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에 일자리 잡기를 아예 단념하는 ‘취업포기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가능인구 4009만명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대비 45만명 늘어난 1569만명이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취업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고용시장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42만명(2.6%)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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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이나 집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59만명 중 8.9%인 5만명만이 취업을 원했고, ‘쉬고 있다’고 답한 147만명 중에선 18만명(12.2%)만이 취업희망자로 분류됐다. 취업 준비자와 ‘쉬고 있음’을 제외하고 육아와 가사 등으로 일자리를 떠난 1363만명 중에서 취업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4%인 19만명에 그쳤다.
올해 새롭게 생산가능인구로 편입되는 41만명 중 실제 정부의 목표대로 27만명이 일자리를 찾게 된다하더라도 14만명은 고스란히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한다.
일자리의 상당부분이 희망근로프로젝트여서 고령자, 저소득층,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것을 고려하면 대졸자 55만명, 고졸자 10만명 등 생애 첫 구직자 65만명 중 상당수는 취업에서 소외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계약기간 1년 이상의 대졸자 상용직 취업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 48.3%였다.
30대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 편입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취업시장에서 9만명 이상 감소했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5만명 이상 늘어났다. 금융위기로 인한 취업한파가 특히 여성 일자리에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윤용중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정책분석팀장은 “30대 초반여성들이 출산 육아 등의 부담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후 재취업을 못하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경제 성장동력 확보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주요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나도 실업급여 받을 수 있나요”
서울고용지원센터에 가보니 … 수급자격 안돼 절망하는 사람 수두룩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지원센터.
사실상 실업자가 40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실업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을까 하는 심정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고용지원센터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실직자들의 형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퇴직 날짜나 사유 등의 문제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실업자들도 상당수였다.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지 알아보러 여러 차례 들렀다는 손 모(62)씨는 자신은 수급 대상자가 아니라며 고개를 떨궜다.
손씨는 “수원에서 아파트 경비직으로 일을 하다가 지난해 3월 경비원들과 부녀회가 갈등이 생겨 관리소장과 경비원 몇몇이 일을 그만뒀다”면서 “처음 이곳에 들렀을 때는 3월이면 수급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용역회사에서 실직날짜를 제 날짜보다 앞당겨 신고했다”고 말했다. 퇴직한 후 12개월 이내에 실업급여를 신청해야 하는데 용역 회사에서 퇴직날짜를 앞당겨 신고하면서 실직기간이 늘어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며칠 전에는 상담사가 손씨에게 중국 요동성 인근 한 가구공장에 취업해 보라고 제의했다. 국내에는 받아줄 만한 회사가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손씨는 절망하고 있었다.
대기 의자에 앉아 취업 안내 책자를 들춰보던 박 모(63)씨도 수급 자격이 안 돼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가 수급 자격이 안 되는 까닭은 실직 사유 때문. 용역 회사가 그만 두라고 해서 실직했지만 사유에는 ‘개인적인 사유’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자발적 실직인 경우에는 받을 수 없다.
박씨는 “빌딩 경비원으로 일을 했는데 12개월을 채우면 퇴직금을 줘야 하니까 일한 지 11개월째가 됐을 때 용역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퇴직 사유에는 별 생각없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둔다’고 적어 실업급여는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절망했다. 박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솔직하게 사유를 적을 걸 그랬다며 늦은 후회를 했다.
일자리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이들도 표정이 어두웠다. 최성운(28)씨는 2008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한 후 지금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취업을 한 적이 없어 실업급여 대상도 아니다. 최씨는 “현재 6~7곳의 회사에 원서를 내고 전형 중에 있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격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최씨는 현재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채용 공고 검색을 하고 원서를 쓰고 있다. 최씨는 “물류 센터에서 물건을 분류하고 받는 일당 6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부모님께서는 ‘알아서 하라’며 별 다른 말씀이 없으시지만 무언의 압박에 힘겹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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