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절제한 개발 관행 급제동

법원, 재개발·재건축조합 잇단 무효 왜?

지역내일 2010-02-11
백지동의서, 추진위 설립 무효 등 … 조합원 추가분담 속인 졸속시행도 경고

법원이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사업시행과 관련, 총회결의나 관리처분계획 등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린데 이어 조합 설립 자체를 무효로 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조합 패소의 일관된 내용은 제대로 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일을 추진했다는 게 공통점이다.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법원 판결로 혼란이 발생했고 사업 지연에 따른 추가 손실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보다 투명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님 행정’ 벌인 행정관청 = 부산 해운대구 우동지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조합원들로부터 이른바 ‘백지동의서’를 받아 설립된 조합의 인가는 무효라고 밝혔다.
조합은 지난 2005년 11월 토지소유자 318명 중 211명의 동의로 설립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동의서에는 비용분담, 사업완료 후 소유권 귀속, 조합정관에 관한 사항 등이 전부 공란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구청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조합설립 인가를 내줬다. 부산 고등법원 재판부는 “동의서 전부에 기재사항들이 누락돼 동의서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결과적으로 조합설립에 관한 토지 등 소유자들의 동의율은 0이 된다”며 “피고(구청)로서는 인가처분 이전에 필요적 기재사항이 누락된 동의서에 대한 보완을 명하고 보완되지 않을 경우 조합설립인가신청을 반려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조합의 부실한 설립 동의를 행정기관이 막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권순정 변호사는 “관리감독의 주체인 지자체가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해 민간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장님행정을 한 결과 벌어진 일”이라며 “뒤늦게 법원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07~2008년 서울시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47개 재개발ㆍ재건축 지역의 조합설립 동의서를 분석한 결과 예외 없이 전체가 비용분담 내역이 없는 부실 동의서로 인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법 목적에 반해” =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강원도 원주시 학성동 광명마을 재개발조합 추진위원회의 설립을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
추진위는 2005년 사업시행예정구역 내의 토지 소유자 128명 중 70명으로부터 설립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는 주택재개발사업을 위한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추진위는 개발계획이 없는데도 시공자를 선정했고 2006년 6월 원주시에 정비사업 시행을 제안했다. 원주시는 별 다른 이의없이 강원도지사에게 정비구역 지정신청을 했다.
그 동안 상당수 재개발·재건축이 정비구역 지정 전에 추진위가 설립된다는 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이다.
하지만 개발 지역에 토지를 소유한 주민들 중 일부는 이 같은 재개발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법원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정비사업의 대상 지역이 고시되지 않은 경우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할 토지 등 소유자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며 “정비사업 대상 지역 등의 지정을 사실상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전적으로 맡기게 되면 추진위의 난립이나 무절제한 도시개발을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추진 관행이)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제도화한 입법취지와 도시의 계획적 정비를 통한 주거환경의 개선이라는 법의 목적에 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적법했다고 판결했다.

◆개발이익 줄어들면서 분쟁 급증 = 최근 들어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분쟁이 더욱 급증하는 것은 과거와 같은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손해를 감수해야할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대형 아파트에만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중소형 아파트에도 일괄 부담시킨 관행 역시 과거 수익이 많이 날 때는 그냥 넘어갔던 사안이다. 하지만 중소형 아파트 조합원들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법원은 이를 되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무효 판결 또한 조합원의 분담금이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다.
법원은 분담금 변경 같은 중대한 사항은 조합원 2분의 1 이상이 동의하는 일반결의가 아니라 3분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초 대법원은 일반분양수익 초과분을 조합원들이 갖도록 했다가 포기하도록 한 총회결의가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이상 무효라고 판결했다.
남기송 변호사는 “사업 초기와 달리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훨씬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조합원들은 속았다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며 “법원이 판결을 통해 동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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