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익''보다 ''삶의 질''도시재개발 방향 바뀐다]선진국, 더디가도 주민과 함께

“지방정부 돈 없으면 뉴타운 하지 말아야” … 주택만이 아닌 삶의 질 개선

지역내일 2010-01-22 (수정 2010-01-22 오전 11:28:57)
‘용산참사’ 이후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재개발사업이 부동산경기 침체와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지자체들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개발이익’ 중심에서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1월 20일 용산참사 1주년을 맞아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대안을 모색해 본다.

뉴타운 사업의 패러다임이 ‘돈위주 부자중심’에서 ‘사람위주 서민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뉴타운 사업이 돈벌이 수단이 아닌 그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터전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민-전문가-행정기관 3자가 함께 = “주민이 주체가 되고 전문가와 행정기관이 함께하는 도시 만들기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일본 동경의 롯본기 힐스 도시재생사업은 재개발 유도지구로 지정된 1986년에서 2003년까지 무려 17년이 걸렸다.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부동산·금융학과)는 “개발속도를 늦추더라도 갈등요인을 조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낫다”고 말한다.
선진국 도시재생사업에는 주민설득부터 참여유도까지 주민을 중심으로 세우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된다.
캐나다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각 마을 주민은 어떻게 마을을 바꿀 것인지를 놓고 교육을 받고 토론을 벌인다. 이 과정의 비용은 지자체가 전액 부담한다. 주민이 제출한 계획이 채택된 곳은 지자체의 투자가 이뤄진다. 일본의 마을가꾸기도 마찬가지다. 공터 하나를 개선하는데도 주민들의 토론과 교육이 이뤄진다. 도심 전체를 철거하는데도 일방적인 공청회만을 거치는 우리와는 접근방식 자체가 다르다.
홍경구 대구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주민 참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이 필요하다”며 “교육과 토론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사고가 돈을 더 받을 것인가에서 도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변화한다”고 말한다. 홍 교수는 교육과 토론, 정보공개를 주민참여의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재정착률이 뉴타운 성공기준” = 현재 뉴타운 사업은 15~20%의 낮은 재정착률에 그치고 있다.
뉴타운사업은 낙후지역 거주민의 주거안정이란 ‘공익’을 앞세우고 있지만 원주민들이 쫓겨나고 있는 게 현실이며, 이는 ‘원주민 주거안정’이라는 본래 취지와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투자 또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뉴타운 대상지역의 주민들이 저소득층이거나 고령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국 버밍엄의 캐슬베일은 아예 중앙정부가 참여해 거주민들의 재정착과 삶의 질을 높이는 순환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12년 동안 추진된 사업을 통해 거주민의 80% 이상을 재정착시켰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중소형 평수의 아파트와 임대주택 공급, 세입자의 영업권 보장 등이 주요 정책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공공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는 과감히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서울시가 돈이 없다면 뉴타운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뉴타운 사업의 성공 기준은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국내 지방자치단체 역시 원주민 재정착을 기본으로 한 개량방식으로 재개발 방향을 틀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개발이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무지개 프로젝트’ 역시 캐슬베일처럼 저소득층 동네를 대상으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경쟁력” = 도시재생사업은 최근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발전전략을 세우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고용 건강 안전 교육 등 삶의 질을 바꾸는 사회재생 프로그램을 도시재생사업에 포함시키는 흐름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는 북이탈리아에 위치한 도시로 인구 38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43개의 박물관과 14개의 극장, 50여개의 영화관과 200개의 도서관이 있다. 이들은 문화유산을 중심에 놓고 도시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역시 파리 자체를 더 잘 보존하는 것을 도시재개발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일본 동경의 롯본기 힐스 개발사업은 아사히 방송국이 전체 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방송국과 접목시킨 ‘도쿄 중심에 세계적 문화센터 건립’으로 개발방향을 잡아 성공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과)는 “우리처럼 모두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선진국은 어느 곳에도 없다”면서 “역사 문화 모두가 단절되고 파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토지 주택 등 물리적 사업으로만 접근하던 도시재생을 이제는 사회·문화적 재생을 통해 지역사회 전체를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여운 김선일 곽태영 기자 yuyoon@naeil.com

도심 재창조 … 주민 삶 바꿨다
●도시재생사업 성공사례 - 영국 버밍엄 캐슬베일

영국 버밍엄 캐슬베일(Castle Vale)은 최근 도시재생사업의 정형으로 부각되고 있다.
버밍엄에서 가장 낙후한 도심이었던 캐슬베일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재생 프로그램으로 ‘가지 말아야 할 지역’에서 ‘살고 싶은 지역’으로 바뀌었다. 1990년대 초까지 캐슬베일의 인구는 1만1000명이었고 그 중 71%는 공공임대주택에 살던 빈민가였다.
캐슬베일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 철거·신축 등 물리적 변화만이 아닌 환경 범죄 건강 고용 등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회재생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표 참조)
캐슬베일의 성공에는 공공의 지원과 적극적인 주민의 참여가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캐슬베일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이끈 주체는 정부산하 단체였던 주거 액션 트러스트(HAT, Housing Action Trust)였다. 지방 정부로부터 주거 단지 소유권을 넘겨받은 HAT는 12년간 정부기금 1억9750만 파운드와 민간기금 1억27만 파운드를 재생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지역 주민의 참여는 착수 단계부터 시작됐다. HAT는 주민투표 결과 92% 찬성으로 설립됐다. HAT에는 주민들의 참여가 보장됐다. 주거단지 재개발에서도 주민들은 전문가들로부터 상담을 받았고 이에 근거해 지역별 정체성에 맞는 제안을 내놓아 도심을 재창조했다.
개발 역시 순환형으로 12년 내내 진행됐다. 시는 가장 낙후된 지역을 시작으로 철거 주민을 계획적으로 수용됐다.
HAT 재생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현재 캐슬베일의 변화는 계속 되고 있다. 주민들로 구성된 ‘캐슬베일 지역사회 파트너십 위원회’는 건강 주거 환경 고용 등을 대상으로 여전히 변화를 이끌고 있다. 건물만 바뀌고 주민의 삶이 바뀌지 않는 도시재생의 한계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캐슬베일도 처음 건설된 1960년대에는 버밍엄에서 가장 현대적 도심이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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