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가도 주민과 함께 해야 성공
선진국, 토지·주택보다 삶의 질 개선 중시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이 ‘돈 위주 부자중심’에서 ‘사람위주 서민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뉴타운 사업이 돈벌이 수단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터전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민-전문가-행정기관 3자가 함께 =
전문가들은 “주민이 주체가 되고 전문가와 행정기관이 함께하는 ‘도시(마을) 만들기’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동경의 롯본기 힐스 도시재생사업은 재개발 유도지구로 지정된 1986년에서 2003년까지 무려 17년이 걸렸다. 일본 부동산경기의 침체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보상비, 재입주 분담금, 이주비 등 대부분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부동산·금융학과)는 “개발속도를 늦추더라도 갈등요인을 조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낫다”고 말한다.
선진국 도시재생사업에는 주민설득부터 참여유도까지 주민을 중심으로 세우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된다. 캐나다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각 마을 주민은 어떻게 마을을 바꿀 것인지를 놓고 교육을 받고 토론을 벌인다. 소요되는 비용은 지자체가 전액 부담한다. 주민이 제출한 계획이 채택된 곳에는 지자체의 투자가 이뤄진다.
일본의 마을가꾸기도 마찬가지다. 공터 하나를 개선하는데도 주민들의 토론과 교육이 이뤄진다. 도심 전체를 철거하는데도 일방적인 공청회만을 거치는 우리와는 접근방식 자체가 다르다. 홍경구 대구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교육과 토론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사고가 어떻게 돈을 더 받을 것인가에서 도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변한다”며 교육과 토론, 정보공개를 주민참여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홍 교수는 “주민과 전문가, 공공기관이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계획을 세우고 집행해야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도시환경을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재정착률이 뉴타운 성공기준” =
현재 뉴타운 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15~20%에 그치고 있는 낮은 재정착률이다. 뉴타운사업은 낙후지역 거주민의 주거안정이란 ‘공익’을 앞세우고 있지만 주거대책 부족과 개발 후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원주민들이 쫓겨나고 있는 게 현실이며, 이는 ‘원주민 주거안정’이라는 본래 취지와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투자 또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뉴타운 대상지역의 주민들이 저소득층이거나 고령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국 버밍엄의 캐슬베일은 아예 중앙정부가 참여해 거주민들의 재정착과 삶의 질을 높이는 순환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12년 동안 추진된 사업을 통해 거주민의 80% 이상을 재정착시켰다.
공공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는 과감히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서울시가 돈이 없다면 뉴타운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며 “뉴타운 사업의 성공 기준은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중소형 평수의 아파트와 임대주택 공급, 세입자의 영업권 보장 등이 주요 정책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들도 개량방식으로 재개발 방향을 틀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경쟁력” =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발전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용 건강 안전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재생 프로그램을 도시재생사업에 포함시키는 흐름도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는 인구 38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43개의 박물관과 14개의 극장, 50여개의 영화관과 200개의 도서관이 있다. 이들은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도시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역시 파리 자체를 더 잘 보존하는 것을 도시재개발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일본 동경의 롯본기 힐스는 아사히 방송국이 전체 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개발방향을 방송국과 접목시킨 ‘도쿄 중심에 세계적 문화센터 건립’으로 잡아 성공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과)는 “우리처럼 모든 것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선진국은 어느 곳에도 없다”면서 “돈을 중심에 놓다보니 역사 문화는 모두 단절되고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토지 주택 등 물리적으로만 접근했던 도시재개발 방식에서 지역사회를 재생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여운 김선일 곽태영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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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토지·주택보다 삶의 질 개선 중시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이 ‘돈 위주 부자중심’에서 ‘사람위주 서민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뉴타운 사업이 돈벌이 수단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터전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민-전문가-행정기관 3자가 함께 =
전문가들은 “주민이 주체가 되고 전문가와 행정기관이 함께하는 ‘도시(마을) 만들기’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동경의 롯본기 힐스 도시재생사업은 재개발 유도지구로 지정된 1986년에서 2003년까지 무려 17년이 걸렸다. 일본 부동산경기의 침체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보상비, 재입주 분담금, 이주비 등 대부분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부동산·금융학과)는 “개발속도를 늦추더라도 갈등요인을 조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낫다”고 말한다.
선진국 도시재생사업에는 주민설득부터 참여유도까지 주민을 중심으로 세우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된다. 캐나다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각 마을 주민은 어떻게 마을을 바꿀 것인지를 놓고 교육을 받고 토론을 벌인다. 소요되는 비용은 지자체가 전액 부담한다. 주민이 제출한 계획이 채택된 곳에는 지자체의 투자가 이뤄진다.
일본의 마을가꾸기도 마찬가지다. 공터 하나를 개선하는데도 주민들의 토론과 교육이 이뤄진다. 도심 전체를 철거하는데도 일방적인 공청회만을 거치는 우리와는 접근방식 자체가 다르다. 홍경구 대구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교육과 토론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사고가 어떻게 돈을 더 받을 것인가에서 도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변한다”며 교육과 토론, 정보공개를 주민참여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홍 교수는 “주민과 전문가, 공공기관이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계획을 세우고 집행해야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도시환경을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재정착률이 뉴타운 성공기준” =
현재 뉴타운 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15~20%에 그치고 있는 낮은 재정착률이다. 뉴타운사업은 낙후지역 거주민의 주거안정이란 ‘공익’을 앞세우고 있지만 주거대책 부족과 개발 후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원주민들이 쫓겨나고 있는 게 현실이며, 이는 ‘원주민 주거안정’이라는 본래 취지와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투자 또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뉴타운 대상지역의 주민들이 저소득층이거나 고령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국 버밍엄의 캐슬베일은 아예 중앙정부가 참여해 거주민들의 재정착과 삶의 질을 높이는 순환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12년 동안 추진된 사업을 통해 거주민의 80% 이상을 재정착시켰다.
공공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는 과감히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서울시가 돈이 없다면 뉴타운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며 “뉴타운 사업의 성공 기준은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중소형 평수의 아파트와 임대주택 공급, 세입자의 영업권 보장 등이 주요 정책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들도 개량방식으로 재개발 방향을 틀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경쟁력” =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발전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용 건강 안전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재생 프로그램을 도시재생사업에 포함시키는 흐름도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는 인구 38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43개의 박물관과 14개의 극장, 50여개의 영화관과 200개의 도서관이 있다. 이들은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도시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역시 파리 자체를 더 잘 보존하는 것을 도시재개발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일본 동경의 롯본기 힐스는 아사히 방송국이 전체 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개발방향을 방송국과 접목시킨 ‘도쿄 중심에 세계적 문화센터 건립’으로 잡아 성공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과)는 “우리처럼 모든 것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선진국은 어느 곳에도 없다”면서 “돈을 중심에 놓다보니 역사 문화는 모두 단절되고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토지 주택 등 물리적으로만 접근했던 도시재개발 방식에서 지역사회를 재생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여운 김선일 곽태영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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