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과 교육비
일전에 이사한 대학선배의 집들이에 다녀왔다. 모처럼 대학 동문들이 모인 자리라서 쌓였던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다 보니 어느새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둘러 일어서려는 데 때아닌 초인종이 울렸다. 중학교 1학년인 큰 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그제서야 귀가한 것이었다. 그런데 집을 나서고 보니 아파트 주변이 온통 학원에서 수업을 끝내고 밀려나오는 아이들 천지였다. ‘학원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 끝나기 무섭게 학원차에 실려 영어, 수학, 과학, 피아노에 예•체능에 이르기까지 학원을 전전한다. 이른바 ‘학원 뺑뺑이’다. 이렇게 온종일 사교육에 시달린 아이들은 파김치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다.
하지만 고생은 아이들만 하는 게 아니다.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늘어나는 사교육비가 가계 살림에 깊은 주름살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4월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가구 당 평균 사교육 비용은 64만6,000원, 자녀 1인 당 사교육비는 평균 38만1,700원으로 가구 소득의 19%나 차지한다. 문제는 이 액수도 평균치라는 것이다. 아이가 있는 가구는 전체 생활비 지출액의 20~40%가 자녀 교육비로 들어간다. 조금 보태면 월급의 절반쯤은 사교육비로 털어 넣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2008년 교육비 지출액은 39조 8771억 원으로 전년보다 3조 132억 원이 증가했다. 전체 가계소비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교육비는 가계살림에서 ‘돈 먹는 하마’가 된지 오래다. 오죽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1%의 사랑과 99%의 돈으로 큰다.”는 자조적인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육비에 밀려 모든 것은 뒷전이다. 일단 교육비부터 떼어놓고 나머지 돈으로 빠듯하게 살림을 꾸리거나 마이너스 통장 등 교육비 때문에 빚을 내는 가정도 적지않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일단 대학에만 보내면 한숨 돌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부모들의 착각일 뿐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선 해마다 치솟고 있는 대학 등록금이다.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성적표’보다 ‘등록금 고지서’가 더 무섭다. 일부 국립대학교를 제외하고는 등록금 천만원이 넘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다 보니 빚을 지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등록금을 내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이 2006년 1학기 25만6227명에서 2008년 1월에는 32만7261명으로 늘어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4명은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부담으로 인해 미래를 빚으로 저당 잡힌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등록금만이 아니다.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영어나 컴퓨터 등 ‘취업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어학연수가 필수과정처럼 되어버렸다.
이렇게 등록금에 이런 저런 비용까지 따지면 입이 ‘떡’ 벌어질 액수가 된다. 그러니 대학 입학 전에 무리하게 교육비를 쓰다 보면 정작 아이가 간절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기엔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당장은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금리에 조기퇴직 바람에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방법은 미리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교육비 지출은 아이가 성장할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급격히 늘어난다. 따라서 교육비 마련은 기간분산의 지혜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교육비 지출이 적은 어릴 때 미리 교육비를 준비해 놓았다가 교육비 지출이 큰 시기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가계에 부담은 덜 주면서도 필요한 교육비 지출수준을 맞출 수 있다. 교육비는 장기간에 걸쳐 목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적립식 펀드 등 투자상품이나 장기주택마련저축 같은 비과세 상품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교육비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한번에 마련하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조금씩 모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비 준비는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스스로 인생을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부모가 쉬지않고 뛰어야 하는 마라톤이다. 마라톤은 무엇보다 꾸준한 페이스 유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단거리를 뛰듯이 너무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해버리면 완주는 불가능하다. 교육비도 완주를 생각하는 마라토너의 자세로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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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일전에 이사한 대학선배의 집들이에 다녀왔다. 모처럼 대학 동문들이 모인 자리라서 쌓였던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다 보니 어느새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둘러 일어서려는 데 때아닌 초인종이 울렸다. 중학교 1학년인 큰 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그제서야 귀가한 것이었다. 그런데 집을 나서고 보니 아파트 주변이 온통 학원에서 수업을 끝내고 밀려나오는 아이들 천지였다. ‘학원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 끝나기 무섭게 학원차에 실려 영어, 수학, 과학, 피아노에 예•체능에 이르기까지 학원을 전전한다. 이른바 ‘학원 뺑뺑이’다. 이렇게 온종일 사교육에 시달린 아이들은 파김치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다.
하지만 고생은 아이들만 하는 게 아니다.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늘어나는 사교육비가 가계 살림에 깊은 주름살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4월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가구 당 평균 사교육 비용은 64만6,000원, 자녀 1인 당 사교육비는 평균 38만1,700원으로 가구 소득의 19%나 차지한다. 문제는 이 액수도 평균치라는 것이다. 아이가 있는 가구는 전체 생활비 지출액의 20~40%가 자녀 교육비로 들어간다. 조금 보태면 월급의 절반쯤은 사교육비로 털어 넣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2008년 교육비 지출액은 39조 8771억 원으로 전년보다 3조 132억 원이 증가했다. 전체 가계소비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교육비는 가계살림에서 ‘돈 먹는 하마’가 된지 오래다. 오죽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1%의 사랑과 99%의 돈으로 큰다.”는 자조적인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육비에 밀려 모든 것은 뒷전이다. 일단 교육비부터 떼어놓고 나머지 돈으로 빠듯하게 살림을 꾸리거나 마이너스 통장 등 교육비 때문에 빚을 내는 가정도 적지않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일단 대학에만 보내면 한숨 돌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부모들의 착각일 뿐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선 해마다 치솟고 있는 대학 등록금이다.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성적표’보다 ‘등록금 고지서’가 더 무섭다. 일부 국립대학교를 제외하고는 등록금 천만원이 넘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다 보니 빚을 지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등록금을 내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이 2006년 1학기 25만6227명에서 2008년 1월에는 32만7261명으로 늘어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4명은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부담으로 인해 미래를 빚으로 저당 잡힌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등록금만이 아니다.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영어나 컴퓨터 등 ‘취업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어학연수가 필수과정처럼 되어버렸다.
이렇게 등록금에 이런 저런 비용까지 따지면 입이 ‘떡’ 벌어질 액수가 된다. 그러니 대학 입학 전에 무리하게 교육비를 쓰다 보면 정작 아이가 간절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기엔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당장은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금리에 조기퇴직 바람에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방법은 미리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교육비 지출은 아이가 성장할수록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급격히 늘어난다. 따라서 교육비 마련은 기간분산의 지혜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교육비 지출이 적은 어릴 때 미리 교육비를 준비해 놓았다가 교육비 지출이 큰 시기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가계에 부담은 덜 주면서도 필요한 교육비 지출수준을 맞출 수 있다. 교육비는 장기간에 걸쳐 목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적립식 펀드 등 투자상품이나 장기주택마련저축 같은 비과세 상품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교육비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한번에 마련하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조금씩 모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비 준비는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스스로 인생을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부모가 쉬지않고 뛰어야 하는 마라톤이다. 마라톤은 무엇보다 꾸준한 페이스 유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단거리를 뛰듯이 너무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해버리면 완주는 불가능하다. 교육비도 완주를 생각하는 마라토너의 자세로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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