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아프간 파병, 이렇게 결정하면(문창재)

지역내일 2009-12-09
아프간 파병, 이렇게 결정하면

아프가니스탄에 기어이 파병을 하게 되는가. 위험을 무릅쓰고 또 군대를 보내야 하는가.
아프간에 500명 규모의 무장병력을 보내겠다는 정부 발표를 접하고 처음 느낀 것은 “명분도 승산도 없는 전쟁에 또 개입해야 하는가” 하는 답답함이다. 이토록 중요한 결정에 국민의 동의와 양해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이러다가 2007년처럼 한국인 집단 인질사건이 또 터지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국제적인 중대사다. 의로운 전쟁을 수행하느라고 힘들어하는 우방을 돕는 일이라면 토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16개 우방국의 참전으로 나라를 지켜낸 우리로서는 악을 구축하고 의를 세우는 전쟁이라면 앞장서 도울 의무가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PKO) 활동을 시비하지 않는 것이 그 때문이다.

명분도 승산도 없는 전쟁에 또 개입해야 하나
테러조직 수괴를 체포하고 그 조직을 와해시키겠다는 명분으로 남의 나라 땅을 초토로 만들어 가는 전쟁은 그 나라 국민들조차 지지하지 않는 명분 없는 전쟁이다. 대량 살상무기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프간 전쟁도 국제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전쟁이다.
그런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일은 국민에게 물어보고 결정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미국의 요청을 받고도 “파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로 국민의 판단을 혼란하게 하더니, 조금씩 말을 바꾸었다.
그 문제로 미국 국방장관이 다녀가고, 정례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그 문제가 논의되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녀가 더 이상 얼버무릴 수 없게 되자 ‘민간인 보호’로 포장한 파병 방침을 드러냈다. 지방재건팀(PRT) 보호를 위해 경찰이나 군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더니, 급기야 350명 규모의 무장병력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병력 규모는 한 나절 만에 또 500명으로 늘어났다.
PRT란 전쟁으로 파괴된 시설 등을 재건해주는 민간인 봉사조직이다. 미군기지가 있는 바그람 지역에서 미군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인원을 늘리게 되어 보호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인 봉사조직이라면 그 나라 경찰의 보호를 받는 것이 상식이다. 그게 안 된다면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이 할 일이다. 민간인 봉사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보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궁색한 명분이다.
아프간 전쟁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것도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3만여 명의 미군을 증파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군사령관의 증파요청을 외면하지 못 한 것이다. 10만명이 상주하면서 전쟁을 수행한다고 승산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프간 전쟁을 ‘제2의 베트남 전쟁’이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구 소련은 미국보다 많은 군대와 첨단무기를 쏟아부어 자기편을 만들려고 9년을 애썼다. 그러나 외세를 싫어하는 아프간 민중의 지칠 줄 모르는 저항에 부딪쳐 야욕을 꺾었다. 그 바통을 미국이 이어 받았다. 2001년 개전 이래 탈레반 점령지역은 계속 확대되어 2007년 말 54%에서 지금은 80%가 넘었다 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아프간 정부 덕분이라는데, 그런 곳에 군대를 보내는 일을 정부 독단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국민 대변자 입장에서 국회가 브레이크 걸어야
그런 밀실의 결정이 국민의 피해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2007년 7월 우리나라 기독교 봉사단원 22명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게 납치되어 온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탈레반은 한국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나토 동맹국에게도 비슷한 보복을 감행했다.
보복이 무서워 정의를 외면하는 것은 비겁하다. 그러나 보복을 예상하면서까지 의롭지 못한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윤리에 거듭 어긋나는 일이다.
이제 공을 받은 국회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동맹국의 떳떳하지 못한 요구를 싫다 소리 한 번 없이 수용하는 것을 국민이 과연 양해할 수 있을지, 당론과 당략을 떠나 국민의 대변자 입장에서 토론하여 결정하기 바란다.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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