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파병, 이렇게 결정하면
^아프가니스탄에 기어이 파병을 하게 되는가. 위험을 무릅쓰고 또 군대를 보내야 하는가.
^아프간에 500명 규모의 무장병력을 보내겠다는 정부 발표에 접하고 처음 느낀 것은, “명분도 승산도 없는 전쟁에 또 개입해야 하는가” 하는 답답함이다. 이토록 중요한 결정에 국민의 동의와 양해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이러다가 2007년처럼 한국인 집단 인질사건이 또 터지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국제적인 중대사다. 의로운 전쟁을 수행하느라고 힘들어하는 우방을 돕는 일이라면 토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16개 우방국의 참전으로 나라를 지켜낸 우리로서는 악을 구축하고 의를 세우는 전쟁이라면 앞장서 도울 의무가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PKO) 활동을 시비하지 않는 것이 그 때문이다.
^테러조직 수괴를 체포하고 그 조직을 와해시키겠다는 명분으로 남의 나라 땅을 초토로 만들어 가는 전쟁은 그 나라 국민들조차 지지하지 않는 명분 없는 전쟁이다. 대량 살상무기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프간 전쟁도 국제적인 지지를 받지 못 하는 전쟁이다.
^그런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일은 국민에게 물어보고 결정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받고도 “파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로 국민의 판단을 혼란하게 하더니, 조금씩 말을 바꾸었다.
^그 문제로 미국 국방장관이 다녀가고, 정례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그 문제가 논의되고,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다녀가 더 이상 얼버무릴 수 없게 되자 ‘민간인 보호’로 포장한 파병 방침을 드러냈다. 지방재건팀(PRT) 보호를 위해 경찰이나 군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더니, 급기야 350명 규모의 무장병력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병력 규모는 한 나절 만에 또 500명으로 늘어났다.
^PRT란 전쟁으로 파괴된 시설 등을 재건해주는 민간인 봉사조직이다. 미군기지가 있는 바그람 지역에 주재하면서 미군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인원을 늘리게 되어 보호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인 봉사조직이라면 그 나라 경찰의 보호를 받는 것이 상식이다. 그게 안 된다면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이 할 일이다. 민간인 봉사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보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궁색한 명분이다.
^아프간 전쟁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것도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3만여 명의 미군을 증파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군사령관의 증파요청을 외면하지 못 한 것이다. 10만명이 상주하면서 전쟁을 수행한다고 승산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프간 전쟁을 ‘제2의 베트남 전쟁’이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구 소련은 미국보다 많은 군대와 첨단무기를 쏟아 부어 자기편을 만들려고 9년을 애썼다. 그러나 외세를 싫어하는 아프간 민중의 지칠 줄 모르는 저항에 부딪쳐 야욕을 꺾었다.
^그 바통을 미국이 이어 받았다. 2001년 개전 이래 탈레반 점령지역은 계속 확대되어 2007년 말 54%에서 지금은 80%가 넘었다 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아프간 정부 덕분이라는데, 그런 곳에 군대를 보내는 일을 정부 독단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그런 밀실의 결정이 국민의 피해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2007년 7월 우리나라 기독교 봉사단원 22명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게 납치되어 온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탈레반은 한국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나토 동맹국에게도 비슷한 보복을 감행했다.
^보복이 무서워 정의를 외면하는 것은 비겁하다. 그러나 보복을 예상하면서까지 의롭지 못한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윤리에 거듭 어긋나는 일이다.
^이제 공을 받은 국회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동맹국의 떳떳하지 못한 요구를 싫다 소리 한 번 없이 수용하는 것을 국민이 과연 양해할 수 있을지, 당론과 당략을 떠나 국민의 대변자 입장에서 토론하여 결정하기 바란다.
( 문 창 재 논설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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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기어이 파병을 하게 되는가. 위험을 무릅쓰고 또 군대를 보내야 하는가.
^아프간에 500명 규모의 무장병력을 보내겠다는 정부 발표에 접하고 처음 느낀 것은, “명분도 승산도 없는 전쟁에 또 개입해야 하는가” 하는 답답함이다. 이토록 중요한 결정에 국민의 동의와 양해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이러다가 2007년처럼 한국인 집단 인질사건이 또 터지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국제적인 중대사다. 의로운 전쟁을 수행하느라고 힘들어하는 우방을 돕는 일이라면 토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16개 우방국의 참전으로 나라를 지켜낸 우리로서는 악을 구축하고 의를 세우는 전쟁이라면 앞장서 도울 의무가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PKO) 활동을 시비하지 않는 것이 그 때문이다.
^테러조직 수괴를 체포하고 그 조직을 와해시키겠다는 명분으로 남의 나라 땅을 초토로 만들어 가는 전쟁은 그 나라 국민들조차 지지하지 않는 명분 없는 전쟁이다. 대량 살상무기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프간 전쟁도 국제적인 지지를 받지 못 하는 전쟁이다.
^그런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일은 국민에게 물어보고 결정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받고도 “파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로 국민의 판단을 혼란하게 하더니, 조금씩 말을 바꾸었다.
^그 문제로 미국 국방장관이 다녀가고, 정례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그 문제가 논의되고,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다녀가 더 이상 얼버무릴 수 없게 되자 ‘민간인 보호’로 포장한 파병 방침을 드러냈다. 지방재건팀(PRT) 보호를 위해 경찰이나 군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더니, 급기야 350명 규모의 무장병력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병력 규모는 한 나절 만에 또 500명으로 늘어났다.
^PRT란 전쟁으로 파괴된 시설 등을 재건해주는 민간인 봉사조직이다. 미군기지가 있는 바그람 지역에 주재하면서 미군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인원을 늘리게 되어 보호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인 봉사조직이라면 그 나라 경찰의 보호를 받는 것이 상식이다. 그게 안 된다면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이 할 일이다. 민간인 봉사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보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궁색한 명분이다.
^아프간 전쟁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것도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3만여 명의 미군을 증파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군사령관의 증파요청을 외면하지 못 한 것이다. 10만명이 상주하면서 전쟁을 수행한다고 승산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프간 전쟁을 ‘제2의 베트남 전쟁’이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구 소련은 미국보다 많은 군대와 첨단무기를 쏟아 부어 자기편을 만들려고 9년을 애썼다. 그러나 외세를 싫어하는 아프간 민중의 지칠 줄 모르는 저항에 부딪쳐 야욕을 꺾었다.
^그 바통을 미국이 이어 받았다. 2001년 개전 이래 탈레반 점령지역은 계속 확대되어 2007년 말 54%에서 지금은 80%가 넘었다 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아프간 정부 덕분이라는데, 그런 곳에 군대를 보내는 일을 정부 독단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그런 밀실의 결정이 국민의 피해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2007년 7월 우리나라 기독교 봉사단원 22명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게 납치되어 온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탈레반은 한국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나토 동맹국에게도 비슷한 보복을 감행했다.
^보복이 무서워 정의를 외면하는 것은 비겁하다. 그러나 보복을 예상하면서까지 의롭지 못한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윤리에 거듭 어긋나는 일이다.
^이제 공을 받은 국회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동맹국의 떳떳하지 못한 요구를 싫다 소리 한 번 없이 수용하는 것을 국민이 과연 양해할 수 있을지, 당론과 당략을 떠나 국민의 대변자 입장에서 토론하여 결정하기 바란다.
( 문 창 재 논설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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