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무료배식 나선 학생들

지역내일 2009-12-28
고등학생 주축인 가족봉사동아리 ‘꿈전사’
크리스마스 이브, 노숙자들과 함께 보내

지난 24일 밤, 성탄절을 앞두고 한껏 친구들과 어울릴 법한 고등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위해 모였다. 날씨도 쌀쌀하고 도로에 차들도 꽉 막혀있어 이동이 쉽지 않았지만 소외된 이들을 위한 학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가족들이 모인 봉사동아리, ‘꿈을 전하는 사람들’(꿈전사)은 이날 오후 10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출발, 대학로에 위치한 ‘거리의 천사들’이라는 시민단체에 집결했다. 이날 꿈전사는 노숙자들에게 배식을 하기 위해 모였다. 학생들은 밥, 국, 보리차, 귤 등 노숙자에게 나눠줄 메뉴를 정하고 첫 번째 장소인 을지로입구역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정해진 순서대로 서서 100여명 가량의 노숙자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나눠줬다. 음식 나눠주는 일을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과 어머니들은 옆에서 “감기 조심 하세요. 힘내세요”라며 격려의 말을 보탰다. 노숙자들에게는 평소와 다를바 없는 한끼 식사였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크리스마스 이브때 받아든 국밥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다음 목적지는 종각역. 평소보다 차가 막혀 늦게 도착해서인지 종각역 입구에는 몇몇 노숙자들이 서성이며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1시 반이 넘었지만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건네는 학생들은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고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최세훈(17 ·단체사진 뒷줄 맨 왼쪽)군은 “꿈을 전하기 위해 나온 우리가 그분들에게 힘든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며 오히려 “이곳에 나오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되고 친절하게 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고사리손으로 건넨 음식을 받아든 한 노숙인은 “어린 학생들이 힘들 텐데 고생이 많다”며 “학생들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꿈을 위해 노력하고, 꿈을 전파하는 ‘꿈전사’ = ‘꿈전사’는 대원외고 1학년인 김정욱(17·단체사진 두번째줄 왼쪽에서 네번째)군이 중심이 돼 만들어졌다. 부모님들의 협조가 필요해 어머니들이 주로 참여하면서 가족봉사동아리가 됐다.
대원외고, 휘문고, 단대부고 등 강남 지역 학생 가족이 모인 꿈전사는 처음에 다섯 가족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스무 가족으로 늘었다. 김군은 “학교에서 정해놓은 봉사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순수한 봉사를 하자는 마음에서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김군도 학교에서 요구하는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만나면서 진짜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꿈전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올해 여름부터 시작된 꿈전사는 ‘꿈을 위해 싸우고 노력하는 전사들’이라는 의미와 ‘꿈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김군은 ‘꿈전사’라는 의미에 맞는,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만한 봉사활동을 찾다가 ‘거리의 천사들’이라는 노숙자 무료 식사 제공 단체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어린이 과외나 멘토 등 다양한 활동을 생각해봤지만 고등학생으로서 과외봉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멘토 봉사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힘들 것 같아 일단 보류했다.
김군의 어머니 문혜영씨는 “처음에는 공부하는 시간을 뺏기는 것 같아 솔직히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지만 지금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군이 기업의 협찬을 받아 낙후 지역 학교에 도서를 기증하겠다는 등 거창한 포부를 밝히자 처음부터 너무 큰 것을 하려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하자고 말렸다”고 말했다.

◆환경 캠페인, 장애학생 1촌 맺기 활동도 = 그동안 꿈전사들은 노숙자 식사 제공을 위해 예닐곱 번 거리에 나왔다. 또한 매달 한 번씩 환경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캠페인은 저탄소 운동을 주제로 한 내용으로 인터넷, 사전을 찾아 직접 제작한 패널을 전시하는 활동이다. 평일 밤 10시쯤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20~30분간 캠페인을 벌인다. 학원을 마치고 나와 꿈전사 조끼를 입고 양재천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저탄소 실천 공약 5가지를 알린다. 문씨는 “처음에는 어색해 하며 뒷전에 물러서있던 엄마들이 이제는 먼저 환경캠페인을 나가자고 할 정도로 아이들 때문에 엄마들도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문씨는 또 “아이들이 노숙자를 만나는 등 봉사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즐겁게 활동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또 “봉사활동으로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성적이 올랐다”며 “책임감 때문인지 아이들이 더욱 어른스러워졌다”고 덧붙였다.
꿈전사는 이번 겨울방학에는 장애인들과 1촌 맺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군은 한 재활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내 1촌 맺기 활동을 상세히 설명했다. 김군은 “좀 더 나이가 들면 봉사활동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들도 꿈을 향해 노력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꿈을 전파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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