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2 예천에서 상주, 구미, 대구까지
대구경북 하수관로 설치비만 6조 이상 든다
구미 지나면서 2급수로 떨어져 …
흔히 강을 ‘한반도의 젖줄’이라고 표현하지만 강은 젖줄이 아니라 ‘핏줄’이다. 백두대간을 비롯한 산줄기들이 한반도의 골격이라면, 강줄기는 구석구석 물을 공급해주는 핏줄이다. 낙동강의 수질이 중요한 것은 이 일대 1300만 사람들의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三江里)는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곳이다. 이 세 줄기 강의 뿌리는 모두 백두대간이다. 낙동강 본류는 백두대간 싸리재(1268m·태백시)에서, 내성천은 구룡산(1345m·봉화군)에서, 금천은 대미산(1115m·문경시)에서 발원한다.
세 강의 합수지점인 백포나루 삼강주막 옆으로는 용궁과 삼강을 잇는 큰 다리가 놓였지만 다리 아래 낙동강 물빛은 여전히 맑다. 강변 모래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그대로다.
삼강리를 지난 낙동강은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서 백두대간 속리산 문장대(1033m)에서 발원한 영강을 만난다. 낙동강 옆의 비옥한 충적지대 평야를 끼고 있는 상주는 낙동강 하류의 조세창고에서 한양으로 세곡을 실어나르던 뱃길의 최상류 종착지점이었다. ‘낙동강 뱃길 700리’라는 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 상주 일대 낙동강 물빛은 그래도 맑은 편이고 수질도 연평균 1급수를 유지한다. 영강은 문경 일대의 폐광지역을, 낙동강 본류는 태백과 석포, 안동을 거쳐 내려왔고, 내성천도 영주와 예천을 통과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맑은 물빛을 유지할까? 수많은 오염원들을 거쳐왔지만 풍부한 모래톱과 습지를 지나는 동안 낙동강은 ‘자정작용’을 통해 스스로를 맑게 지켜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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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상류권인 안동 예천 상주 지역에는 이런 금빛 모래톱이 풍부하다. 강에는 강물만 흘러가는 것으로 알지만 하상의 모래도 강물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내려간다.
강 바닥에 쌓인 모래를 지나는 동안 강물이 맑아지는 원리는 쉽게 얘기하면 수돗물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도 다 모래로 만든다. 염소 소독을 빼면 모든 공정이 모래 여과로 이루어진다.
이렇듯 소중한 모래톱이건만 낙동강 중·상류권에는 지자체마다 모래채취 사업이 한창이다. 모래채취장이 보이는 곳을 지나면 물빛은 영락없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과도한 골재채취는 안정된 수생 수변 동식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다. 아무리 자정능력이 뛰어난 모래라고 강물과 함께 진공흡입기로 빨아들여서 토해놓으면 머금었던 오염물질을 토해놓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물속에서 골재를 퍼올리면 강바닥에 깊은 웅덩이가 생기면서 오염된 퇴적물들이 흘러내려가지 못하고 쌓입니다. 여기에 강물이 흘러가는 속도까지 느려지면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상주를 지난 낙동강은 1·2·3·4공단으로 둘러싸인 구미로 내려온다. 구미공단 최종 방류수는 구미하수처리장을 거쳐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2.3ppm(2007년 연평균 수질·환경부 측정자료) 수준으로 하루 289만톤 배출된다.
구미시 상수원 취수장까지 낙동강은 2008년 연평균 BOD 1ppm(강정)으로 1급수를 유지하지만 구미를 지난 뒤부터는 1.5ppm(구미), 2급수 수준으로 떨어진다. 왜관에서 1.8ppm으로 더 떨어진 수질은 대구시 취수원인 달성 지점에서는 2.3ppm으로 악화된다. 대구를 지난 낙동강은 금호강(3.6ppm)을 만나 3.0ppm(화원나루)까지 악화된다.
대구에서만 하루 40.4톤 BOD 배출
국립환경과학원의 ‘낙동강수계 시·군별 배출부하량’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의 BOD 배출부하량은 하루 40.4톤에 이른다. 인구나 도시 규모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태백시의 BOD 배출부하량이 1.2톤, 공단이 밀집해 있는 구미시가 12.3톤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부하량이다.
물론 근래 들어 대구 금호강 수질은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금호강 최하류 강창교 지점의 수질은 2008년 연평균 3.6ppm을 기록했다. 111ppm까지 올라갔던 80년대와 비교하면 정말 대단한 변화다.
많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구미와 대구를 지나면 낙동강 수질이 왜 나빠질까? 문제는 하수처리를 거치지 않고 낙동강으로 들어가는 오염된 지천들이다. 구미나 대구시의 하수처리율은 90% 이상에 방류수질도 나쁘지 않지만 이런 수치는 공식적인 통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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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포항 영덕 울진 등 동해안 수계를 제외하고 낙동강으로 하수를 배출하는 경북 지자체들의 하수관거 보급률은 65%, 대구광역시는 86.8% 수준이다.(2008 환경부 하수도통계)
환경부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경북도의 하수관거 연장은 8190km, 대구시는 5963km에 이른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하수도계획시 경제성평가’(2008.11)에서 환경부는 1km당 하수관거 평균건설비용을 4억4820만원으로 계산했다.
