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리포터가 들여다 본 ‘석적에서 구미시민으로 살아 가기’

‘몸’은 칠곡 군민 ‘의식’은 구미시민이 갖는 괴리

지역내일 2001-08-29
왕소군에 대한 일화가 있다. 화공(畵工)을 매수하지 못하여 흉노로 시집갔는데, 지아비가 죽자 지아비의 아들이 자기를 취하려는 것을 보고 자신이 살던 한나라에 자문을 구했다. 그때 한의 원제에게서 온 회답은 “향(鄕)에 들어가면, 향에 따르라”는 것이었다. 요즘 석적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울릴 듯한 얘기다.
행정구역상 칠곡에 살고 있긴 하지만, 생활권은 구미시가 더 가까운 사람들의 향의 법을 따를 수 없는 애로사항이 너무 많다.

기본요금이 무시되는 택시 요금
칠곡군 석적면은 경부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낙동강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곳에 황금알을 낳는 거북이라는 풍수지리에 힘입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 - 우방신천지타운(1999세대), 부영아파트(2065세대), 동화주택(500여세대)가 입주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세대당 3인가족만 잡아도 어림잡아 1만여명이 넘는 인구가 증가된 것이다. 지방자치화 바람이 불면서 각 자치구의 인구증가는 세수확보와 체제편성과 직결됐다. 때문에 칠곡군에서는 여러 가지로 주민편의를 도모하려 하고 있지만 아파트 입주후 이 지역에서 살아온 이들은 다시 구미시로 전출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왜관보다는 구미시 인동이 교통편이 편하고 편의시설도 잘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택시비를 물어가면서 인동에 와서 볼일을 보는 경우가 많다.
입주초기부터 주민들이 겪은 불편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김은선(33·여·부영아파트)씨가 이사오고 나서 며칠 후 아이들과 햄버거를 먹기위해 인동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에 가는 길에 기본요금이면 충분할 것 같아 택시를 탔다.
그러나 왕복택시비가 햄버거 세트메뉴 2개 값이나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구미시에서 칠곡군으로 넘나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깝지만 멀기만 한 구미
16개월 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유연화(29·여·부영아파트)씨. 두 돌 전 까지는 두달에 한번꼴로 예방접종을 해야되기 때문에 그녀는 될 수 있는 한 보건소를 이용하는 편이었다. 늘 하던대로 셔틀버스를 이용, 그녀는 인동보건소에가서 접종의뢰를 했는데 예방접종을 거부당했다. 석적면민이 되었다는게 이유였다. 다시 돌아와 석적보건소를 향했고, 갑자기 늘어난 주민탓에 과중한 업무를 불평하며 맞이하는 보건소직원을 보며 이 동네로 이사한걸 후회했다.
도서관 이용도 불편하다. 근거리에 있는 인동시립도서관에서 대출이 되지 않는다.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강좌 교육은 신청자체가 거부되고 있다. 칠곡군 소재지에 있는 복지회관이나 기타 부대시설을 이용하기는 너무 애매하다. 규모나 프로그램, 문제도 있고, 구석까지 찾아갈 맘은 더더욱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러 다녔던 사람들은 실망하고 만다.
집은 석적면에 있지만 거의 대부분 구미시산하에 있는 기관들을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학원들은 구미시와 학원비가 똑같다. 질적인 면은 어떤지 잘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몫은 챙기고 보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쾌적한 주변 경관은
불편한 생활 중에 느끼는 ‘살 맛’
나쁜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방아파트에 사는 박화숙(36·여·우방아파트)씨. 처음 대구에서 이리로 이사 왔을 때는 유배지에 온 느낌이었다고 한다. 쓸쓸히 흐르는 강물, 도심과는 뚝 떨어져 작은 아파트 섬 같은 곳에서 어떻게 살까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살다보니 아파트를 둘러쳐진 주변환경 등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것 같아 이젠 다른 사람에게 이사를 오라고 할 정도로 애정이 한다.

떠나는 도시보다 찾아오는 석적 만들어야
내년부터 만 5세는 유치원에서 무상교육이 이루어진다. 초등학교 취학 전 만 5세에 대한 무상교육이 단계로 확대되는데, 1차로 도서벽지, 읍·면지역이 대상이 된다. 그렇게 되면 한달 약10만원 가량의 유치원비가 절감되는 것이다. 주부로서는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유치원 교육비도 지원되고 쓰레기봉투 값도 더 싸고 관리비도 저렴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이곳을 떠나려 하고 있다.
투덜대는 주부들에 비해 남편들은 별 말이 없다. 넓게 뚫린 왕복4차선도로에 신호등도 별로 없어 운전하기도 편하고 무엇보다도 집 값이 싸니까 생활에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 서울의 위성도시처럼 생활은 구미시에서 하고 전원주택으로 들어온 듯 이곳 석적에 사는걸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군 관계자들은 전문가들이 설계를 바탕으로 주민의 편리성을 충분히 고려한 입주였다고 하지만 하루종일 여기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감각이 뒤 떨어졌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칠곡군은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앞으로 읍·면의 기능을 현실에 맞게 조정, 읍·면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업무성격상 광역적이거나 규제가 많아 읍·면이 처리하기에 부적합한 사무는 군으로 이관할 것”이라고 말하고 “올 11터는 직원들이 민원과 사회복지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전념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선 리포터
6k5tod@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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