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심리중인 치열한 사건] ⑥ 이주대책비

개발로 생활터전 잃은 주민들 아파트 원가분양 받을까?

지역내일 2009-12-09
“건설사 투입 비용만 부담”, “특별분양권으로 족해” … 하급심 판결 엇갈려

쟁점이 복잡하고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건은 대법원 내부에서도 치열한 법리논쟁이 벌어진다. 대법원 판결이 하급심 법원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파괴력이 크기 때문이다. 1년에 3만건 가량의 사건을 처리하는 대법원에는 수많은 사건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법원 사건은 공개 재판을 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중요한 사건도 여론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내일신문에서는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대법원 사건 중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을 골라 집중 분석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사업을 벌이면서 토지를 강제수용할 경우 그 곳에 오랫동안 살고 있던 주민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이주대책이 마련돼야 할까.
대체로 아파트 분양권이 제공되고 있지만 분양권을 준 것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분양대금을 대폭 낮춰서 건설사가 주택을 공급하는데 투입한 비용의 원가만 부담시키는 것이 옳을까.
전국 곳곳에서 공익 목적의 개발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이 사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1심 재판부인 지방법원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왔고 항소심마저 판결이 다르게 나왔다.
대법원이 2년 넘게 심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놓으냐에 따라 세대당 1~2억원 가량의 환급여부가 결정돼 전국적으로 따지면 그 파장이 매우 클 전망이다.

◆원가 공급 가능, 불가? = 공익사업법 78조 1항에는 ‘공익사업 시행으로 인해 생활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자를 위해 사업시행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주대책을 수립·실시하거나 이주정착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주대책에 대해서는 ‘이주정착지에 대한 도로·급수시설·배수시설, 공공시설 등 생활기본시설이 포함돼야 하고 이에 필요한 비용은 사업시행자의 부담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2006년 고양시 일산 풍동 지역 주민들은 이 일대가 택지개발사업지구로 지정돼 개발이 이뤄지면서 이주대책의 일환으로 건립될 아파트를 일반분양조건과 동일하게 분양받았다.
하지만 공익사업법에 명시된 생활기본시설의 설치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일반분양과 동일하게 분양가를 책정한 것은 잘못됐으며 분양받을 아파트의 ‘개발 전 토지가격’(소지가격)과 택지조성비, 건축원가만을 부담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대한주택공사는 주민들의 계약금을 축소해 주고, 중도금을 잔금으로 전환했으며 일부 잔금은 무이자로 분할상환하는 등 실질적으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이 공제됐다고 맞섰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주자들에게 주택을 건설해 공급하는 경우 택지의 소지가격 및 택지조성비, 건축원가만을 부담시키는 것이 상당하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가 101명이어서 승소금액은 100억원이 넘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 덧붙여서 “대한주택공사가 아파트 건설 원가를 산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이 계산한 금액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사한 다른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서울고법은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일대 주민들이 건설사와 성남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원고패소 판결했다. 주민들은 성남시의 도로 확장 사업으로 살던 주택과 토지가 강제로 편입되면서 성남판교택지개발지구 아파트를 특별분양받았다.
재판부는 “사업시행자인 성남시의 알선에 의해 이주대책 대상자에게 민영주택이 공급되는 경우에는 그 주택의 부지가 ‘이주정착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특별분양권이 제공됐다고 할지라도 공급가격의 결정에 관해 공익사업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결했다.

◆원가 계산도 쟁점 = 또 하나의 쟁점은 대법원이 원가 분양을 받아들이더라도 원가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 여부다.
성남시 주민들은 서울고법에서 패소 판결을 받기 전 1심 재판에서도 졌다. 당시 재판부는 주민들의 원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가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실제로 주민들이 낼 분양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개발 전 토지가격인 소지가격에 대해 ‘토지대, 지장물 철거비, 영업권보상비’만 해당된다고 주장한 반면 재판부는 “토지매수비용 외에도 간접보상(주거대책비), 용지매수수수료, 현황측량비, 전주·통신이설비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건축비와 관련해서도 주민들은 “아파트 건축비에서 수급인의 이윤 10%를 공제한 금액에서 아파트내 공공시설 설치비용 35%를 다시 공제한 금액을 건축비 원가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택건설원가 산정에 있어 공사비에 수급인의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내의 관리소 노인정 보일러실 등 복리시설 공사비 또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원고들이 승소한 고양시 풍동사건에서 재판부는 원고들의 원가 산정을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주대책비와 관련한 여러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전국적으로 유사사건이 많은 만큼 대법원도 신중하게 심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진행 중인 김현만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이 느끼는 고통이 크다”며 “1심에서 지고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고 대법원의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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