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번기사>도요타 ‘안전 불감증’ 언제까지

지역내일 2010-03-24
산업 변화 이해 못해 ‘휘청’ … 현대차 “소프트웨어 강자로 부상할 것”

지난 해 8월 28일 미 샌디에이고 인근 125번 고속도로에서 고속도로 순찰대원이 몰던 렉서스 ES350의 ‘비정상적인’ 교통사고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도요타는 이 사고가 가속페달 문제라고 주장했으나 미 도로교통안전국이 전자제어장치의 결함 여부를 의심해 조사에 나서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도요타, 사고 원인 못 찾나
반격에 나선 도요타는 지난 3월 초 자사 차량의 문제점에 100만 달러라는 현상금을 내걸었다. 9일에는 자사 전자제어시스템(ETCS)에 대한 공개 검증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형 프리우스 모델만 해도 2월초 리콜을 발표한 뒤 일주일 사이에 소비자 불만건수가 1100여 건에 이를 정도였다.
불량은 엄연히 존재하는데 차량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도요타를 유령처럼 붙들고 있다. 이와 관련, 도요타의 문제는 변화된 자동차 산업 시스템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기업 구조 사이의 모순에서 비롯한다는 지적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련의 사실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도요타는 도요타 생산방식(TPS, Toyota Production System) 또는 그 뿌리가 되는 무재고 생산관리 방법(JIT, Just In Time) 등 자타가 인정하는 최강의 자동차 생산 관리 시스템을 지닌 회사다. 이 시스템이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 사이 이 회사의 품질불량은 지속적으로 늘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원인 불명의 사고마저 급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하드웨어 결함이 아닌 소프트웨어 결함에서 찾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불량이 주로 급가속과 브레이크 제동 장치에서 발생하는데, 사고가 도무지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는 검증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소프트웨어 불량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최첨단 전자제어시스템이 극도로 적용된 이 회사의 최신형 제품들에서 유독 리콜 사태가 빈번하다는 점은 ‘소프트웨어가 도요타 불량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이 차량들에 장착된 전자제어시스템의 복잡도는 단순히 하드웨어 회로로만 구성해서 처리되는 수준을 넘어버린 상태다. 사실상 이 차량들은 일반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CPU라는 하드웨어 회로와 더불어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방식을 따른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 내부에서도 리콜 조치된 프리우스로, 이 차량은 현존 자동차 가운데 소프트웨어가 가장 많이 활용되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자동차이면서 그 구동은 일반 컴퓨터처럼 중앙처리장치(CPU)라는 하드웨어 회로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에 크게 의존한다.

산업 변화 도외시한 공룡
자동차에 장착되는 컴퓨터는 사무실 컴퓨터와 달리 극도로 혹독한 환경에 처해진다. 고속 주행시 발생하는 진동, 열, 소음뿐만 아니라 비나 눈이 내리는 습한 환경, 그리고 영하로 내려가는 기온 등, 한마디로 자동차에는 컴퓨터 작동에 최악인 환경이 총집결해 있다. 그럼에도 도요타사는 이처럼 변화된 자동차 환경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3일 애플사 공동 창업자이자 세계적인 컴퓨터 천재 스티브 워즈니악은 “도요타 자동차의 문제는 소프트웨어 문제”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 주장은 큰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자동차업계에서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문제는 공룡 도요타에 묻어가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를 일”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대안은 분명 존재하는 듯하다. 정밀도에서 자동차를 압도하는 항공 산업에서는 항공기 개발 비용과 생산 비용 가운데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부분이 이미 과반수를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년 전 우리가 도입한 최신예 F-15K 전투기의 경우, 엄청난 비용을 요구받은 기체 업그레이드 작업에 동원된 기자재가 고작 ‘소프트웨어 CD’ 뿐이었다.
자동차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노무라경제연구소는 자동차 부품비용 중 전자장비 비중이 2002년 25%에서 올해 35%, 2014년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도요타 생산방식은 지난날 자동차 불량에 대처하는 대표적인 방식이었지만 자동차가 인공지능 로봇으로 진화하는 오늘날 그 생명을 사실상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소프트웨어 강자” 선언
윤현종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8일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카 개발과 관련해 최근 몸살을 앓고 있는 도요타 방식을 탈피하는 한편 전자제어장치(ETC)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도요타 리콜 사태로 향후 자동차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해 현대차의 행보는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렉서스 사고가 발생하자 정몽구 회장이 직접 관련 보고서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에 따라 현대차 연구원들은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도요타가 첨단 기술과 원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한 것이 문제”라면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구시대적 대처가 이 기업의 위기를 초래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기존 도요타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 “아날로그 존중”과 “소프트웨어 중시” 시스템을 병행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전자장치 분야에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도요타보다 앞서나가는 한편, 혼다와 같은 순수 아날로그 차량 시스템 또한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지를 반영한 듯 21일 미 자동차 전문지 ‘에드문즈 인사이드 라인’은 “2011년형 쏘나타에서 결점을 찾기란 어렵다”면서 “제원, 다이내믹성, 연비, 성능, 편의사양, 가격 등을 고려할 때 현대차는 총격전에 유탄포를 갖고 온 셈”이라고 썼다.
현대차는 전 세계 자사 품질 담당자들을 국내 남양연구소에 소집해 향후 전망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인데, 소프트웨어 문제가 단연 화두로 부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 고객 및 차량, 나아가 대리점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유지하는 중이며 여기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것이야말로 향후 품질 개선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김선태 기자 kst@naeil.com

사진(2월 25일 사진이라 연합에서 큰 걸 받을 수가 없네... 사진 맞는 거 없음 빼슈)
직원과 대화서 눈물 보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
미 하원 공청회에 출석했던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2월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현지공장 근로자와 딜러, 보도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직원과의 대화’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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