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기식 뉴타운 또다른 용산 예고
법원, 지구지정 취소 잇따라 … 주민 개발 반대
전문가 “수익성 없는 곳 공공개발해야”
또 다른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개발이익을 목표로 하는 밀어붙이기식 재개발(뉴타운) 방식은 더 이상 추진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개발이익의 환상에서 벗어나 뉴타운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법원도 수도권 뉴타운 추진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개발이익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서울지역은 물론이고 경기·인천지역에서도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원거주민들이 재개발·뉴타운 사업으로 개발이익을 얻기 보다는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세입자가 내쫓기는 등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2년부터 도입한 서울지역 뉴타운사업은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줬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뉴타운만 되면 부자가 될 것처럼 생각했다. 재개발(뉴타운) 정책은 개발이익 극대화가 최대 목표였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개발이익 환상 깨져 사업무산 잇따라 =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개발이익 실현이 어려워지자 사업추진이 무산되는 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경우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총선당시 뉴타운을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진전이 없다. 이 지역 한 주민은 “이미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재개발을 하더라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진행이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사당동지역 다세대주택이 3억원 가량인데 재개발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아파트값이 6억원 정도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용적률 혜택을 주더라도 그만큼 개발이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더 이상 밀어붙이기식 뉴타운 추진을 주장하지 못하는 이유다.
경기도 부천 원미 뉴타운지구내 소사 10B구역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수원지법이 관련 조례 미흡으로 뉴타운지구 지정 취소를 판결했지만 그 이면에는 주민들의 반대가 자리 잡고 있다. 부천 원미뉴타운지구에 살고 있는 정일용(61)씨는 “개발비용이 1조5000억원이 드는데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손해만 보고 어떻게 개발하느냐”며 “뉴타운이 진행될 경우 이 지구내 거주하는 844가구중 90% 정도가 쫓겨날 것”이라고 개발을 반대했다.
또 부천 소사뉴타운 지구와 안양 만안뉴타운 지구 일부 주민들도 비슷한 소송을 진행중이어서 뉴타운 지구지정이 잇따라 취소될 전망이다.
◆“내집에서 쫓겨날 바에야 개발 않겠다” =
인천판 ‘뉴타운’사업인 도시재생사업이 주민들 반대로 8곳중 2곳이 지구지정이 해제될 예정이며, 1곳은 보류됐다. 해제되는 2곳은 가좌나들목 주변과 인천역 주변으로 주민 설문조사 결과 반대가 각각 82.8%와 75.3%였다.
인천 가좌 나들목 지구에 거주하는 유 모(40)씨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대부분 중소형인데 재개발되면 85㎡ 이상이어서 재정착하려면 1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대출을 받지 않으면 또다시 평생 벌어서 마련한 집에서 내쫓겨야 하는 신세”라고 재개발을 반대했다.
원거주민의 재입주보다 ‘좋은 집’만 지으면 된다는 식으로 재개발 뉴타운 사업이 추진된 결과다. 결국 서민층 주거지를 개발해 상위계층의 주거지로 제공하는 셈이다. 뉴타운 원주민 재입주율이 20%에도 못미치고 세입자들의 주거권과 영업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갈등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 뉴타운 2/3, 개발이익 없다” =
뉴타운 등 각종 재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세입자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유혈 충돌이 계속 반복됐고,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는 밀어붙이기식 재개발 문제의 시작에 불과했다.
용산참사 345일만에 보상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제2, 제3의 용산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서울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로 철거 대상이 된 마포구 용강동의 시민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목숨을 끊은 세입자 김 모(66)씨는 동절기 무리한 철거에 항의하다 용역업체와의 갈등을 빚었으며 보상 문제로 서울시에 소송을 진행하던 와중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세입자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태는 ‘용산참사’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재개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내 재정비촉진지구는 35곳으로 300여개 구역에서 재개발·뉴타운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개발이익만을 좇는 사업이 지속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서울시내 뉴타운 지구중에서 개발이익이 안나오는 곳이 2/3에 달한다”며 “현재의 뉴타운 개발 방식처럼 수익성이 없는 곳에서 개발하면 또 다른 용산참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이상 개발이익만을 좇는 재개발·뉴타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나오고 있다.
