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깡촌’에서 ‘교육명문’으로

지역내일 2010-03-16 (수정 2010-03-16 오전 9:30:03)
급격한 학력신장으로 눈길 끄는 경북 영양
군-교육청-학교가 함께 일군 ‘기적’
‘깡촌’에서 ‘교육명문’으로 … 강남과 겨루는 영어실력

국·영·수 등 5개 과목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 경북 1위, 전국 2위. 2009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경북 영양지역 초등학교 6학년이 받은 성적표다. 그런가 하면 2000년까지만 해도 정원 30%가 미달해 폐교위기에 몰렸던 이 지역 여자고등학교는 최근 명문고로 부상했다. 2009년 수능에서 언어영역 전국 7위, 수리·외국어영역은 각각 전국 5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영양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82명 중 78명 4년제 대학 진학 =
경북도청이 있는 대구에서 160km 정도 떨어져 있는 영양군. 인구수나 지리적 여건, 재정규모 등으로 볼 때 전국에서 가장 작은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하나다. ‘육지 속의 섬’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정도다.
군내 초등학생은 모두 768명. 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모두 6곳이다. 그나마 읍지역에 있는 학교는 2곳뿐이다. 그러나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이들이 올린 성적은 충북 옥천에 이어 전국 두 번째다. 과목별로는 영어(95.3)는 전국 2위, 과학(97.6) 사회(84.3)가 각각 전국 3위다. 특히 영어는 서울 강남(95.5)과 엇비슷한 실력으로 2위를 차지해 교육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0여년전만 해도 ‘폐교 또는 실업계고 전환’이라는 위기에 몰렸던 영양여고는 전국의 공부 잘하는 중학생이 몰릴 정도로 기적을 일군 학교가 됐다. 지난해 졸업생 82명 가운데 73명, 올해는 82명 중 78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영양여고에 진학하기 위해 중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 아예 영양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일까지 생겼다.

◆어느 지자체보다 넉넉한 교육투자 =
‘깡촌’에서 ‘교육명문지역’으로 급부상한데는 그만한 투자가 있었다. 인봉술 영양교육청 교육장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학교 경영자와 교사, 교육청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영양군은 1842억원의 일반회계 예산 중 1/10 정도만 자체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상황이 열악하다. 그러나 학교교육에 대한 투자만큼은 그 어느 지자체보다 넉넉하다. 2007년 5억원을 시작으로 2008년 17억5400만원, 지난해 19억62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도 13억원 이상 투입할 계획이다.
군청 교육예산은 주로 방과후학교와 영어체험학습 운영, 서울·대구로 진학한 대학생 지원 등에 쓰인다. 교사 인건비 지원으로 학생 숫자가 적은 초·중학교에서는 방과후 1대 1 밀착지도가 가능해졌다. 고교에서는 업무가 많은 교사들을 쉬게 하는 대신 대구와 서울에서 이름난 강사를 초빙한다.
교육청은 특히 영어교육에 비중을 뒀다. 200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화상영어수업을 도입, 컴퓨터를 통해 원어민과 직접 대화하며 진행하는 영어수업을 매주 2시간씩 운영한다.

◆“공교육은 살아날 수 있다” =
“아이들에게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교장과 교사는 열정을 갖고 지도하고 학교재단은 믿고 맡겨준다면 공교육은 살아난다.” 박순복 영양여고 교장이 내비친 자신감이다. 2001년 부임한 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개별상담. 진로나 가정상황을 파악한 뒤 ‘영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학교는 아이들 중심으로 바꿨다. 280여명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점을 고려해 교정에 나무 3만 그루를 심었다. 독서실에는 전교생 개인 좌석을 넣었다.
교사들은 오후 정규수업이 끝나면 바로 퇴근, 휴식을 취하며 교과연구에 매진한다. 방과후 강의는 외부 강사가, 늦은 시간 기숙사에서 사감 겸 상담자 역할은 교장이 맡는다.
권영택 군수는 “영양군은 사방이 산인데다 인구도 1만800명 남짓”이라며 “교육에 집중투자해 인재를 길러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교육명문 영양’은 지자체와 교육당국 학교가 제각각의 역할을 하며 거둬들인 성적표인 셈이다.
영양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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