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인에 7년째 택시요금 염가봉사 박성복씨
소아마비 여성 사연 듣고 시작 … 잔돈 모아 기부도
“장애인 노인을 할인해 드립니다.”
박성복(61)씨 개인택시 트렁크와 뒷문에는 큼지막하게 안내 문구가 쓰여 있다. ‘휠체어(환자 제외) 50% 앞을 보지 못하는 분 30% 중풍 및 소아마비(3급) 20% 75세 이상 노인 승차 시20% 서울시에 한함’
장애인들의 이용 횟수는 한달에 10여건. 노인들은 하루에 1~2번은 꼬박꼬박 태운다. 장애인 노인들은 평소 택시 잡기가 쉽지 않아 그를 더욱 고마워한다. 박씨는 “이 차는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택시’라면서 할인해 드린다고 하면 다들 무척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운전석에서 내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부축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 여름에는 택시를 탄 한 노인이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맞은편에서 할아버지 두분이 택시를 잡으려 하는데 택시들이 안 서고 그냥 지나가 박씨가 돌아서 태웠던 것. 한분은 중풍에 걸려 겉으로 보기에도 몸이 안 좋은 상태였다. 박씨는 “할아버지가 불평을 하시다가 이 차는 장애인 노인 할인 택시라고 하니까 ‘택시 기사는 다 나쁜 줄 알았는데’라면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박성복씨가 자신의 택시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뒷문에 장애인 노인 할인 안내 문구가 보인다. 사진 송현경 기자
박씨가 할인을 시작한 것은 2003년 개인택시를 몰면서부터다. 1988년 회사 택시를 운전할 때 한 23세 소아아비 여성 장애인을 태운 게 계기가 됐다.
박씨가 여성을 안고 차에 태우고 골목에 들어가자고 할 때도 흔쾌히 응하자 그녀는 자신이 한 택시기사 때문에 운 사연을 털어 놓았다.
박씨는 “택시기사는 그 여성이 골목에 들어가자고 할 때부터 욕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면서 “택시기사가 그 여성을 안고 내려준 후 바로 놓아버려 그 여성이 넘어지기까지 했는데도 그는 일으켜 세우려 하지는 않고 ‘재수없다’면서 그냥 갔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날이 일생동안 가장 많이 운 날이었다고 했다.
박씨는 “그날 그 여성을 안아서 집 안에 데려다 주고 돌아 나오면서 장애인에게 뭔가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사납금도 없고 요금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개인택시를 몰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부터 요금 외로 손님들이 주는 잔돈을 모아 장애인 복지재단 등에 기부도 하고 있다.
박씨는 ‘더 주시는 잔돈을 모아서 불우이웃을 돕고 있습니다’라고 쓰인 종이를 차 안에 비치해 뒀다. 그리고 자신이 낸 기부금 영수증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아 뒀다. 박씨는 “문구만 있을 때는 ‘진짜 기부하는 것 맞냐’며 시비를 거는 손님들도 더러 있었다”면서 “기부금 영수증을 가지고 다니고 나서부터는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고 돈도 더 많이 낸다”면서 좋아했다. 이렇게 모으면 1년에 100여만원은 기부할 수 있다.
박씨는 오전 7시부터 12시간여 운전을 한다. 다른 택시기사보다 오래 운전하는 것이 아닌데다 요금을 할인해 주는데도 다른 택시기사보다 더 많이 벌 때도 있다. 한달이면 200여만원은 번다. 손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시간도 금방 간다. 박씨는 “점심 때 동료들과 얘기해 보면 내가 더 많이 번다”면서 “늘 즐겁게 일해서 그런지 집에 돌아갈 때면 아쉽다”라면서 껄껄 웃었다.
박씨는 아내와 자식들이 항상 고맙다. 아내는 40여년 동안 운전을 한 박씨를 뒷바라지하느라 늘 알뜰하게 살림을 했다. 자식들도 큰돈 한번 들이지 않고 키웠다. 가족들은 박씨가 할인 기부 활동을 하는 것도 이해해준다. 박씨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아내나 자식들이 싫어하면 이런 활동은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잔소리 한번 하지 않는 아내에게 늘 감사한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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