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역 임시주거시설 시급”
세입자 대표 “집에 대한 보상은 집으로”
영세가옥주 세입자의 주거기본권 인정해야
인권위 주최 ‘우리사회 재개발 사업의 문제와 대안’ 토론회
“임시 주거 시설이 마련돼 당장 있을 곳이 생겼습니다.”
이은정 왕십리뉴타운1구역세입자대책위원장은 2010년 새해에 기쁜 소식을 들었다. 인근 종암동에 있는 임대 주택으로 철거 예정 지역에 사는 세입자들이 옮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임대 주택으로 옮기게 된 대상은 16가구. 이 위원장은 “처음엔 더 많은 가구들이 함께 투쟁을 시작했다”면서 “확신을 가지기 힘들어 떠난 가구들이 상당수”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세입자들은 임시 주거 시설을 제공받기 위해 2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동구청 서울시 관계자 사업 시행자 등에 요구해 왔다. 철거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 시설 마련에 관해서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도 나와 있지만 막상 현장에선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다행히 구청 등 지자체를 비롯해 사업 시행자가 용산 참사처럼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인식을 확고히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재개발을 하는 동안 인근 지역에 세입자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사업 시행자 지자체 등의 합의가 이뤄지는 개발 지역이 늘어나야 합니다.”
1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우리사회 재개발 사업의 문제와 대안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왕십리뉴타운1구역 세입자들이 임대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게 된 것은 세입자들의 주거복지가 중시된 좋은 사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금껏 철거 지역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에겐 보상책으로 임대 아파트 입주 자격을 주거나 주거 이전비를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임대 아파트에 들어간 세입자들은 임대료 관리비 등을 마련하기 어려워 고통을 겪었고 주거 이전비를 받은 세입자들은 인근 지역에 동일한 수준의 집을 마련하기 힘들어 했다.
왕십리뉴타운1구역처럼 철거 지역에 살던 사람들을 위해 임시 주거 시설을 마련하는 방식은 ‘순환형 재개발 방식’이라 한다. 김 본부장은 “임시수용시설을 마련해 공사가 시작되고 완료될 때까지 임시로 거주지를 마련하고 공사 완료 후에도 필요에 따라서는 이를 존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임대주택을 짓는 것이 세입자들을 위해 마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삶의 자리를 내놓는 것은 금전으로 보상해선 안 된다”면서 “집은 집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입자들을 위한 임대 주택 마련 사례로 신림동의 택지개발사업 성남구도심 순환재개발 사업도 발표됐다. 신림2-1지구의 경우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개발하는 동안 원주민 1300세대 중 800여 세대가 인근 신림이주단지로 이주했다가 사업 이후 그 이주단지에 있거나 다시 2-1지구로 돌아왔다. 발표자로 나선 조명현 토지주택공사 사업기획팀장은 “원주민 재정착률은 보통 10~20% 정도 인데 신림2-1지구의 경우 재정착률이 67.8% 정도까지 이르렀다”면서 “현재 개발 중인 성남구도심 중동3구역과 단대구역의 경우에도 재정착률은 5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임시 주거 시설을 마련하는 데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도 지적됐다. 조 팀장은 “현실적으로 인근에 임시 주택을 어떻게 만드느냐, 임시 주택 거주 기간과 개발 시기를 어떻게 맞추느냐 등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영세가옥주 세입자들의 주거가 보장되려면 이들을 주거기본권을 가진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왔다. 김 본부장은 “영세가옥주나 세입자들의 개발반대 행위 주거 마련 요구 등은 헌법에 보장된 사회적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세입자의 경우 재개발사업을 하는 데 시혜를 베풀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헌법 35조에 기본권으로 규정돼 있는 주거기본권의 주체”라고 주장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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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대표 “집에 대한 보상은 집으로”
영세가옥주 세입자의 주거기본권 인정해야
인권위 주최 ‘우리사회 재개발 사업의 문제와 대안’ 토론회
“임시 주거 시설이 마련돼 당장 있을 곳이 생겼습니다.”
이은정 왕십리뉴타운1구역세입자대책위원장은 2010년 새해에 기쁜 소식을 들었다. 인근 종암동에 있는 임대 주택으로 철거 예정 지역에 사는 세입자들이 옮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임대 주택으로 옮기게 된 대상은 16가구. 이 위원장은 “처음엔 더 많은 가구들이 함께 투쟁을 시작했다”면서 “확신을 가지기 힘들어 떠난 가구들이 상당수”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세입자들은 임시 주거 시설을 제공받기 위해 2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동구청 서울시 관계자 사업 시행자 등에 요구해 왔다. 철거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 시설 마련에 관해서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도 나와 있지만 막상 현장에선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다행히 구청 등 지자체를 비롯해 사업 시행자가 용산 참사처럼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인식을 확고히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재개발을 하는 동안 인근 지역에 세입자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사업 시행자 지자체 등의 합의가 이뤄지는 개발 지역이 늘어나야 합니다.”
1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마련한 ‘우리사회 재개발 사업의 문제와 대안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왕십리뉴타운1구역 세입자들이 임대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게 된 것은 세입자들의 주거복지가 중시된 좋은 사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금껏 철거 지역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에겐 보상책으로 임대 아파트 입주 자격을 주거나 주거 이전비를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임대 아파트에 들어간 세입자들은 임대료 관리비 등을 마련하기 어려워 고통을 겪었고 주거 이전비를 받은 세입자들은 인근 지역에 동일한 수준의 집을 마련하기 힘들어 했다.
왕십리뉴타운1구역처럼 철거 지역에 살던 사람들을 위해 임시 주거 시설을 마련하는 방식은 ‘순환형 재개발 방식’이라 한다. 김 본부장은 “임시수용시설을 마련해 공사가 시작되고 완료될 때까지 임시로 거주지를 마련하고 공사 완료 후에도 필요에 따라서는 이를 존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임대주택을 짓는 것이 세입자들을 위해 마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삶의 자리를 내놓는 것은 금전으로 보상해선 안 된다”면서 “집은 집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입자들을 위한 임대 주택 마련 사례로 신림동의 택지개발사업 성남구도심 순환재개발 사업도 발표됐다. 신림2-1지구의 경우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개발하는 동안 원주민 1300세대 중 800여 세대가 인근 신림이주단지로 이주했다가 사업 이후 그 이주단지에 있거나 다시 2-1지구로 돌아왔다. 발표자로 나선 조명현 토지주택공사 사업기획팀장은 “원주민 재정착률은 보통 10~20% 정도 인데 신림2-1지구의 경우 재정착률이 67.8% 정도까지 이르렀다”면서 “현재 개발 중인 성남구도심 중동3구역과 단대구역의 경우에도 재정착률은 5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임시 주거 시설을 마련하는 데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도 지적됐다. 조 팀장은 “현실적으로 인근에 임시 주택을 어떻게 만드느냐, 임시 주택 거주 기간과 개발 시기를 어떻게 맞추느냐 등은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영세가옥주 세입자들의 주거가 보장되려면 이들을 주거기본권을 가진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왔다. 김 본부장은 “영세가옥주나 세입자들의 개발반대 행위 주거 마련 요구 등은 헌법에 보장된 사회적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세입자의 경우 재개발사업을 하는 데 시혜를 베풀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헌법 35조에 기본권으로 규정돼 있는 주거기본권의 주체”라고 주장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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