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게 북한은 외교적으로 어떤 관계일까. 국가 대 국가도 아니면서 상대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현재 남북한의 관계다.
1972년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의 김영주 조직지도부장과 서명하고 온 ‘7·4 남북공동성명’ 합의문에는 소속도, 직함도 없이 ‘서로 상부의 뜻을 받들어’라고만 돼 있다. 왜 그랬을까.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명과 ‘대통령 박정희’, ‘주석 김일성’이라는 국가수반의 이름을 감히 쓸 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오른쪽 사진 참조).
세월이 20여년 흘러 1991년.
남북한 모두 유엔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됐다. 그 이전에는 ‘할슈타인 원칙(Hallstein Dontrine:서독이 유일한 합법국가이므로 동독을 승인하는 나라와는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는 W.할슈타인 당시 서독 외무장관의 논리)’에 따라 남북한은 서로 국가로서 상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유엔 회원국 자격부여도 동의하지 않았다. 남파간첩과 북파공작원을 보내 상대 지도자의 암살을 노리던 시절에 유엔 동시가입 목소리가 설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냉전해체의 흐름 속에 ‘북방정책’이 추진되고 공산권의 본산, 소련과 국교를 맺는 단계까지 이르러 유엔 동시가입이 성사됐다. 그해 역사적인 ‘남북기본합의서’도 채택됐다. 하지만 조약 성격을 갖는 이 합의서는 우리 국회에서 비준을 받지 않았다. 여전히 국가로서 북한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방정책’의 목표가 북한을 양지로 끌어내기보다는 우방인 동구권과 중국, 소련을 우리쪽으로 끌어당겨 북한을 포위시키자는 계산이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때 남북한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양측이 최초로 합의한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다시 20여년이 흐른 2010년 현재.
지금도 당국간 남북대화를 할 때 우리는 북한을 북한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연설과 대화에서 ‘북측’ 또는 ‘귀측’이라고 돌려 말한다.
일반인이 북한에 갈 때는 여권이 아닌 방북허가서를 내고 ‘출입경사무소(또는 세관·출입국·검역의 준말인 CIQ라고 부르기도 한다)’를 거쳐 ‘출경’을 한다. 방북은 ‘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 역시 입국이 아닌 ‘입경’이다.
북한 사람들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북한 국민? 인민? 우리 정부가 내놓은 표현은 ‘북한 주민’이다. 통일부가 발간한 남북교류협력법 해설집에 따르면 ‘헌법에 의거,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 모두가 우리 영토이므로 북한 국민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치 않아 주민으로 부른다’고 돼 있다.
탈북자를 부르는 용어의 변천은 한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과 직접 맞닿아 있다. 북한을 ‘북괴’라 부르던 시절 ‘귀순용사’였던 그들은 90년대를 거치며 그 숫자가 늘어나자 ‘탈북자’로 일반화됐다. 하지만 그 용어가 한국 정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통일부는 공모까지 거쳐 ‘새터민’이라는 호칭을 지어줬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서는 그마저도 마뜩치 않았는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건조한 호칭이 쓰이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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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의 김영주 조직지도부장과 서명하고 온 ‘7·4 남북공동성명’ 합의문에는 소속도, 직함도 없이 ‘서로 상부의 뜻을 받들어’라고만 돼 있다. 왜 그랬을까.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명과 ‘대통령 박정희’, ‘주석 김일성’이라는 국가수반의 이름을 감히 쓸 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오른쪽 사진 참조).
세월이 20여년 흘러 1991년.
남북한 모두 유엔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됐다. 그 이전에는 ‘할슈타인 원칙(Hallstein Dontrine:서독이 유일한 합법국가이므로 동독을 승인하는 나라와는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는 W.할슈타인 당시 서독 외무장관의 논리)’에 따라 남북한은 서로 국가로서 상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유엔 회원국 자격부여도 동의하지 않았다. 남파간첩과 북파공작원을 보내 상대 지도자의 암살을 노리던 시절에 유엔 동시가입 목소리가 설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냉전해체의 흐름 속에 ‘북방정책’이 추진되고 공산권의 본산, 소련과 국교를 맺는 단계까지 이르러 유엔 동시가입이 성사됐다. 그해 역사적인 ‘남북기본합의서’도 채택됐다. 하지만 조약 성격을 갖는 이 합의서는 우리 국회에서 비준을 받지 않았다. 여전히 국가로서 북한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방정책’의 목표가 북한을 양지로 끌어내기보다는 우방인 동구권과 중국, 소련을 우리쪽으로 끌어당겨 북한을 포위시키자는 계산이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때 남북한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양측이 최초로 합의한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다시 20여년이 흐른 2010년 현재.
지금도 당국간 남북대화를 할 때 우리는 북한을 북한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연설과 대화에서 ‘북측’ 또는 ‘귀측’이라고 돌려 말한다.
일반인이 북한에 갈 때는 여권이 아닌 방북허가서를 내고 ‘출입경사무소(또는 세관·출입국·검역의 준말인 CIQ라고 부르기도 한다)’를 거쳐 ‘출경’을 한다. 방북은 ‘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 역시 입국이 아닌 ‘입경’이다.
북한 사람들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북한 국민? 인민? 우리 정부가 내놓은 표현은 ‘북한 주민’이다. 통일부가 발간한 남북교류협력법 해설집에 따르면 ‘헌법에 의거,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 모두가 우리 영토이므로 북한 국민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치 않아 주민으로 부른다’고 돼 있다.
탈북자를 부르는 용어의 변천은 한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과 직접 맞닿아 있다. 북한을 ‘북괴’라 부르던 시절 ‘귀순용사’였던 그들은 90년대를 거치며 그 숫자가 늘어나자 ‘탈북자’로 일반화됐다. 하지만 그 용어가 한국 정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통일부는 공모까지 거쳐 ‘새터민’이라는 호칭을 지어줬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서는 그마저도 마뜩치 않았는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건조한 호칭이 쓰이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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