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빚 권하는 사회''
"다음 정권 보고 어떡하라고 이렇게 감당하지 못할 일을 계속 벌리는지 모르겠다."
한 의원이 사석에서 한 탄식이다. 그는 현 정부의 몇가지 대표적 서민복지 정책을 거론하면서 ''향후 재정''을 크게 걱정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정책이 대학등록금 대출제도다. ''대학등록금 반값'' 공약을 내걸었던 현정권에게 공약을 지키라고 아우성 치니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게 등록금을 꿔주겠다는 이 정책이다. 여기에는 13조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연 얼마나 회수 가능할지 의문이다. 보금자리 주택 정책도 그렇다. 이미 빚이 110조원에 육박하는 토지주택공사가 더 부실화되지 않겠나. 결국 그 부담은 누구에게 돌아올까. 국민 몫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 의원이 지적한 정책은 MB정책 가운데 그래도 가장 인기 높은 정책들이다. 서민들에게 당장 가장 절박한 현안인 대학등록금, 집값 등에 대한 나름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년후''를 걱정하는 그의 지적도 결코 기우가 아니다. 그의 우려대로 또다른 ''대규모 재정부실''로 이어질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히 작금의 심각한 청년실업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인 까닭에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요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요즘 우리 사회가 점점 ''빚 권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돈다. ''빚 권하는 사회''. 정확한 표현이다. 앞의 대학금 대출제 외에도 그런 예는 우리 주위에 부지기수로 많다.
한 예로 요즘 사채업자들 사이에선 ''전세금 대출''이 알토란 같은 ''신규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전세값이 계속 오르는데, 정부가 주택대출을 억제하자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명동 사채시장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업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주택대출을 옥죈 덕분에 먹고 살 길이 생겼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가 은행대출을 조이자 급등하는 전세값을 마련하지 못해 다급해진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풍선효과''다.
그런데 사채시장에서의 전세값 대출이 급증한다는 건 그만큼 서민들이 벼랑끝에 몰렸다는 의미다. 과연 서민들이 고리의 사채이자를 제때 갚을 수 있을까. 이자를 못갚으면 어떻게 될까. 겨우 갖고 있던 전세마저 사채업자들에게 빼앗기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사채업자들뿐 아니다. 은행 등도 앞다퉈 전세금 담보대출을 통해, 소비자들이 전세를 담보로 돈을 빌어쓰라고 유혹하고 있다. 전세금을 묵혀두는 것은 재테크를 할 줄 모르는 아둔한 일이라는 광고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들 말대로 전세금을 담보로 돈을 빌어다 주식투자 등을 하다가 깡통을 차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또한 ''빚 권하는 사회''의 한 풍광이다.
''빚 권하는 사회''의 압권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요즘은 뒤늦은 정부 통제로 일단 진정되기는 했으나, 이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경제를 밑둥채 뒤흔들 수도 있는 최대 시한폭탄은 가계부채"라고 경고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부채라는 것도 알고 보면 ''빚 권하는 사회''의 산물이다. 빚 내는 것 겁내지 말고 돈을 빌어 집을 사 한 몫 잡으라는 우리 사회의 부채질이 오늘날 이런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저축''이 미덕인 사회였다. 그러던 것이 수년 전부터 ''소비''가 미덕인 사회로 바뀌어 왔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저축율이 이젠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물론 일정한 소비는 권장돼야 하며, 우리 사회처럼 무역의존도가 너무 높은 나라는 더욱더 소비시장이 커져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빚 내서 소비하는 사회가 돼선 안된다. 버는 한도 내에서 써야지, 그 이상 소비를 하다간 쪽박차기 십상이다. 세계최대 경제대국이던 미국이 지금 거덜난 것도 바로 소득을 초과하는 과잉소비 때문이었다. 버는 것보다 많은 돈을 빚내 펑펑 쓰다가 망가진 것이다. 빚 권하는 사회의 필연적 종착역이다.
한 은행원은 이와 관련, "요즘 우리 사회가 이상하게 바뀌어 은행돈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그는 "금융계 종사자들은 본질적으로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의 후예들''"이라며 "고객 돈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게 금융계의 숙명이다. 금융계는 자선단체가 아닌 것이다. 이 점을 알고 빚을 내는 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정자들부터 더이상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각성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박태견(<뷰스앤뉴스> 편집국장)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뷰스앤뉴스>베니스의>
"다음 정권 보고 어떡하라고 이렇게 감당하지 못할 일을 계속 벌리는지 모르겠다."
