정부나 주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다. 다만 공공성격의 기금에서 피해자들에게 저리로 융자를 해주는 방식은 가능하다. 이처럼 미국에서 배상책임보험이 활성화 된 데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도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처럼 사고를 낸 당사자는 나몰라라하고 피해가족들이 지자체나 정부를 상대로 보상협상을 벌이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보험가입 의무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미국 보험관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차이를 드러냈다.
캘리포니아 보험감독청의 셔우드 기리온 부청장은 “대형사고나 재난이 발생했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는 경우는 없다”면서 “다만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저리융자나 무이자 융자를 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서비스가 대안 = 의무보험으로 강제하지 않는데도 일반보험이 활성화 된 배경가운데 미국 보험사들의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도 눈여겨 볼만하다.
가령 미국내 주택보험 8위인 CHUBB사는 가입 고객의 40%가 주택담보대출이 없지만 주택종합보험에 가입했다. 스스로 필요해서 가입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CHUBB사는 주택보험시장이 출혈경쟁을 펼치자 고급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VIP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HUBB사의 보험심사과 개인보험부문 최고 책임자인 프랜시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1000만달러 이상의 고가 주택은 피해를 입으면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에 연연치 않고 보험에 가입한다”면서 “CHUBB사는 집을 새로 짓는데 드는 비용이 100만달러가 넘는 고가 주택만 받고 있고 보험료만 연평균 2000달러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보험료가 높고 가입과정을 깐깐하게 거친 대신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파격적이다.
또 고가의 가재도구와 미술품 등에 대한 전문적인 감정은 물론이고 적외선 카메라를 동원해 전기와 수도 등의 문제를 진단해주고, 산불이 나면 계약을 맺은 전문소방관을 보내 방화물질을 뿌려주는 작업까지 서비스한다. 서비스가 다르니까 고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내 한인사회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미국 뉴욕 한인회장이자 CHUBB과 계약을 맺은 보험대리점 사장인 하용화씨는 “미국인들은 항상 보험을 통해 위험에 대비해야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며 “최근에는 미국내 한인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져 CHUBB의 고급 주택보험을 한인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CHUBB은 우리나라 삼성화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삼성화재는 지난 7월부터 홈오너스 보험인 ‘애니홈종합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뉴욕 로스엔젤레스 =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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