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진학 전문 교사들의 리얼 리포트 교·단·일·기

사수(四修), 네 번째 도전 아름다운 승리

지역내일 2009-12-16
올해 수능이 끝난 다음 날, 가채점 결과를 내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쉬운 수능과 그에 따른 점수 상승은 생각지 않은 채 자신의 점수가 오른 데 뿌듯한 얼굴들이다.

지방대학 합격한 평범했던 L양
몇 년 전인가 보다. 학급에서 별로 눈에 띄지도 않고,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닌 아주 평범한 학생 L양이 있었다. 진지한 상담 끝에 지원한 학교는 지방대학이었다. 물론 합격했다. 대학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대학에서든 자신이 하기 나름이라고 격려해줬다.
이듬해 똑같이 찾아온 입시철. 분명 대학에 다니는 L양이 찾아와 상담을 신청했다. 왜 재수했냐고 묻자 통학하기 힘들고, 자신과는 잘 맞지 않아 2개월 후 자퇴하고는 어려운 재수의 길을 걸었단다. 자그마한 체구에 가냘픈 모습에서 힘들게 공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수능 성적이 지난해보다는 많이 향상돼 서울 시내 여자대학은 합격권에 있어 “○○대학에 가면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넌지시 의사를 물었다. 별로 내키지 않은 기색을 보이면서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갔다.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다며 삼수의 길 선택
재학생 입시 상담에 다시 빠져들어 며칠 끙끙거리며 이 대학 저 대학, 이 학과 저 학과를 배치하고는 합격자 발표일을 기다렸다. 접수 후 합격자 발표일까지 기다림은 진학 담당 교사로서는 굉장히 힘들다. 아이들의 바람과 성적에 맞춰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맞게 잘 배치했을까, 내가 생각한 입시의 흐름은 맞을까, 누가 합격할까, 안쓰럽게 떨어지는 아이를 어떻게 위로할까, 소위 상위권 대학 합격자 수까지 예측해보느라 초조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밥도 잘 넘어가지 않고, 입술은 부르트기 일쑤다. 또 합격자 발표가 끝나면 대학별 합격자를 골라 다시 고3을 위한 자료를 만들고, 교내 게시판에 합격자를 게시한다. 이 작업이 다 끝나야 그해 입시가 끝나는 셈이다. 매년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새로운 입시 정보를 찾고, 만들어내고, 고3 학생들과 상담하며 또 한 해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재수생이던 L양이 ○○대학에 합격한 사실을 알았다. 기특해서 학교에 오면 칭찬해주리라 마음먹었다. 또 한 해를 보내고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서 재학생과 재수생 상담에 여념이 없었다. 한데 L양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깜짝 놀랐다. 삼수하는 여학생은 그리 많지 않고,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더 그렇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왜 다시 수능시험을 봤니?” “예, 욕심이 나서요.” “무슨 욕심?” “이왕 시작한 거 제가 가고 싶은 대학에 다니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시 대입 공부를 했습니다.”
재수는 그런대로 해볼 만하다. 그러나 삼수는 재수보다 어렵다.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초조함은 심해지고, 가족과 친구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웬만한 학생이면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 학생의 집안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가정이다. 여자애라고 못 할 건 아니지, 생을 후회하며 살진 말아야지 싶어 당찬 모습이 마냥 기특했다. 삼수의 길을 걸으며 숱한 어려움도 있었을 테고, 흔들림도 많았을 텐데 뿌리 깊은 나무처럼 굳건해 보였다. 문득 어느 수필집에서 본 글귀가 생각났다. ‘세상을 이긴 사람은 이 세상 어떠한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아직 L양의 모습에서 세상을 이긴 사람의 모습을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자신과 한 약속을 위해 싸워나가는 모습, 말을 아끼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 미더웠다.

사수 끝에 서울대 합격… 놀라울 것 없던 결과
L양은 그해 입시에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힘들고 힘든 사수의 길을 걸었다. 힘들다는 말 한글 조효완 교사
(서울 은광여자고등학교)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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