한 의원이 사석에서 한 탄식이다. 그는 현 정부의 몇가지 대표적 서민복지 정책을 거론하면서 ''향후 재정''을 크게 걱정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정책이 대학등록금 대출제도다. ''대학등록금 반값'' 공약을 내걸었던 현정권에게 공약을 지키라고 아우성 치니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게 등록금을 꿔주겠다는 이 정책이다. 여기에는 13조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연 얼마나 회수 가능할지 의문이다. 보금자리 주택 정책도 그렇다. 이미 빚이 110조원에 육박하는 토지주택공사가 더 부실화되지 않겠나. 결국 그 부담은 누구에게 돌아올까. 국민 몫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 의원이 지적한 정책은 MB정책 가운데 그래도 가장 인기 높은 정책들이다. 서민들에게 당장 가장 절박한 현안인 대학등록금, 집값 등에 대한 나름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년후''를 걱정하는 그의 지적도 결코 기우가 아니다. 그의 우려대로 또다른 ''대규모 재정부실''로 이어질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특히 작금의 심각한 청년실업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인 까닭에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요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요즘 우리 사회가 점점 ''빚 권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돈다. ''빚 권하는 사회''. 정확한 표현이다. 앞의 대학금 대출제 외에도 그런 예는 우리 주위에 부지기수로 많다.
한 예로 요즘 사채업자들 사이에선 ''전세금 대출''이 알토란 같은 ''신규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전세값이 계속 오르는데, 정부가 주택대출을 억제하자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명동 사채시장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업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주택대출을 옥죈 덕분에 먹고 살 길이 생겼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가 은행대출을 조이자 급등하는 전세값을 마련하지 못해 다급해진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풍선효과''다.
그런데 사채시장에서의 전세값 대출이 급증한다는 건 그만큼 서민들이 벼랑끝에 몰렸다는 의미다. 과연 서민들이 고리의 사채이자를 제때 갚을 수 있을까. 이자를 못갚으면 어떻게 될까. 겨우 갖고 있던 전세마저 사채업자들에게 빼앗기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사채업자들뿐 아니다. 은행 등도 앞다퉈 전세금 담보대출을 통해, 소비자들이 전세를 담보로 돈을 빌어쓰라고 유혹하고 있다. 전세금을 묵혀두는 것은 재테크를 할 줄 모르는 아둔한 일이라는 광고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들 말대로 전세금을 담보로 돈을 빌어다 주식투자 등을 하다가 깡통을 차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또한 ''빚 권하는 사회''의 한 풍광이다.
''빚 권하는 사회''의 압권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요즘은 뒤늦은 정부 통제로 일단 진정되기는 했으나, 이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경제를 밑둥채 뒤흔들 수도 있는 최대 시한폭탄은 가계부채"라고 경고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부채라는 것도 알고 보면 ''빚 권하는 사회''의 산물이다. 빚 내는 것 겁내지 말고 돈을 빌어 집을 사 한 몫 잡으라는 우리 사회의 부채질이 오늘날 이런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저축''이 미덕인 사회였다. 그러던 것이 수년 전부터 ''소비''가 미덕인 사회로 바뀌어 왔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저축율이 이젠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물론 일정한 소비는 권장돼야 하며, 우리 사회처럼 무역의존도가 너무 높은 나라는 더욱더 소비시장이 커져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빚 내서 소비하는 사회가 돼선 안된다. 버는 한도 내에서 써야지, 그 이상 소비를 하다간 쪽박차기 십상이다. 세계최대 경제대국이던 미국이 지금 거덜난 것도 바로 소득을 초과하는 과잉소비 때문이었다. 버는 것보다 많은 돈을 빚내 펑펑 쓰다가 망가진 것이다. 빚 권하는 사회의 필연적 종착역이다.
한 은행원은 이와 관련, "요즘 우리 사회가 이상하게 바뀌어 은행돈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그는 "금융계 종사자들은 본질적으로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의 후예들''"이라며 "고객 돈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게 금융계의 숙명이다. 금융계는 자선단체가 아닌 것이다. 이 점을 알고 빚을 내는 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정자들부터 더이상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각성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박태견(<뷰스앤뉴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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