이 단가를 대입하면 경북도는 3조6700억원, 대구시는 2조6726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구경북의 하수관거 건설비용만 6조3426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북도 수질보전과 하수처리계 담당자는 “하수도 보급률을 1% 높이는 데 평균 1200억원이 든다”며 “68.8%인 경북도의 하수도 보급률을 100%로 높이려면 3조70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예산이 없어 민간투자 방식으로 조금씩 하수관거 시설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오염된 하수부터 제대로 처리해야 낙동강 살리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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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하수관로 설치비만 6조 이상 든다
구미 지나면서 2급수로 떨어져 …
흔히 강을 ‘한반도의 젖줄’이라고 표현하지만 강은 젖줄이 아니라 ‘핏줄’이다. 백두대간을 비롯한 산줄기들이 한반도의 골격이라면, 강줄기는 구석구석 물을 공급해주는 핏줄이다. 낙동강의 수질이 중요한 것은 이 일대 1300만 사람들의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三江里)는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곳이다. 이 세 줄기 강의 뿌리는 모두 백두대간이다. 낙동강 본류는 백두대간 싸리재(1268m·태백시)에서, 내성천은 구룡산(1345m·봉화군)에서, 금천은 대미산(1115m·문경시)에서 발원한다.
세 강의 합수지점인 백포나루 삼강주막 옆으로는 용궁과 삼강을 잇는 큰 다리가 놓였지만 다리 아래 낙동강 물빛은 여전히 맑다. 강변 모래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그대로다.
삼강리를 지난 낙동강은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서 백두대간 속리산 문장대(1033m)에서 발원한 영강을 만난다. 낙동강 옆의 비옥한 충적지대 평야를 끼고 있는 상주는 낙동강 하류의 조세창고에서 한양으로 세곡을 실어나르던 뱃길의 최상류 종착지점이었다. ‘낙동강 뱃길 700리’라는 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 상주 일대 낙동강 물빛은 그래도 맑은 편이고 수질도 연평균 1급수를 유지한다. 영강은 문경 일대의 폐광지역을, 낙동강 본류는 태백과 석포, 안동을 거쳐 내려왔고, 내성천도 영주와 예천을 통과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맑은 물빛을 유지할까? 수많은 오염원들을 거쳐왔지만 풍부한 모래톱과 습지를 지나는 동안 낙동강은 ‘자정작용’을 통해 스스로를 맑게 지켜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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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상류권인 안동 예천 상주 지역에는 이런 금빛 모래톱이 풍부하다. 강에는 강물만 흘러가는 것으로 알지만 하상의 모래도 강물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내려간다.
강 바닥에 쌓인 모래를 지나는 동안 강물이 맑아지는 원리는 쉽게 얘기하면 수돗물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도 다 모래로 만든다. 염소 소독을 빼면 모든 공정이 모래 여과로 이루어진다.
이렇듯 소중한 모래톱이건만 낙동강 중·상류권에는 지자체마다 모래채취 사업이 한창이다. 모래채취장이 보이는 곳을 지나면 물빛은 영락없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과도한 골재채취는 안정된 수생 수변 동식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다. 아무리 자정능력이 뛰어난 모래라고 강물과 함께 진공흡입기로 빨아들여서 토해놓으면 머금었던 오염물질을 토해놓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물속에서 골재를 퍼올리면 강바닥에 깊은 웅덩이가 생기면서 오염된 퇴적물들이 흘러내려가지 못하고 쌓입니다. 여기에 강물이 흘러가는 속도까지 느려지면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상주를 지난 낙동강은 1·2·3·4공단으로 둘러싸인 구미로 내려온다. 구미공단 최종 방류수는 구미하수처리장을 거쳐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2.3ppm(2007년 연평균 수질·환경부 측정자료) 수준으로 하루 289만톤 배출된다.
구미시 상수원 취수장까지 낙동강은 2008년 연평균 BOD 1ppm(강정)으로 1급수를 유지하지만 구미를 지난 뒤부터는 1.5ppm(구미), 2급수 수준으로 떨어진다. 왜관에서 1.8ppm으로 더 떨어진 수질은 대구시 취수원인 달성 지점에서는 2.3ppm으로 악화된다. 대구를 지난 낙동강은 금호강(3.6ppm)을 만나 3.0ppm(화원나루)까지 악화된다.
대구에서만 하루 40.4톤 BOD 배출
국립환경과학원의 ‘낙동강수계 시·군별 배출부하량’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의 BOD 배출부하량은 하루 40.4톤에 이른다. 인구나 도시 규모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태백시의 BOD 배출부하량이 1.2톤, 공단이 밀집해 있는 구미시가 12.3톤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부하량이다.
물론 근래 들어 대구 금호강 수질은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금호강 최하류 강창교 지점의 수질은 2008년 연평균 3.6ppm을 기록했다. 111ppm까지 올라갔던 80년대와 비교하면 정말 대단한 변화다.
많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구미와 대구를 지나면 낙동강 수질이 왜 나빠질까? 문제는 하수처리를 거치지 않고 낙동강으로 들어가는 오염된 지천들이다. 구미나 대구시의 하수처리율은 90% 이상에 방류수질도 나쁘지 않지만 이런 수치는 공식적인 통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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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포항 영덕 울진 등 동해안 수계를 제외하고 낙동강으로 하수를 배출하는 경북 지자체들의 하수관거 보급률은 65%, 대구광역시는 86.8% 수준이다.(2008 환경부 하수도통계)
환경부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경북도의 하수관거 연장은 8190km, 대구시는 5963km에 이른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하수도계획시 경제성평가’(2008.11)에서 환경부는 1km당 하수관거 평균건설비용을 4억4820만원으로 계산했다.
이 단가를 대입하면 경북도는 3조6700억원, 대구시는 2조6726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구경북의 하수관거 건설비용만 6조3426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북도 수질보전과 하수처리계 담당자는 “하수도 보급률을 1% 높이는 데 평균 1200억원이 든다”며 “68.8%인 경북도의 하수도 보급률을 100%로 높이려면 3조70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예산이 없어 민간투자 방식으로 조금씩 하수관거 시설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오염된 하수부터 제대로 처리해야 낙동강 살리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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