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동안 서울의 대표적인 윤락촌으로 자리를 굳혀온 속칭 ‘천호동 텍사스촌’이 사라지고 빠르면 올해안에 아파트가 세워질 전망이다.
천호동 423번지 일대를 완전히 없애기로 하고 이미 지난달말 주택조합추진위원회도 구성됐다. 추진위원회는 내부적으로 아파트단지 건설 시공사를 내정했으며, 조만간 주택조합을 정식으로 결성해 이 일대 3000여평에 조합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아파트 건립 계획은 천호동 윤락가의 건물주들과 윤락업주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40여년만에 ‘어둠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들은 어쨌든 획기적인 업종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주민들도, 관공서도 반기고 있다. 이들이 업종전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회환경의 변화탓이다. 성문화 개방이 급물살을 타면서 성의 공급이 활발해져 천호동과 같은 시장화된 성의 공급처는 ‘고객’들의 발길이 급속히 줄어들어 불황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 경찰도 단속을 강화해 업주들은 이래저래 생존을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천호동 텍사스촌 건물주들과 윤락업주들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곳의 어둡고 칙칙하고,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배고픔까지 감당해야 하는 불법 윤락에 종지부를 찍기로 의견을 모아왔다. 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당초에는 상가를 짓기로 했으나 용도변경 등 행정적인 절차가 까다로워 아파트로 방향을 선회했다. 마침 최근 들어 아파트 전세값 및 매매값이 상승한 것도 이들의 아파트 건립 추진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주민들이 특히 반기고 있다. 주민들은 윤락가라는 오명 때문에 스스로 고개를 떨구고 사는 등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살아오다가 아파트 건립 결정이 나자 크게 환영하고 있다.
천호동 주민 김 모(45·여)씨는 “10년 넘게 천호동에 살면서 윤락가 동네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왔다”며 “사람들은 일부러 천호동에서는 집을 구하지 않으려 했고 팔리지도 않는 등 애로가 컸었는데 윤락가를 스스로 없애겠다는 업주들의 이번 결정은 참으로 현명하다”고 반겼다.
해당 행정기관인 강동구청과 강동경찰서도 반기면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동구청측은 “당초 상가를 추진했으나 어렵게 되자 법적 하자 없고 전세대란 속에 충분한 경제적 이점도 누릴 수 있는 아파트 건설을 결정한 것 같다”며 “누구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스스로 용기를 내 변화를 수용하고 도전해 나가면 아름답다”고 이들의 결정을 추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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