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권의 중국기행

푸얼(보이)차의 고향

지역내일 2010-03-29

어스름 새벽에야 도착한 푸얼시, 기사 양반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잠을 깨우는데 버스 터미널 지붕엔 스마오(思茅)시라고 쓰여 있다. 이상한 일이다. 엊저녁 분명 푸얼행 버스에 올랐는데 자고 일어나니 도착한 곳은 스마오다. 어째서는 푸얼이 아니라 스마오로 왔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답답하다는 듯 여기가 바로 푸얼시란다. 그것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옆 침대에 누웠던 아주머니께서 내가 외부인인 줄 알아차리고는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작년까지는 스마오였는데 올해부터 푸얼시로 이름을 바꾸었단다. 푸얼차의 푸얼이란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지고 유명해지자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이 편리해진 스마오가 과거 푸얼차의 집산지 역할을 하던 인근의 푸얼시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그럼 예전의 푸얼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옛 푸얼은 자신의 이름을 스마오에게 넘겨주고 새 이름인 닝얼(寧?)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상업적 명분으로 역사적 의미를 갖는 지명을 이리저리 마음대로 바꾸는 중국의 행정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럼 푸얼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다른 도시에 넘겨주는데 아무 반대가 없었느냐고 물으니 ‘정부에서 하는 일이니 인민들은 그저 따를 뿐’ 이라는 대답이다. 자본주의의 논리와 사회주의 질서가 공존하는 중국의 현실을 다시금 절감한다.
새 푸얼시에는 아직 ‘스마오’란 이름과 ‘푸얼’이란 이름이 공존한다.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듯 터미널은 깨긋한 현대식 건물이고 길은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있어 시원스럽다. 차의 도시답게 도시의 진입로엔 분리대에 가지런하게 다듬어진 푸얼차 나무가 심어져 있다. 사람들은 푸얼차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온 외지인에게 친철하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차산(茶山)을 찾아 나선다. 우리는 차밭, 혹은 차 농장이라고 하지만 중국에서 대부분 밭이 아니라 산 전체가 차밭이다 보니 ‘차산’이란 단어가 주로 쓰인다. 이곳에서 가장 대표적인 차 생산 지역인 잉판산(營盤山)을 찾아 나선다. 시내에서 삼십분 정도 가파른 산길을 오르니 사방 천지가 차밭이다. 가지런한 차밭 고랑이 종으로 횡으로 물결을 친다. 초록의 관목형 차나무 바다에는 중간 중간 진녹의 교목들이 그늘을 만들고 있다. 이 교목들이 바로 차의 향을 더욱 짙게 만들어준다는 신비의 나무 향장수다. 나뭇잎을 따서 비벼보면 독특한 향이 피어 올라온다.
중간중 간 빨간 지붕의 민가들이 들어서 있고 등에 대나무 광주리를 메고 채엽하는 농부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정상부근에는 작은 규모지만 차박물관과 위락시설이 세워져있고 팔각정 모양의 전망대도 만들어져 있다. 올해 보이차 축제 기간을 기해 만들어진 시설들이라는데 철이 지나서인지 대도시에서 너무 멀어서 인지 관광객이 거의 보이지 않고 근무자도 없다.
박물관 앞에는 소위 교목형 야생 차나무를 옮겨다 심어 놓았지만 생기를 잃었다. 야생나무를 옮겨 놓으면 대부분 죽는단다. 고도의 변화와 깊은 뿌리가 주원인일 것이다. 야생 차나무는 산의 고도가 높을수록 밤낮의 일교차가 커서 차가 향이 강하고 깊은 맛을 낸다고 한다. 차나무는 기본적으로 땅위에 차나무의 키보다 3배의 깊이로 뿌리를 내린단다. 그만큼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고 뿌리가 깊다는 이야기이다. 그 옛날부터 중국에선 차나무의 의미를 새겨 시집가는 딸에게 차 종자를 혼수에 포함한 것은 시집가서 깊이 뿌리 내려서 잘 살기를 바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차나무는 지조의 상징이며 일부종사의 의미와 불사이군의 선비정신을 의미 하는 선비나무라고도 하는 것이다.
한껏 하늘로 차고 오르는 처마를 한 기와집 앞에 가보니 차조전(茶祖殿)이란 세 글자가 뚜렷하다. 분명 차의 조상이라 일컬어지는 사람을 모셨으리라. 계단 올라 안으로 들어서니 생동감 넘치는 세 사람의 동상이 모셔져 있다. 한 분은 인도에서 중국으로 선불교와 차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 달마대사, 손에 찻잎을 든 다른 한 분은 바로 차의 성인으로 호칭되며《다경》이란 차의 경전을 저술하신 육우, 나머지 한 사람은 이름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바로 이곳 윈난(雲南)에서 차문화의 전통을 이어온 소수민족의 지도자 모습이다. 문득 《다경》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왜 차를 마시는가? 차의 성인 육우는 ‘흩어진 마음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갈증을 가시려면 물을 마시고,
울분을 삭이려면 술을 마시며,
흩어진 마음을 모으려면 차를 마신다.-육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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