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여파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가계대출 금리가 중소기업대출 금리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금리와 중기대출 금리가 역전된 것은 6년만이다. 보통 가계대출은 대부분 주택을 담보로 잡고 있고 부도위험이 크지 않아 중소기업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게 일반적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금리는 작년에 연 5.73%로 전년의 7.19%보다 1.46%p 하락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7.31%에서 5.65%로 1.66%p 떨어져 하락폭이 더욱 컸다.
이에 따라 중기대출 금리에서 가계대출 금리를 뺀 차이는 -0.08%p로 2003년(-0.29%p)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기-가계 대출금리 차이는 △2004년 0.09%p △2005년 0.27%p △2006년 0.40%p △2007년 0.24%p △2008년 0.12%p 등으로 계속 플러스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중기-가계대출 금리의 역전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에 따라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한 반면, 수익 확보를 위해 가계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매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판단됐던 작년 6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중기대출 금리와 가계대출 금리의 차이는 △지난해 9월 -0.11%p(5.85%, 5.96%) △10월 -0.16%p(5.89%, 6.05%) △11월 -0.12%p(5.88%, 6.00%) △12월 -0.06%p(5.89%, 5.95%) 등이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계가 자기도 모르게 은행을 매개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결과가 만들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기대출 금리 인하폭이 커지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금리의 차이도 2001년 이후 최저치로 줄었다. 작년도 중기-대기업 대출금리 차이는 0.04%p로 전년의 0.52%p보다 축소됐다. 작년도 이 폭은 2001년(-0.31%p) 이후 최대다. 연도별로 이 차이는 2005년 0.56%p, 2006년 0.64%p, 2007년 0.63%p, 2008년 0.52%p 등이었다.
한은은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 10월부터 매달 내려 작년 2월 2.00%까지 낮춘 뒤 1년 가까이 동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전반이 하락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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