김수현 교수는 “전철역세권 등 수익성이 있는 곳만 지금처럼 개발하고 개발이익이 안나오는 곳은 공공개발로 20년간 장기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법원, 지구지정 취소 잇따라 … 주민 개발 반대
전문가 “수익성 없는 곳 공공개발해야”
또 다른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개발이익을 목표로 하는 밀어붙이기식 재개발(뉴타운) 방식은 더 이상 추진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개발이익의 환상에서 벗어나 뉴타운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법원도 수도권 뉴타운 추진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개발이익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서울지역은 물론이고 경기·인천지역에서도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원거주민들이 재개발·뉴타운 사업으로 개발이익을 얻기 보다는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세입자가 내쫓기는 등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2년부터 도입한 서울지역 뉴타운사업은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줬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뉴타운만 되면 부자가 될 것처럼 생각했다. 재개발(뉴타운) 정책은 개발이익 극대화가 최대 목표였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개발이익 환상 깨져 사업무산 잇따라 =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개발이익 실현이 어려워지자 사업추진이 무산되는 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경우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총선당시 뉴타운을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진전이 없다. 이 지역 한 주민은 “이미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재개발을 하더라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진행이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사당동지역 다세대주택이 3억원 가량인데 재개발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아파트값이 6억원 정도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용적률 혜택을 주더라도 그만큼 개발이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더 이상 밀어붙이기식 뉴타운 추진을 주장하지 못하는 이유다.
경기도 부천 원미 뉴타운지구내 소사 10B구역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수원지법이 관련 조례 미흡으로 뉴타운지구 지정 취소를 판결했지만 그 이면에는 주민들의 반대가 자리 잡고 있다. 부천 원미뉴타운지구에 살고 있는 정일용(61)씨는 “개발비용이 1조5000억원이 드는데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손해만 보고 어떻게 개발하느냐”며 “뉴타운이 진행될 경우 이 지구내 거주하는 844가구중 90% 정도가 쫓겨날 것”이라고 개발을 반대했다.
또 부천 소사뉴타운 지구와 안양 만안뉴타운 지구 일부 주민들도 비슷한 소송을 진행중이어서 뉴타운 지구지정이 잇따라 취소될 전망이다.
◆“내집에서 쫓겨날 바에야 개발 않겠다” =
인천판 ‘뉴타운’사업인 도시재생사업이 주민들 반대로 8곳중 2곳이 지구지정이 해제될 예정이며, 1곳은 보류됐다. 해제되는 2곳은 가좌나들목 주변과 인천역 주변으로 주민 설문조사 결과 반대가 각각 82.8%와 75.3%였다.
인천 가좌 나들목 지구에 거주하는 유 모(40)씨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대부분 중소형인데 재개발되면 85㎡ 이상이어서 재정착하려면 1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대출을 받지 않으면 또다시 평생 벌어서 마련한 집에서 내쫓겨야 하는 신세”라고 재개발을 반대했다.
원거주민의 재입주보다 ‘좋은 집’만 지으면 된다는 식으로 재개발 뉴타운 사업이 추진된 결과다. 결국 서민층 주거지를 개발해 상위계층의 주거지로 제공하는 셈이다. 뉴타운 원주민 재입주율이 20%에도 못미치고 세입자들의 주거권과 영업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갈등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 뉴타운 2/3, 개발이익 없다” =
뉴타운 등 각종 재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세입자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유혈 충돌이 계속 반복됐고,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는 밀어붙이기식 재개발 문제의 시작에 불과했다.
용산참사 345일만에 보상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제2, 제3의 용산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서울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로 철거 대상이 된 마포구 용강동의 시민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목숨을 끊은 세입자 김 모(66)씨는 동절기 무리한 철거에 항의하다 용역업체와의 갈등을 빚었으며 보상 문제로 서울시에 소송을 진행하던 와중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세입자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태는 ‘용산참사’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재개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내 재정비촉진지구는 35곳으로 300여개 구역에서 재개발·뉴타운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개발이익만을 좇는 사업이 지속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서울시내 뉴타운 지구중에서 개발이익이 안나오는 곳이 2/3에 달한다”며 “현재의 뉴타운 개발 방식처럼 수익성이 없는 곳에서 개발하면 또 다른 용산참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이상 개발이익만을 좇는 재개발·뉴타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나오고 있다.
김수현 교수는 “전철역세권 등 수익성이 있는 곳만 지금처럼 개발하고 개발이익이 안나오는 곳은 공공개발로 20년간 장기계획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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