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이미 망가졌습니다. 장기투자는 절대로 삼가고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정의석 신한증권 리서치센터부장이 최근 소신껏 밝힌 증시관과 투자조언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부장은 지난 18일 하루새 지수가 50포인트나 폭락한 '블랙먼데이'가 오기 전 이미 대세하락을 예상했고 자신을 포함한 애널리스트들의 증시분석의 한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증권업계에서 바른말 잘하고 비판적인 증시관으로 일찍부터 이름이 알려진 그이지만 이번처럼 대놓고 애널리스트와 스트래지스트를 싸잡아 폄하하기는 처음이었다.
정부장은 "주가가 워낙 많이 빠져 우량주 저점매수를 권하는 이들이 있지만 지금 사서 언제까지 갖고 있어야 하며 1∼2년 뒤 주가가 좀 오른다 해도 그동안의 마음 졸이는 고통은 어떡하란 말인가"라며 대세따로, 투자다로라는 애널리스트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분석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현재 중후장대한 재벌을 해체하는 구조조정은 그러저럭 진행됐지만 벤처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대안세력은 아직 터를 잡지 못하는 등 본질적인 구조조정이 안됐다고 단언했다. 구조조정이 어정쩡한 상황에서 대세마저 꺾인 증시는 펀더맨털만으로 통하지 않고 최근 국제유가 급등, 반도체 가격 하락 파장에서 알수 있듯 우리경제는 아직 '유리알 경제'라는 지적이었고 증시 폭락은 예고된 것이었다고 갈파했다.
정부장은 이어 하락장 때마다 펀더맨털 타령만 하는 것은 안일한 분석에 지나지 않으며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말 역시 비교잣대가 없어 늘 허공의 메아리 같은 소리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그날 그날의 단기시황에 빠지기 쉬운 시장분석가들의 얘기를 곧이 듣는 것은 대세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종목 및 업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그대로 투자에 연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장의 발언과 관련 증권업계는 애널리스트들의 고충을 잘아는 그가 대놓고 비판하는 것은 다소 섭섭하지만 내용자체에 대해선 설득력이 높다고 동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용선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시장 흐름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어쩔수 없는 한계를 일방적으로 매도한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