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의 부활
“미국에서 새로운 금융 혁신 가운데 쓸모 있는 오직 한 가지는 자동현금인출기(ATM)밖에 없다.”
갖가지 난해한 고위험 금융파생상품과 천문학적 레버리징(차입투자)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월가의 행태에 대해 폴 볼커가 우스개로 던진 말이다. 그러나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볼커를 임석시킨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급진적 금융개혁안은 한동안 완전히 소외된 인물로 치부되던 그 우스개의 주인공을 다시 금융개혁의 중심인물로 돌려놓았다.
오바마, 잊혀지던 볼커의 급진개혁안 수용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금융개혁안을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적 금융인으로 대공황 때 제정된 금융규제법인 글래스-스티걸 법의 부활을 주창해온 그의 이름을 따 ‘볼커 원칙’(Volcker Rule)으로 명명했다. 실제로 이 개혁안은 예금은행들에 대해 투자위험이 높은 자기자본거래(proprietary trading)를 금지하고 대형 금융기관들의 전체 차입규모를 제한하는 등 사실상 그 법을 부활시키려는 시도로 간주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안은 두 가지 평가를 받고 있다. 다수 인사들은 그것이 규제강화에 저항해온 월가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개혁안은 금융위기의 실제 원인과는 무관하게 월가를 징벌하려는 정치적 포퓰리즘의 산물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은 볼커의 지지를 받고 또 자주 함께 모습을 드러내 월가와 국민들이 그에게 갖고 있던 위기수습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볼커는 ‘경제재건자문위원장’이라는 한직으로 밀려났고, 정확히 1년 전 그가 제시했던 은행들의 자기자본거래 금지 등을 담은 금융개혁 보고서도 잊혀져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실시된 매사추세츠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충격적인 패배는 볼커의 개혁 구상을 되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10월 82세인 그가 자신의 오랜 여비서에게 청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후 두 번째 개가(凱歌)’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볼커의 금융개혁 구상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월가 총수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그들의 대출기피 행태를 ‘살진 고양이’로 힐책했을 때 어느 정도 감지되었고, 얼마 전 정부의 금융구제 손실을 몽땅 회수하겠다면서 월가에 대해 900억 달러의 특별세금 부과를 선언했을 때 한층 분명히 드러났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급진개혁 선회는 논리적으로 오답일 수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피터 J. 윌리엄슨 선임연구위원은 오바마 개혁안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그 핵심인 예금은행들의 자기자본거래 금지와 대형은행들의 차입규모 제한이 그대로 입법화되더라도 위기재발을 막을 수 없고, 또 금융시장에는 그런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그 자체의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대형은행 규모억제보다 ‘안전한 파산절차’ 중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흔히 정부의 금융구제에 기댄 대형은행들의 고위험 투자행위로 야기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많은 인사들은 “그런 은행들의 행태를 촉발시킨 진짜 원인은 연준(FRB)의 과잉 저금리 신용 공급과 금융감독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한다.
월가에서 ‘개인투자자의 옹호자’로 불리는 아서 레빗 전 SEC(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금융개혁이 성공하려면 정치적 포퓰리즘을 넘어 글로벌 금융규제 협력과 대형은행들의 ‘안전한 파산절차’를 확립해 금융권의 대마불사(大馬不死) 폐단의 척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 드라이브가 미국 의회와 글로벌 줄다리기에서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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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새로운 금융 혁신 가운데 쓸모 있는 오직 한 가지는 자동현금인출기(ATM)밖에 없다.”
갖가지 난해한 고위험 금융파생상품과 천문학적 레버리징(차입투자)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월가의 행태에 대해 폴 볼커가 우스개로 던진 말이다. 그러나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볼커를 임석시킨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급진적 금융개혁안은 한동안 완전히 소외된 인물로 치부되던 그 우스개의 주인공을 다시 금융개혁의 중심인물로 돌려놓았다.
오바마, 잊혀지던 볼커의 급진개혁안 수용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금융개혁안을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적 금융인으로 대공황 때 제정된 금융규제법인 글래스-스티걸 법의 부활을 주창해온 그의 이름을 따 ‘볼커 원칙’(Volcker Rule)으로 명명했다. 실제로 이 개혁안은 예금은행들에 대해 투자위험이 높은 자기자본거래(proprietary trading)를 금지하고 대형 금융기관들의 전체 차입규모를 제한하는 등 사실상 그 법을 부활시키려는 시도로 간주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안은 두 가지 평가를 받고 있다. 다수 인사들은 그것이 규제강화에 저항해온 월가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개혁안은 금융위기의 실제 원인과는 무관하게 월가를 징벌하려는 정치적 포퓰리즘의 산물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은 볼커의 지지를 받고 또 자주 함께 모습을 드러내 월가와 국민들이 그에게 갖고 있던 위기수습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볼커는 ‘경제재건자문위원장’이라는 한직으로 밀려났고, 정확히 1년 전 그가 제시했던 은행들의 자기자본거래 금지 등을 담은 금융개혁 보고서도 잊혀져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실시된 매사추세츠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충격적인 패배는 볼커의 개혁 구상을 되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10월 82세인 그가 자신의 오랜 여비서에게 청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후 두 번째 개가(凱歌)’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볼커의 금융개혁 구상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월가 총수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그들의 대출기피 행태를 ‘살진 고양이’로 힐책했을 때 어느 정도 감지되었고, 얼마 전 정부의 금융구제 손실을 몽땅 회수하겠다면서 월가에 대해 900억 달러의 특별세금 부과를 선언했을 때 한층 분명히 드러났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급진개혁 선회는 논리적으로 오답일 수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피터 J. 윌리엄슨 선임연구위원은 오바마 개혁안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그 핵심인 예금은행들의 자기자본거래 금지와 대형은행들의 차입규모 제한이 그대로 입법화되더라도 위기재발을 막을 수 없고, 또 금융시장에는 그런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그 자체의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대형은행 규모억제보다 ‘안전한 파산절차’ 중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흔히 정부의 금융구제에 기댄 대형은행들의 고위험 투자행위로 야기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많은 인사들은 “그런 은행들의 행태를 촉발시킨 진짜 원인은 연준(FRB)의 과잉 저금리 신용 공급과 금융감독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한다.
월가에서 ‘개인투자자의 옹호자’로 불리는 아서 레빗 전 SEC(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금융개혁이 성공하려면 정치적 포퓰리즘을 넘어 글로벌 금융규제 협력과 대형은행들의 ‘안전한 파산절차’를 확립해 금융권의 대마불사(大馬不死) 폐단의 척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 드라이브가 미국 의회와 글로벌 줄다리기에서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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